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8.10 14:05
작성자 : 양영유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민심은 물과 같다. 민심은 물과 같아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순자는 이를 “수즉재주(水則載舟), 수즉복주(水則覆舟)”라고 했다. 민심을 얻은 권력은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기착지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민심을 얻지 못한 권력은 거친 파도에 배가 뒤집힐 수도 있다. 이런 통치의 이치는 동서고금은 물론 인공지능(AI)시대라는 첨단 디지털시대에도 통용되는 금언이니 참으로 경이롭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그만큼 민심은 소중하다. 한 가정에서 가장이 가족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집안이 어떻게 되겠나. 한 마을에서 이장이 동네 주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마을이 어떻게 돌아가겠나. 이는 군수·도지사·시장은 물론 국가의 리더인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맹자는 이를 “민위귀(民爲貴), 사직차지(社稷次之), 군위경(君爲輕)”이라고 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다음이 나라이고, 임금은 기중 가벼운 존재”라는 뜻이다. 백성 앞에서는 그 어떤 권력도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일 터다.
그렇지만, 벼슬자리에 오른 이들은 이런 세상의 이치를 간과한다. 일단 권력을 차지하면 겸양지덕(謙讓之德)을 잊는다. 마치 벼슬자리가 영원한 것인 듯 착각한다. 그러다 보면 민심을 소홀히 하는 행정을 펴는 우(愚)를 범하기 쉽다. 민심이 곧 천심인데 민심을 한낱 들판의 잡초로 여기는 거만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교훈은 역사가 숱하게 보여주지 않았나. 벼슬아치가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만이 옳다는 허상에 빠지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덫에 걸리면 그 공동체의 운명은 암울하다. 벼슬이 염치를 삼켜버린 결과다.
정약용 “벼슬아치는 백성 두려워해야”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벼슬아치가 두려워해야 할 네 가지를 꼽았다. “권력 당국, 감독기관, 하늘, 백성”이다. 이 네 가지 중 가장 두려워야 할 대상은 역시 백성이다. 백성을 벼슬자리의 중심에 두고 일을 하면 권력 당국도, 감독기관도, 하늘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까닭이다. 백성은 곧 국민이다. 위대한 백성의 나라는 곧 위대한 국민의 나라이다. 이는 전 세게 어느 공동체, 어느 국가에도 적용돼야 할 진리다.
그런데 그 진리는 현실화하기 어려운가 보다. 모든 공동체의 리더들도 그런 노력을 하고는 있겠지만, 실상 민심의 평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 중앙정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이슈도 그런 예로 볼 수 있다. 정책을 발표하기 전에 민심은 어떤 항해를 원하는지를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데, 돌출적으로 이슈를 툭 던지는 예가 잇따르고 있다. 정책 아이디어→공론화→여론 종합→정책 입안→발표의 순서가 되어야 하거늘, ‘역주행’이 툭툭 벌어진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이 대표적이다. 만 6세 취학을 만 5세로 낮추는 것이 골자인데, 너무 급진적으로 발표하다 보니 국민의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 당장 젊은 엄마들이 반발하자 유치원연합회와 초중등, 정치권까지 민심의 거친 파도를 만들고 있다. 박순애 장관은 ‘만 5세 취학’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입에 물고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처지에 몰렸다. 민심을 먼저 살폈어야 하는데 교육을 쉽게 보았는지 먼저 툭 던져 놓았다. 그러고선 민심의 반발이 거세지자 공론화 등을 거쳐 여론을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옹색한 입장을 내놓았다.
“만 5세 취학” 혼란, 여론 무시한 탓
‘만 5세 취학’ 정책의 대혼란은 무엇보다 박순애 장관의 책임이 크다. 자신을 둘러싼 음주운전, 논문 논란, 자녀 입시 의혹, 조교 갑질 의혹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해 역대 정부도 건드리지 못한 만 5세 취학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덥석 입에 문 형국이다. 감자를 입에 물기 전에 잘 고르고 잘 씻고 잘 익힌 다음 어느 정도 식은 다음 먹어야 하는데 순서가 뒤죽박죽된 것이다. 감자를 잘 골랐는지, 잘 씻었는지, 잘 익혔는지도 모르는데 국민이 뜨거운 감자를 덥석 먹을 수 있겠나.
‘만 5세 입학’ 정책은 중앙정부의 섣부른 행정의 표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관, 차관, 차관보, 사회수석까지 모두 행정 전문가를 자처하지만 교육과는 사실상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온 이들이다. 박 장관은 행정학자로 교육 정책 경험이 거의 없고, 장상윤 교육차관은 국무조정실 출신이고, 이상원 교육차관보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게다가 대통령실의 교육정책을 맡고 있는 안상훈 사회수석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출신이다. 이런 라인업에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맡겼다는 자체가 교육을 너무 쉽게 여긴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강화 군정도 민심 살피며 전문화를
민심이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순자의 말은 강화 군정(郡政)에도 적용된다. 강화군민의 여론과 민심을 잘 살피고, 그에 맞는 행정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8월 1일자로 강화군에 부군수가 새로 부임하고 일부 면의 면장도 바뀌었으니 더더욱 가슴에 새겨야 할 교훈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민심을 얻지 못하면 독(毒)이 될 수 있는 게 행정이다. 따라서 벼슬을 이용한 치적 쌓기에 집착하면 그 자리가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강화군의 행정 중 인상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카카오톡을 활용한 ‘강화군청’ 채널이다. “함께 만들어요! 풍요로운 강화!”를 모토로 다양한 강화군 내 생활 소식과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강화군 전체 주민 약 7만 명 중 3만 명 가까이가 채널에 가입했다니 대단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이용해보니 콘텐츠가 그리 다양하지도, 신속하지도 않은 단점이 있다. 물론 처음부터 만족할 수는 없지만, 이왕 여론 수렴과 정보 제공 창구로 만든 거라면 더 알차게 다듬어야 한다. 담당 공무원의 라인업이 전문화되어 있는지부터 점검하고, 콘텐츠 품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강화군에 ‘수즉복주(水則覆舟)’ 행정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인기영합 행정만 해서도 안 된다. 민심이 배를 띄우는 ‘수즉재주(水則載舟)’ 행정을 많이 개발해 전국적인 모델로 키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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