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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사람의 향기, 지역의 향기

작성일 : 2022.10.21 11:27 수정일 : 2022.10.21 11:30

작성자 : 양영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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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어린 시절, 가을 추수가 끝나면 동네에서 축구대회가 열렸다. 한 집에 3대가 모여 사는 게 일반적이던 시절이었다. 조부모님, 부모님, 형제자매, 삼촌들까지 한 집에 식구가 10명이 넘었다. 대부분 시골 가정이 그랬다. 동네 형들은 반별로 축구 연습을 했다. 1반부터 8반까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 마을 반을 8개로 나눌 정도로 동네에는 사람 냄새로 가득했다. 어려운 살림에도 이웃 간에는 정이 돈독했다. 그래도 축구를 할 때는 양보가 없었다.

사람 많던 시절, 동네서 반 대항 축구도 

동네 형들은 논에서 연습을 했다. 벼 구렁텅이가 있어 공은 이리 튀고 저리 튀었다. 하루 이틀 지나자 논바닥이 반들반들해졌다. 새 운동장이 생긴 듯했다. 축구 시합은 그런 논에서 진행됐다. 나무로 골대를 세우고 석회로 운동장 라인을 그렸다. 열띤 응원 소리가 동네를 가득 메웠다. 펠레처럼 날렵한 드리블과 현란한 개인기를 뽐낸 동네 형은 동네 누님들의 구애의 대상이 됐다. 우승팀이 가려지고, 상금으로 쟁기가 수여되고, 돼지를 잡아 동네잔치를 벌이던 그 시절의 풍경이 그립다. 그런 풍경은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추억이 됐다. 

한 해 100만 명 이상이 태어나던 시절, 정부는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폈다. 1960~70년대에는 정관 수술을 하면 공공주택 우선 입주권을 주거나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산아제한 구호가 요란했다. ‘알맞게 낳아 훌륭하게 기르자’(1961년)에서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1963년),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1971년),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1980년), ‘적게 낳아 밝은 생활’(1990년)…. 

100만 명 출생 시대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특히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와 ‘3·3·35 운동’은 지금도 기억이 난다. ‘3·3·35 운동’은 3명 자녀를 3년 터울로 낳고, 35세까지 단산하자는 뜻이다. 35세가 되어도 결혼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숱한 요즘 세상엔 정말 코미디 같은 구호다.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에 우리 조상들은 애를 낳고 또 낳았다. 아이가 많아야 집안에 노동력이 생기고 집안이 번성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었다. 인구 폭발이 우려되자 정부는 그나마 산아정책으로 출산율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시대가 바뀐 영향도 있지만, 어쨌든 당시엔 인구정책이 작동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22년 10월, 대한민국은 인구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000년대부터 가파르게 떨어진 출산율을 되돌릴 여력도, 의지도 약해 보인다. 1960년 합계 출산율(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6명이었으나, 현재는 0.8명으로 1명도 낳지 않는 세상이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홍콩(0.75명)을 제외하면 한국의 출산율은 236개국 중 꼴찌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1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를 보면 암울하다. 2020년 출생아 수는 26만 5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 1,800명(4.3%) 줄었다. 이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아기 울음소리는 계속 줄어든다. 출생아 수는 2016년까지 40만 명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 30만 명대로 감소했고 2020년 처음으로 20만 명대로 쪼그라들었다. 이런 추세는 더 가속화해 우리나라 인구는 2030년 5,12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2070년에는 3,766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이란 전망이다.

저출산 대책 헛바퀴…연간 27만 명 태어나   

반면 인구의 고령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은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하는 등 저출산·고령화 시대가 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인구 대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지난 15년간 저출산을 극복하겠다며 국민 세금 380조 원을 퍼부었는데도 인구감소를 막지 못했다. 대체 돈을 어디에, 어떻게, 누구에게 썼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공무원들은 예산이 편성되자 여기저기 돈다발을 흔들었을 뿐 제대로 된 평가 과정도 없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적인 인구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인구 대책 부처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간 보건복지부가 곁 일처럼 담당해왔다. 한 개 부처(청)가 책임을 지고 대책을 맡아도 부족할 터인데 복지부가 겸직했으니 제대로 될 리 없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자기 업무 외에 겸직을 두세 개 한다면 과연 그 일에 열정을 쏟을 수 있겠나. 그건 사실상 어려운 기대이고, 그저 현상 유지나 하려고 할 것이다. 실제론 현상유지는 커녕 성과가 더 나빠지게 마련이다. 

강화군, 인구정책과 신설해 혁신 행정을

정부가 인구위기대응 전담반(TF)을 가동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인구청이나 인구대책부 같은 종합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의지를 보여야 한다. 시급한 과제 아닌가. 인구감소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젊은이들의 가치관, 교육, 부동산, 일자리, 경제 상황, 복지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난제다. 그러니 범정부적으로 종합 컨트롤타워를 만들자는 얘기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강화군도 예외가 아니다. 군 전체 인구가 7만 명에 턱걸이하는 것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령 인구가 전체의 35%를 웃도는 상황에선 7만 명 유지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군청에 인구대책과(가칭)를 신설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현재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기존 업무에 곁가지로 하는 일에 열정을 쏟기는 어렵다. 강화군에 제안한다. 군청에 인구대책과를 설치하고, 군 차원의 종합대책을 책임지게 하라. 동네 반 대항 축구대회가 열릴 정도로 사람 냄새가 가득한 고향의 마을을 복원하려는 ‘강화발(發) 혁신’의 단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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