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7.05 17:08 수정일 : 2022.07.05 17:10

<양영유 前 중앙일보 논설위원 /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혁신(革新)이라는 단어는 강렬하다. 국어사전에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한자 훈을 액면대로 풀면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가죽을 새롭게 하려면 품이 많이 든다. 그래서 동물의 가죽을 벗겨 만든 제품을 피혁(皮革) 제품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가죽을 의미하는 피(皮)와 혁(革)은 차이가 있다.
혁신의 革은 “새롭게 만든 가죽”
중국 후한시대에 허신(許愼)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이렇게 기술했다. “피(皮)는 단순히 짐승의 가죽을 벗긴 것(剝取獸革者, 謂之皮)이고, 혁(革)은 짐승의 가죽에서 털을 다듬어 없앤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혁은 고친다는 뜻(獸皮治去其毛曰革, 革, 更也)”이라는 의미다. 동물의 가죽인 피(皮)를 무두질해 요긴하게 쓰는 것이 가죽이니 혁(革)은 새롭게 만든 가죽이다. 그래서 “옛것을 보내고 면모를 일신 한다”는 뜻으로 쓰였다는 얘기가 일반적이다.
일설에는 혁신의 혁은 말의 안장을 뜻한다고도 한다. 말의 안장(鞍裝)은 기마시대엔 생명처럼 소중한 도구였다. 안장이 허술하면 불편하고 전투에서도 필패(必敗)할 수 있다. 그래서 혁신은 “말안장을 바꾼다”는 뜻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안장을 통째로 바꾸는 것은 그만큼 모든 것을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역(周易)에는 혁(革)을 “옛것을 보내는 것(去故也)”이라고 했으니, 안장을 바꾼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닌 듯하다. 서양에서도 혁신은 새롭게 하는 것이나 새로움의 창조를 뜻한다. 영의의 혁신(innovation)이란 단어의 어원은 갱신·쇄신·개선을 뜻하는 라틴어 ‘인노와티오(innovatio)’에서 유래했다.
옛말을 빌려 혁신이란 단어를 설명한 것은 ‘새롭게 바꾸는 것’이 그만큼 고단한 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집안의 관습과 관례를 바꾸는 것도 어려운데, 나라의 틀과 일의 절차를 바꾸는 일은 어떻겠나. 하지만 국가의 미래, 지역의 미래, 고향의 미래를 위해선 일머리를 바꾸고, 일의 틀을 바꾸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 혁신의 호기를 놓치면 국가·지역·고향의 미래가 그만큼 어두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은 고단한 일이지만 지금이 적기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가 7월 1일 출범한 현재가 혁신의 적기(適期)다.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226개 시·군·구 단체장, 지방의원들은 일제히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주목한 할 점은 대대적인 권력 교체다.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11개 지역의 권력이 바뀌었다. 이 같은 권력 교체는 혁신·쇄신·갱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옛것을 몽땅 지우고 새것만 고집하는 것은 금물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도 중요하다.
지난 2018년의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14곳을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했다. 반면 여야가 바뀐 이번 6·1 지방선거에서는 12곳을 여당인 국민의힘이 차지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북·전남·제주 등 5곳에서만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다. 그런 상황이니 다시 풀뿌리 지방자치의 의미를 되돌아봐야 한다.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처음 시행된 1995년 이후 올해까지 27년이 지났지만 지방자치를 둘러싼 문제는 여전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살림이 엉망이다. 자치단체장들의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행정, 선심성 재정 운영, 지방의회의 무기력한 견제 등이 얽히고설켜 지방 살림이 말이 아니다. 전국 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8년 53.4%에서 2021년 48.7%로 추락했다. 특히 군(郡) 단위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평균 17.3%에 불과하다. 심지어 재정자립도가 10% 이하인 곳도 46곳이나 된다. 제 살림으로 공무원 월급도 줄 수 없는 상황이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전국 자치단체의 올해 순 채무는 무려 31조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27조 5,000억 원보다 3조 4,000억 원이나 불어난 수치다.
저출산·고령화 사회 맞는 고급 행정 필요
이대로는 자치단체가 존속하기 어렵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지방 소멸 위기’ 강풍이 몰아치고 있는데도 아직도 둔감한 곳이 많다. 중앙정부에 기대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하고 방만한 행정을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전국의 자치단체가 총 29조 원을 투입해 지은 공공시설의 90%가 적자에 허덕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용자가 하루 평균 100명도 안 되는 곳이 전국적으로 436곳이나 되는 데 관련 인력은 계속 증가했다. 이런 불합리가 어디 있나.
우리 강화군도 민선 8기 시대의 행정을 잘 다듬어야 한다. 유천호 군수 체제가 이어져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관성에 젖어 혁신을 등한시하면 나태해지고 변화에 뒤질 수 있다. 행정의 효율화, 인력의 적재적소 배치, 미래 강화를 위한 통 큰 전략과 비전, 그리고 공무원의 실력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강화군 행정을 강화 공무원의 눈높이에만 맞춰 시행하면 현상 유지는 할 수 있어도 전국 최고가 될 수는 없다. 품격 있는 고급 행정, 선진국형 미래 행정을 통해 전국에서 벤치마킹 오는 강화군을 만들어야 한다.
강화군도 선진행정으로 전국의 모델이 되길
유천호 군수는 취임사에서 ▶강화~계양 고속도로 강화기점 우선 건설 등 지역 성장기반 시설 확대 ▶문화·복지시설 확충 ▶다 함께 누리는 복지, 사회 안전망 구축 ▶미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농·축·수산업 육성 ▶생동하는 지역경제 활성화 ▶수도권 최고의 관광·힐링도시 구현 등을 제시했다. 공약이 굵직굵직하고 방향도 잘 잡았다. 문제는 액션플랜이다. 더 세밀히 짜야 한다. 강화군의 재정자립도는 14.5%로 전국 153위 수준인 점도 감안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교부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운신의 폭이 좁다.
결국 지역경제 활성화와 교육인프라 확충, 관광 활성화 등 촘촘한 계획이 절실하다. 앞으로 4년간 군정의 승부를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수 유지·확대에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유천호 군수는 “오직 강화군의 발전과 군민 행복만을 바라보며 없는 길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군수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공무원들이 더 멀리, 더 높이 군정을 바라보고 설계할 수 있도록 스스로 실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없는 길,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할 수 있다. 물론 군청도 공무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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