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9.21 02:12
작성자 : 배상복
<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한글은 가장 과학적인 문자… 세계 언어학자들 극찬
세종대왕은 인터넷 시대까지 예견하고 한글 만들어
제576회 한글날(10월 9일)이 성큼 다가왔다. 세종대왕을 생각할 때마다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생겨난다. 세종대왕은 인터넷 시대, 정보화 시대까지 헤아리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한글의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구조가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맞아 더욱 진가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 언어 소통의 우열은 속도와 정확성으로 판가름 난다. 이 두 측면에서 한글을 따라올 문자가 없다.
한글, 즉 훈민정음은 만든 사람과 만든 날짜가 정확하게 알려져 있고 만든 원리를 적은 기록이 전해져 내려오는 세계 유일의 문자라고 한다. 1997년 유네스코는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해 한글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바 있다. 또한 유네스코는 세종대왕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지구촌에서 문맹 퇴치에 뛰어난 공적을 쌓은 사람이나 단체에 ‘세종대왕상’을 수여해 오고 있다.
한글의 우수성은 무엇보다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라는 점이다. 세계 언어학자들은 한글을 최고의 문자라고 극찬한다. 미국의 언어학자인 로버트 램지는 “한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문자의 사치이며,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문자”라고 극찬한 바 있다. 미국 하버드대 라이샤워 교수도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세계에 없다”고 말했다. 영국의 문화학자 존맨은 “한글은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칭송했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 대학의 플로리안 쿨마스 교수 역시 “한글이 가장 좋은 문자”라고 밝혔다.
정보화 시대의 생명인 콘텐츠의 양과 속도에서 한글의 우수성과 차별성이 돋보인다. 일본어와 중국어가 자판을 사용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한글이 얼마나 뛰어난 문자인지 알 수 있다. 그들은 먼저 영어로 발음을 친 뒤 그에 해당하는 글자를 선택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한다. 이러다 보니 비슷한 정보량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입력하고 전송하는 데 중국어나 일본어, 영어에 비해 한글의 속도가 7배나 빠르다고 한다. 한글은 글자를 쉽게 조합하거나 축약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생각하면 한글의 정보전달의 효율성은 이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한류 타고 한국어 배우려는 세계인 늘어
요즘 한류 열풍을 타고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세계 곳곳의 대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강좌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도 급증하고 있다. 각국에 개설된 세종학당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강생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인도 등 일부 국가에선 한국어를 제1 또는 제2 외국어 과목으로 공식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한글의 우수성이 알려지고 세계적으로 인기가 올라가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우리들은 일상적으로 말하고 의사를 표현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우리말에 무관심하다. 우리말을 올바르게 구사하고 있는지 스스로는 잘 알지 못한다. 오히려 무의식적으로 우리말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무엇보다 문자 메시지에서 유통되는 언어가 문제다. 요즘 문자 메시지에서는 받침이 사라져 가고 있다. 머거써(←먹었어), 아라써(←알았어), 어떠케(←어떻게), 시러(←싫어), 조아(←좋아)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어쩔 수 없이 받침을 적는 경우에도 제대로 표기하는 법이 없다. '꺽엇어' '안 햇어' 등처럼 쌍시옷(ㅆ)이나 쌍기역(ㄲ) 받침이 사라졌다. '생파' '생선' ‘엘베’처럼 지나치게 줄인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두가 편리성과 속도를 중시하다 보니 생긴 말들이다.
외래어 남용 등 우리말 파괴 심각
외래어 남용도 문제다. 요즘 ‘~바우처’ ‘~거버넌스’ ‘~센터’ 등 공공언어나 정책용어를 비롯해 ‘힐딩’ ‘업그레이드’ ‘언박싱’ 등 일상 언어까지 외래어가 넘쳐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나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외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어가 우리말을 밀어내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불필요하게 외국어를 남용한다면 민족문화와 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우리말은 점점 밀려나고 말 것이다.
스스로 관심을 갖지 않는 언어는 언젠가 소멸한다. 스스로 지키지 않는 영토는 남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소수 언어는 더욱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세계적 연구기관인 월드워치는 세계 언어의 50~90%가 금세기 말께 소멸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스스로 지키지 않는다면 영어나 중국어 등과 같은 주도적 언어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말 파괴에 대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문자 메시지 등 온라인상에서는 한글의 우수성에 의한 속도와 효율을 살리되 학교에선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균형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즉 통신언어와 공적 언어를 철저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모두가 이를 인식한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게 한다면 세종대왕도 한글날을 맞아 백성들이 한글의 우수성을 즐기는 동시에 한글의 소중함을 깨닫고 아끼는 것에 대해 흐뭇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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