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6.28 15:05
작성자 : 배상복
<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국회의원의 ‘짤짤이’ 논란 아직도 진행 중
비속어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비속어를 사용해 파장이 일었다. 소위 ‘짤짤이’ 논란이다. 화상회의 도중 성적 비속어인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이것이 쌍디귿으로 이루어진 비속어가 아니라 ‘짤짤이’(주먹에 동전을 넣고 하는 노름)란 말을 한 것이라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그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것이 쌍디귿으로 이루어진 ‘○○이’든 ‘짤짤이’든 누구보다 언행에 조심하고 모범이 돼야 할 정치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러한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그 스스로 자신의 인격을 깎아내리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처럼 점잖은 자리에서는 쓸 수 없는 비속어를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적지 않다. 비속어의 개념을 잠시 살펴보면 통속적으로 쓰이는 저속한 말을 일반적으로 속어(俗語)라고 한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사용되면서도 정통 어법에서는 벗어난 말을 가리킨다. ‘죽사발(묵사발), 그놈, 양아치, 조진다, 쪽팔린다, 떡 됐다, (~의) 밥이다, (내가) 쏜다, 못해먹겠다’ 등이 이런 속어라 할 수 있다.
속어는 정식 대화의 언어나 문장어(文章語)로서는 선뜻 내키지 않지만 친구나 또래 등 친근한 사이에서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 ‘짱짱하다, 긁는다, (~를) 깼다, 망했다, 국물도 없다, 죽치고 앉아 있네, 부스럭지(부스러기)를 얻어먹는다, 박살 났다. 골로 갔네’ 등도 거친 표현으로 격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넓게는 속어에 포함할 수 있다.
속어보다 더 비천한 느낌을 갖게 하며 욕설로 느끼게 하는 것은 비어(卑語)라고 한다. ‘대가리(대갈통), 마빡, 상판때기, 주둥이(아가리), 다리몽댕이, 처먹는다, 닥쳐라, 뒈진다’ 등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는 말이 비어다. ‘개돼지’ ‘죽여버리겠다’ 등 막말도 이러한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 며칠 전에는 한 자치단체장 당선인이 시의회 직원들에게 “확 죽여버릴라”라는 말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속어와 비어를 아울러 비속어라 부른다.
이런 말들은 친숙한 사이에서는 친밀감의 표현이 되기도 한다. 또래 사이에서는 소속감을 나타내기 위해 일부러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자신들만이 알아듣는 은어(隱語)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비속어는 듣는 사람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한 경우가 더 많다. 요즘은 SNS나 카톡 등 문자 메시지를 타고 이러한 용어들이 더욱 번지고 있다. 인터넷 댓글을 보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비속어가 적지 않다.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이러한 말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연예인도 있었다.
이 밖에도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이는 비속어로는 ‘꼴통’과 ‘또라이’가 있다. 이 말들은 최근 진보와 보수 세력이 대립하면서 상대를 싸잡아 비난하는 말로 자주 쓰였다. ‘또라이’는 좀 모자라는 듯한 사람이나 정신이 나간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뜻보다는 상대에 대한 화풀이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가)돈+아이’에서 ‘또라이’가 됐다는 게 가장 개연성 높은 추측이다. 꼴통은 머리가 나쁜 사람을 이르기도 하지만 주로 꽉 막힌 사람이란 뜻으로 쓰인다. 두뇌를 말하는 ‘골’에 물건을 담는 도구를 의미하는 ‘통’을 붙인 ‘골통’이 변화한 것이다.
‘삥땅’도 종종 쓰이는 비속어다. 공금을 횡령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돈의 일부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화투 놀이의 하나인 ‘섰다’에서 쥐고 있는 두 장의 화투장 가운데 하나가 솔인 끗수를 ‘삥’이라 하고 같은 짝 두 장으로 이루어진 패를 ‘땡’이라 하는데 이 둘이 합쳐지면서 ‘삥땅’이 된 것이 아니냐는 사람도 있으나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다. “삥쳤다”처럼 줄여서 ‘삥’으로 쓰기도 한다.
‘짬밥’을 비롯해 ‘갈참’ ‘ 각잡다’ 등 군대에서 나온 속어나 은어가 일반인들의 사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짬밥’은 군대에서 먹는 밥이나 버린 밥을 가리키며, 먹고 남은 밥을 뜻하는 잔반에서 온 말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갈참’은 이제 곧 제대하고 나갈 고참을 의미한다. ‘각잡다’는 모포 등을 갤 때 각이 서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왔으며, 자세를 똑바로 하는 것에까지 쓰인다.
경찰을 이르는 말인 ‘짭새’란 말도 예전에는 많이 사용됐다. 1980년대 군사정권 아래에서 대학에 다닌 사람들은 ‘짭새’의 의미가 바로 와닿을 것이다. 10·26 이후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질 즈음 많이 쓰이던 말이다. 그때는 주로 사복을 입고 교내에 들어와 데모하는 학생을 연행해 가는 경찰을 일컫는 말이었다. 경찰의 애칭인 ‘포돌이’처럼 ‘잡다’의 ‘잡’과 돌쇠 등에 쓰이는 ‘-쇠’가 결합해 ‘잡쇠’가 되고 ‘짭새’로 변했다고 보기도 하고, 경찰 마크인 독수리를 비하해 부르는 이름이라 보기도 한다.
그리 나쁘다고 할 수는 없는 말이지만 허우대나 가슴을 뜻하는 ‘갑빠’도 종종 쓰이는 비속어다. ‘갓빠’ 또는 ‘갓바’라 부르기도 하는데, 포르투갈어 카파(capa)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가빠’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파’는 비가 올 때 사람의 어깨에서 무릎 위까지 걸치는 망토나 가구, 기구를 덮는 보호막 등을 뜻하는 말이다. 카파를 입으면 본래의 몸체보다 커 보이고 듬직해 보인다는 이유로 체면·외양·체격·가슴근육 등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어느 사회에나 존재하는 이런 언어는 세태를 반영하거나 문화적·사회적 특성을 띠기도 한다. 언어생활에 활력이 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듣는 사람에게 혐오감과 모멸감을 주는 것이 적지 않다. 이런 비속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격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모두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 특히 심한 비속어는 청소년들에게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을 준다. 어른들이 이런 비속어를 마구 쓴다면 청소년들이 일상대화나 인터넷에서 즐겨 쓰는 ‘열라, 졸라, 절라, 개○○’ 등 일그러진 말을 타이를 구실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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