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10.12 15:02
작성자 : 권선미
<권선미 중앙일보 기자>
내 몸을 재충전하는 목욕
날이 쌀쌀해지는 가을은 목욕의 계절이다. 따뜻한 물이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는 목욕은 지친 몸을 재충전하는 역할을 한다. 몸을 따뜻하게 데우면 혈관이 확장돼 혈액순환이 한층 활발해지고 노폐물 배출이 촉진된다. 면역기능을 가진 백혈구의 활동도 활발해진다. 물 자체의 수압·부력은 단단하게 굳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줘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완화한다. 일상을 활기차게 돕는 건강한 목욕법에 대해 짚어봤다.
목욕은 소나기처럼 뿜어져 나오는 물로 미세먼지·땀·때 등으로 더러워진 피부를 간단하게 씻는 샤워와 다르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욕조에 기대어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 뇌의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돼 저절로 몸과 마음이 안정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목욕을 하면 온열 효과로 신체의 중심 체온을 바로잡는다. 몸을 움직여 열을 내는 운동만큼 효과적으로 체온을 높여준다. 열로 혈관도 확장돼 혈액순환이 개선된다. 온도·압력·부력 등 물이 주는 물리적 자극 효과도 있다. 수압은 근육을 마사지하듯 눌러 부기를 빼고 탄력을 더해준다. 몸을 가볍게 하는 부력은 관절의 부담을 최소화해 통증을 완화한다. 에너지 소비도 크다. 온몸을 담그는 목욕은 시간당 평균 140㎉를 소모한다. 30분 동안 걷는 것과 비슷하다.
노폐물 배출 촉진하고 심신 안정 효과 높아
목욕으로 기대할 수 있는 건강 효과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통증 완화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딱딱하게 굳은 관절·근육이 이완되면서 가동 범위가 넓어진다. 염증반응도 억제해 통증도 줄어든다. 체력이 약해도 물에서는 쉽게 움직일 수 있어 근력을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둘째로 심신 안정 효과다. 온열 효과로 몸이 따뜻해지면 신경전달물질인 베타엔도르핀 분비가 촉진된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복잡하거나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도움이 된다. 또 근육·피부의 혈류가 늘면서 신진대사가 좋아진다. 피로를 유발하는 젖산 등 노폐물 배출을 촉진해 개운하다고 느낀다.
마지막으로 심혈관 보호 효과도 있다. 따뜻한 물로 체온을 높이면 혈관이 넓어져 혈압을 떨어뜨린다. 지속적인 목욕 습관이 뇌졸중·고혈압 같은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본 에히메대 연구팀은 성인 166명을 대상으로 목욕이 혈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목욕 빈도에 따라 주 5회 이상 목욕하는 그룹과 불규칙적으로 목욕하는 그룹으로 나눈 후 이들을 1년 동안 추적·관찰했다. 그 결과 동맥경직도(BNP)가 일주일에 5번 이상 목욕하는 그룹은 23.7pg/mL로, 불규칙적으로 목욕하는 그룹(37.9pg/mL)보다 낮았다.
물 온도는 체온과 비슷하게
집에서 목욕을 즐길 때 중요한 것은 수온이다. 목욕물의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40도 정도가 적당하다. 물에 손을 넣었을 때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온도다. 수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체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맥박·혈압이 높아져 심장에 부담을 준다. 목욕물이 체온과 비슷하면 중심 체온이 그 이상 오르지 않는다. 심혈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혈관만 확장한다. 목욕물은 뜨거운 물을 식히기보다는 뜨끈하다고 느껴지는 온도에서 중간중간 온수를 보충하는 게 낫다. 42도 이상 고온욕을 선호한다면 5분 이내 짧게 머무른다. 뜨거운 물 속에 오래 있으면 에너지 소모가 많아져 도리어 지친다.
목욕은 한 번에 20~30분 정도만 몸을 담그는 것이 적당하다. 이마·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 나온다. 땀이 줄줄 흐르고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오래 하는 것은 피한다. 목욕 후에는 물기를 닦고 바로 보습제를 바른다. 물기가 마르면서 몸속 수분까지 빼앗을 수 있다. 수분 보충을 위해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는 것도 좋다.
숙취 해소를 위해 목욕을 한다면 음주 다음 날 하는 것이 좋다. 음주 직후에는 알코올로 혈압이 높아진 상태다. 이때 따뜻한 물에 들어가면 혈액순환이 빨라져 심혈관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식사 직후도 마찬가지다. 식사 후 곧바로 물에 들어가면 위산 분비가 억제돼 소화능력이 떨어진다.
물 안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 지루하다면 림프 순환을 촉진하는 동작을 하는 것도 좋다. 주먹으로 겨드랑이, 사타구니, 무릎 뒤 오금 등 림프절이 있는 부위를 주먹으로 가볍게 두드린다. 체내 노폐물이 모이는 림프절의 순환을 촉진한다. 림프 순환이 정체되면 사고 난 차량으로 막힌 도로처럼 꽉 막혀 몸이 잘 붓는다.
만성 질환이 있다면 온천을 찾는 것도 좋다. 온천은 땅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25도 이상의 따뜻한 물이다. 유황·탄산·미네랄 같은 성분이 포함돼 있다. 온천에 녹아있는 물의 약리작용과 물의 수압·부력·온열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목욕의 건강 효과를 높여준다. 관절염 환자는 미네랄이 풍부한 온천이 효과적이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온천에서 3주 동안 주 5회 재활 치료를 진행했더니 온천수에 녹아있는 미네랄 성분이 세포 내 염증 물질을 줄이고 재생 작용을 활성화해 온욕을 했을 때보다 통증 완화, 관절 가동범위 향상 등 관절염 치료 효과를 더 높였다는 연구도 있다.
고혈압 환자는 탄산 온천이 효과적이다. 단 수분 손실로 혈액의 점도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목욕 전후로 물을 마셔 수분을 보충한다. 매일 2주 동안 15분씩 탄산온천에서 목욕을 했더니 수축기 혈압이 평균 132㎜Hg에서 121㎜Hg로, 이완기 혈압은 88.9㎜Hg에서 79.5㎜Hg로 내려갔다. 피부 질환이 있다면 식염천(해수천)이 도움이 된다.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를 식염천의 아토피 개선 효과를 연구한 결과 식염천의 알칼리 성분이 아토피로 인한 각질을 벗겨 내면서 피부 pH 장벽을 회복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 외에도 목욕으로 중심 체온을 높이면 생체리듬이 교정돼 우울감을 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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