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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강화군의 아마추어 행정… 죽비가 필요하다

작성일 : 2022.08.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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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화군 인구가 ‘턱걸이’에 성공했다. 전체 인구가 7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5월 말까지 6만 9,940명으로 ‘7만 명’ 돌파를 위해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6월에 7만 33명을 넘어섰고, 7월엔 7만 64명으로 증가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7월 현재 인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595명이 증가하고 564명이 감소해 전체적으론 31명 늘어났다. 전입 주민은 577명, 전출 주민은 481명이다. 7월 한 달 간 출생은 16명, 사망은 80명으로 집계돼 노령화에 따른 사망자 수 증가 현상이 지속됐다. 출생보다 사망이 다섯 배나 많은 것은 최대 과제다. 

강화 인구 7만 돌파, 고무적인 일

 강화군 인구가 7만 명을 넘어선 것을 계기로 군의 인구 대책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인구소멸 대응 정책에 대한 징비록이 필요하다. 정부 돈을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서다. 상징적인 예가 인구소멸 대응기금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개 지방자치단체에 올해부터 연간 1조 원씩 10년간 총 10조 원을 지원하는 ‘지방 인구감소 대응 및 활력증진 재원’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올해 5월 말까지 전국 인구감소지역 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평가한 뒤 올 8월에 기금을 확정·배분했다. 

강화군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에 지원했다. 올해 정부가 지원하는 정부 출연 지원금은 사업이 하반기에 시행된 점을 고려해 1조 원보다 적은 7,500억 원이다. 강화군 같은 기초자치단체에 75%, 인천시 같은 광역자치단체에 25%의 재원을 각각 배분한다. 강화군도 재원 확보를 위해 그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선제 대응 차원에서 지난 3월 11일 ‘강화군 인구활력 추진단’을 구성하고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를 위해 땀을 흘렸다.

필자는 올해 5월 6일 강화군청에서 열린 ‘강화군 인구활력자문단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강화군이 5월 말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최종 점검 차원에서 외부 인사의 자문을 받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런 중요한 회의를 투자계획서 제출을 목전에 두고 진행한 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회의 중 “형식적인 절차로 회의를 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된다”는 쓴소리를 했다. 외부 자문단의 고견을 들어 계획에 반영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 데 시간도 부족하고, 그럴 의지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인구활력자문단 회의 형식적, 효과 없어

더 심각한 문제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지원하는 기금을 갖고 시행할 기금사업 내용이 강화군에서 하겠다는 것인지, 남부지방에서 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특색이 없었다. ‘도시근교형 스마트농업 밸리 조성 사업’이 1순위였다. 이상기후, 고령화, 노동력 부족, 농가소득 감소 등 농업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도시근교형 스마트 팜 밸리 구축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점면 망월리 일대에 2025년까지 150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팜, 식물공장, 실습교육장, 귀농 청소년 육성 사업 등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물론 그 취지는 이해한다. 하지만, 150억 원을 들여 토마토, 딸기, 수박, 오이, 멜론 등을 심어 도시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포인트를 잘 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회의에서는 “이게 도대체 강화에 적합한 사업계획 1순위냐”는 지적이 나왔다. 강화만의 특용작물이나 특산품, 농작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딸기, 수박, 오이가 합당하냐는 지적이었다. 이런 사업으로 인구 유지 또는 확대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정부 평가 최하위… 올해 48억 확보 그쳐 

그 다음으로는 ‘세대 융합형 창업보육센터’, ‘강화 남문 안 아트몰 조성 사업’, ‘강화 남문 안 문화플랫폼 조성 사업’, ‘강화 산성 안 신문리 문화마을 조성 사업’ 등이 메뉴로 올라갔다. 강화읍 중심의 투자사업인데다 그 실효성도 의문이 들었다. 강화의 역사, 문화, 관광, 토산품을 아우르는 ‘강화형 콘텐츠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일 터인데, 그런 점은 쏙 빼고 지역 특색이 없는 무색무취의 사업계획서를 마련한 것이다. 

강화는 군사지역이자 도서지역이다. 농어촌 지역과 수도권 인접 지역,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이라는 특색을 살린 미래지향적 계획이 필요하다. 예컨대 가곡 ‘그리운 금강산’의 작사·작곡가가 강화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기념관 유치를 통해 문화관광벨트를 조성한다든지, 인삼·쑥·순무를 살린 바이오 벨트를 조상한다든지, 은퇴자 지식인 타운을 조성해 인구 유입 모델을 만든다든지, 뭔가 강화다운 냄새가 나야 하는데 그런 점이 빠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부끄러웠다. 최근 행안부가 최근 발표한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계획 평가’에서 강화군은 꼴찌 등급인 E등급을 받은 것이다. 강화군은 올해 48억 원, 내년 64억 원 등 112억 원을 지원 받는데 그쳤다. 반면 최고 A등급을 받은 충남 금산군, 전남 신안군, 경북 의성군, 경남 함양군 등 4곳은 올해 90억 원, 2023년 120억 원 등 2년간 지역별로 210억 원을 받는다. 강화군이 확보한 지원액의 두 배에 이른다. 사업계획서를 보면 강화군은 그나마 지원 대상에 포함된 것이 다행일 정도다.
 
강화 특색 반영한 인구대책 새로 짜길

최우수로 뽑힌 지자체는 철저히 지역 환경과 여건을 감안한 계획으로 승부를 걸었다. 사업의 우수성, 계획의 연계성, 추진체계의 적절성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까닭이다. 금산군은 지역 산림자원을 활용해 도시민의 힐링·치유 콘셉트를 부각한 ‘힐링·치유형 워케이션·농촌유학 거점 조성 사업’이 돋보였다. 신안군은 유입인구 정착지원을 위한 섬살이 교육전문센터 ‘로빈슨 크루소 대학’을 구축해 폐교 활용 교육시설을 내걸었다. 반면 강화군은 ‘스마트팜’을 대표 선수로 내걸었으니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지방 행정도 머리싸움이다. 주먹구구식 행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7월 1일 새로 민선 자치가 시작됐고, 강화군과 강화군의회도 새로운 출발을 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 투자 계획은 ‘아마추어’였다.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특색 없는 인구소멸대응 행정으론 인구 7만 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강화에 맞는, 강화만의 특색을 살린 인구 활력 대책을 새로 짜야 한다. 특정 업체에 용역을 맡겨 급조할 일이 아니다. 정부의 이번 평가 결과를 자성의 죽비(竹篦)로 삼아야 한다. 중지를 모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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