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9.06 17:40
작성자 : 배상복
<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한가위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
무더웠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계절은 벌써 가을로 접어들고 어느덧 한가위 명절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곧 고향과 부모님을 찾아 먼 길을 나서고, 헤어졌던 가족이 모여앉아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장만하며 정겹게 얘기꽃을 피울 때다.
‘한가위’는 ‘추석(秋夕)’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신라의 가배(嘉俳)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3대 유리왕이 길쌈(실을 내 옷감을 짜는 일)을 장려하기 위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패로 가른 뒤 7월 16일(음력)부터 한 달간 베를 짜게 했다고 한다. 8월 보름이 되면 어느 쪽이 많이 짰는지를 가려 지는 편이 음식과 과일·술 등을 장만해 이긴 편에 사례하고 둘러앉아 함께 먹으면서 노래와 춤을 즐겼으며, 이를 가배(嘉俳)라 했다고 한다.
‘가배’는 ‘가운데’를 뜻하는 우리말 '가부·가뷔'를 한자로 옮긴 것이라고 학자들은 보고 있다. 옛 신라 지역이었던 영남에서 지금도 ‘가운데’를 ‘가분데’, ‘가위’를 ‘가부’, ‘가윗날’을 ‘가붓날’이라고 하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가부·가위’가 변해 ‘가위’가 됐고, 정(正) 중심이나 ‘으뜸’ ‘크다’ 등의 뜻을 가진 ‘한’과 결합해 ‘한가위’가 됐다고 한다.
추석·중추절(仲秋節) 또는 중추가절(仲秋佳節)이란 명칭은 ‘한가위’보다 훨씬 후대에 생긴 것이다. 한자가 전래돼 한자 사용이 성행했을 때 중국 사람들이 중추(仲秋)·추중(秋仲)이니, 칠석(七夕)·월석(月夕)이니 하는 말들을 본받아 중추(仲秋)의 '추(秋)'와 월석(月夕)의 '석(夕)'을 따 추석(秋夕)이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 유만공(柳晩恭)이 우리 세시 풍속을 소재로 지은 시 200여 수가 담겨 있는 ‘세시풍요(歲時風謠)’에는 “누렇게 익은 들녘 풍작을 감사하니, 모든 것이 새로 난 맛난 것들, 다만 원컨대 한 해 먹을 것,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黃雲野色賽晴佳, 秋熟嘗新百物皆, 但願一年平日供, 無加無減 似嘉俳)는 시가 있다.
한가위에는 햇곡식과 햇과일이 있어 어느 때보다 풍족하므로 더 바랄 게 없다는 뜻이다. “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란 속담도 있다. 옷은 시집올 때 가장 잘 입을 수 있고, 음식은 한가위 때 가장 잘 먹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1년 중 가장 풍요로울 때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 한가위는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이다.
◇강강술래
한가위 명절에 하는 대표적인 놀이가 강강술래다. 원래는 전라남도 서남해안 지방에서 부녀자들이 즐기는 놀이였다고 한다. 일설에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창안했다고 하기도 한다. 추석날 저녁달이 솟을 무렵 젊은 부녀자들이 넓은 마당이나 잔디밭에 모여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며 노래를 부르고 뛰면서 춤을 춘다. 노래 장단에 따라 춤 동작이 정해지며 둥근달 아래 추석빔으로 곱게 단장한 젊은 여인들의 원무는 아름다운 광경을 만든다. 우리나라의 신청으로 2009년 9월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줄다리기
한가위 명절에 마을 사람들이 편을 가르거나 몇 개 마을이 편을 짜서 줄다리기를 했다. 줄의 크기는 일정하지 않지만 작을 때는 수십 명이 하기도 하고 많을 때는 수천 명이 하는 경우도 있다. 볏짚으로 줄을 만들었는데 각 가정에서 짚단을 제공했다고 한다. 줄다리의 승부는 다음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농경의례의 하나로 여겨졌으며 암줄이 이기면 풍년이 드는 것으로 해석했다. 지금도 가을 초등학교 운동회 때 청백전 줄다리기 게임이 빠지지 않고 있으며 최근 영화 ‘오징어 게임’에도 등장했다.
◇씨름
한가위에 빼놓을 수 없는 놀이가 씨름이다. 한 마을에서 힘깨나 쓴다는 씨름꾼들이 체급과 나이에 상관없이 모여들면 이들을 마을의 대표 선수로 삼아 다른 마을 사람들과 겨루게 된다. 마을과 마을의 대항인지라 그 치열함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겨루기 싸움에서 이기는 편은 그해 혹은 이듬해의 풍년을 보장받기 때문에 씨름판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진다. 씨름을 가장 잘하는 사람을 장사라 했다. 장사에게는 광목, 쌀 한가마, 또는 송아지를 상품으로 주었다고 한다. 요즘도 추석 때면 열리는 ‘천하장사 씨름대회’로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널뛰기
한가위 명절에 주로 여성들이 하는 놀이다. 널빤지의 가운데에 짚단이나 가마니로 밑을 괸 다음 양쪽 끝에 한 사람씩 올라선 뒤 평형을 이루도록 한다. 그런 다음 한 사람씩 뛰어올랐다가 내리닫는 힘을 반동으로 상대방을 뛰게 한다. 널뛰기의 유래에는 몇 가지 속설이 전해 오고 있다. 부녀자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때에 담장 밖의 세상 풍경과 거리의 남자를 몰래 보기 위해 널을 뛰었다는 것이다. 옥에 갇힌 남편을 보기 위해 부인들이 널을 뛰면서 담장 너머로 옥 속에 있는 남편들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엿보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소싸움·닭싸움
두 소를 마주 세워 싸우게 하고 이를 보며 즐기는 민속놀이가 소싸움이다. 소가 무릎을 꿇거나 넘어지거나 상대 소의 힘에 밀려 도망치면 패하는 경기다. 소의 나이나 체구 등에 따라 비슷한 소들끼리 힘을 겨룬다. 지금도 경북 청도의 소싸움 대회는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한가위에 하는 놀이로 닭싸움도 있다. 싸움을 잘하는 수탉을 길러서 싸움을 시킨다. 수탉의 힘이 세지라고 좋은 것을 먹이기도 했다고 한다. 닭싸움을 구경하며 즐기기도 하고 내기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송편 만들기
한가위의 대표 음식은 송편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면서 송편을 만든다. 고려시대부터 대중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특히 추석 때 먹는 송편은 올벼를 수확한 쌀로 빚는다. 송편과 더불어 햇곡식으로 만든 음식을 조상께 감사하는 뜻으로 차례상과 묘소에 올린다. 반달 형태 등 송편 모양은 지역별로 다양하다. 예부터 처녀들이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임산부가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해서 송편 빚기에 정성을 다했다.
[참고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세시풍속사전,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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