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10.12 15:03 수정일 : 2022.10.12 15:08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2020년 가을, 아버지께서 기공식을 다녀왔다고 하셨다. 농사를 지으면서도 지역 활동을 활발히 하시던 아버지셨는데 이번 외출은 남달랐던 모양이다. “삼산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석모대교 전경도 좋아. 길지(吉地)야. 국가유공자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장소로는 참 좋은 것 같아.” 나는 아버지의 이 말씀을 듣고 처음엔 잘 이해를 못했다. 해누리공원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관련 정보를 찾아본 기억이 난다.
국가유공자 공원은 강화의 자부심
해누리공원은 2020년 11월 착공했다. 석모대교 앞 바로 오른쪽인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 6만5,872㎡에 국가유공자 보훈묘역 2,000기와 일반인 묘역 2,300기 등 총 4,300기의 묘역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다. 한국전쟁 때 강화청소년유격대원으로 활동한 국가유공자이신 아버지는 해누리공원 기공식에 참석하셨던 소감을 아들에게 말씀하셨던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강화에도 국가유공자 묘역이 생기는 건 뿌듯한 일”이라며 환하게 웃으셨다.
해누리공원 조성에는 129억 원을 투입했다. 자연장지와 관리동, 전망대, 사계절 정원 등 언제나 주민들이 쉽게 찾고 쉴 수 있는 친환경 공원이다. 국가유공자 전용 묘역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공헌을 기리고 그 명예를 사후까지 예우하고, 추모와 휴식을 함께하는 강화군의 새로운 명소 조성을 내걸었다. 지난해 11월 공원 준공을 마쳤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국가유공자와 일반인의 안치를 시작했다.
해누리공원 기공식까지 참석하셨던 아버지는 건강하셨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농사일을 다 돌보실 정도여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부터 건강이 안 좋아지셨다. 미수(米壽)의 연세에 비해서는 건강하셨는데 일을 많이 하셔서 그런 것 같아 자식으로서 회한이 들었다. 그래도 아버지는 굳건하셨고 아들과 차로 드라이브를 다니는 걸 즐거워하셨다. 자동차로 석모대교를 건너고 바닷가를 한 바퀴 돌고 해누리공원도 보여드리곤 했다. 올봄에도 아버지는 바닷가 드라이브를 좋아하셨고, 아들이 준 사탕을 입에 물고 행복해하셨다.
올 6월, 아버지 해누리공원에 잠드셔
아버지는 올 6월에 끝내 숙환으로 돌아가셨다. 임종을 했다. 아버지가 아들 손을 꼭 잡았다. 아무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그때 아버지의 왼쪽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맺혔다. “아, 아버지가 가시려나 보다!” 순간, 나도 울컥했다. 아버지의 눈물과 평안한 영면의 순간이었다. 그 눈물이 생리적인 것이었는지, 당신의 응축된 마음이셨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필자는 아버지의 응축된 마음이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 눈물이 지금도 선명하다.
아버지를 해누리공원에 모셨다. 올해 6월 24일이었다. 애초에는 선영에 모실 생각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생전에 해누리공원을 말씀하셨고, 친구와 동료들이 영면하시는 곳이니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를 모시던 날,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장례 전날까지 폭우가 쏟아져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었다. 비가 많이 와도 해누리공원은 아무 이상이 없을 것 같아 더 안심이 됐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편안하게 강화의 품에 안기셨다.
장마로 입구 옹벽 무너져 가슴 철렁
아버지를 모시고 나서 주말마다 해누리공원을 찾고 있다. 고향 집과 가까운 곳이라 집에 갈 때마다 인사하러 가는 것은 당연했다. 아마도, 해누리공원에 부모님을 모신 분들도 필자와 같은 마음이실 것이다. 부모를 모신 자식의 마음은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오긴 했다. 장마철에는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주말에 비가와도 해누리공원에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아무 문제가 없고 평온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그러던 차에 8월에 해누리공원에 갔다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입구의 옹벽이 무너진 것이다. 폭우를 견디지 못한 일종의 산사태나 마찬가지였다. 입구는 출입이 통제되어 차도 들어갈 수 없었다. 입구 곁에 차를 주차해놓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걸음에 아버지가 계신 곳으로 달려갔다. “혹여,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몰려왔다. 아, 다행이었다. 국가유공자들을 모신 묘역은 아무런 이상 없이 평온했다. 그때의 심정은, 다른 유가족도 똑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무너진 옹벽은 한가위를 지난 현재까지도 복구되지 않고 있다. 해누리공원 측은 “장마철 비로 토압이 상승하는 바람에 보강토 옹벽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붕괴한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사를 하면서 그 정도의 예측도 없이 했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힘들다. 얼핏 보기에 엄청난 난도의 공사도 아닌데 여름철 장맛비도 감안 않고 설계하고 시공했다면 이건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부실공사일 가능성도 있다.
옹벽 복구하고 안전관리 철저하게
지난 한가위 때는 많은 분들이 성묘를 다녀가셨다. 그때 공원 진입구의 모래주머니와 붕괴된 옹벽을 본 유가족들의 심정이 어땠겠나.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붕괴사고라고 보기에는 강화도의 강수량이나 태풍피해를 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원의 절개 면이 불과 완공한 지 8개월 밖에 안됐는데 무너졌으니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신속히 조치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강화군과 업체 측이 차일피일 할 일이 아니다.
공원 측에 문의하니 “내년에나 복구가 완료될 것 같다”고 한다. 물론 지반이 단단해지고 보강공사를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올 8월 붕괴된 옹벽을 내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더구나 해누리공원은 일몰과 바다 전경이 좋아 수시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곳 아닌가. 강화군과 업체 측은 조속한 복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은 입구에 복구 일정을 설명하는 안내문이라도 붙여놔야 하지 않을까. 묘역의 잔디와 안전관리도 더 촘촘하게 점검해야 한다. 강화의 지킴이, 호국 영령이 잠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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