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8.23 11:56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국민을 대신해서 일하는 일꾼을 뽑는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민의 일꾼을 칭하는 표현 중에 ‘선량(選良)’이라는 말이 있다. 선량은 ‘뛰어난 인물’이라는 뜻으로 중국 한(漢)나라 때 생긴 말이다. 조선시대에는 과거 급제자를 의미했고, 지금은 국회의원을 선량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선량들이 국회에서 하는 행태를 보면 선량이라는 용어가 무색하다.
도백(道伯)은 광역자치단체장을 의미한다. 도백은 조선시대에 둔(屯), 각 도(道)의 으뜸 벼슬이다. 각 지방의 경찰권·사법권·징세권 같은 절대적인 행정 권한을 가진 종이품 벼슬을 의미한다. 도백이 가렴주구(苛斂誅求)를 하면 지방의 백성들은 배를 곯고 민심은 피폐해진다. 그만큼 지방행정이 중요한 것이다. 전국의 도지사와 광역시장인 도백은 예나 지금이나 권한이 막강하다.
고을의 원(員)이나 수령 등의 외직 문관을 통틀어 이르는 말은 목민관(牧民官)이다. 목민관은 백성을 다스려 기르는 벼슬아치라는 뜻이다. 지금은 기초자치단체장인 군수나 구청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牧民心書)’를 통해 고을 수령들이 지녀야 할 덕목을 꼼꼼하게 적었다. 정약용은 ‘법과 민생’을 제1 원칙으로 제시했다. “수령은 백성의 마음을 이해하고 불의가 생기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관리들이 백성을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항상 법을 지켜야 한다.” 백성과 수시로 소통하며 민생을 챙기고 완장 찬 관리들의 일탈을 경계하라는 뜻이다.
선량, 도백, 목민관은 모두 국민의 일꾼
정약용은 고을 원님들의 으뜸이 되는 책무로 백성의 의식주 해결을 제시했다. “농사는 식생활의 근본이고(農者食之本), 양잠은 의복생활의 근본이다(桑者衣之本). 따라서 백성들에게 뽕나무 심기를 권장하는 것은(故課民種桑) 수령의 중요한 임무다(爲守令之要務).” 이를 현대에 적용해도 의미심장하다. 목민관은 기업 활동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살찌워 지역 주민의 살림살이를 풍성하게 하는 것을 으뜸의 책무로 삼아야 한다. 지역경제가 살지 않으면 일자리가 줄어들고, 주민들이 둥지를 떠나게 되고, 결국 인구가 줄어들어 지역이 소멸하게 되니 정약용의 지혜가 다시 새롭게 느껴진다.
선량과 도백, 목민관은 사실 의미는 같다고 볼 수 있다. 선량도, 도백도, 고을 수령도 목민관이요, 임금도 목민관이다.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군수는 물론 대통령도 목민관이라는 의미다. 국민을 위해 일을 하라고 뽑은 목민관은 품성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 이렇게 썼다.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관의 벼슬만은 구해서는 안 된다(他官可求 牧民之官 不可求也).” 백성의 민생을 보살피는 목민관의 자리는 그 어떤 자리보다도 책무가 막중하니, 희생의 마음 없이 그저 입신양명을 노리고 자리를 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6·1 지방선거전 돌입, 지역 목민관 중요
이제 지방의 목민관을 뽑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 열전이 시작됐다. 향후 4년간 내 고장의 살림을 책임질 지역 일꾼을 뽑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장과 226개 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 후보들이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내 아이와 내 손주의 교육을 책임질 17개 시도교육감도 함께 뽑는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이자 대의 민주정치 발전의 핵심이다. 선거를 통해 일 잘하는 자치단체장과 이들을 감시할 지방의원을 잘 뽑아야 지역이 발전하고 인구가 늘어난다. 게다가 지방정부의 권한은 더 강해졌다. 올 1월 지방자치법이 전면 개정돼 목민관이 갖는 예산집행권, 인허가권, 인사권이 더 강화됐다. 그만큼 지역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이다. 지방선거가 총선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살림 엉망인데 ‘퍼주기’…공약 잘 봐야
하지만 지방자치가 본격 도입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참 일꾼’을 뽑는 민주주의의 축제인데 중앙정부 선거처럼 포퓰리즘과 흑색선전이 난무한다. 후보자의 됨됨이나 일 잘할 능력을 보기보다는 정치적 흑색선전에 현혹되는 구태가 재연되는 양상은 안타깝다. 유권자들의 냉정한 의식에만 호소하기에는 선거 자체가 너무 혼탁하다. 가장 큰 문제는 공약(空約)이 될 공약(公約) 남발이다. 지역의 살림이 거덜 날 지경인데 곳곳에서 퍼주기 선심성 공약이 춤을 춘다.
전국 자치단체의 살림은 열악하다.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 자립도는 2021년 기준으로 48.7%에 불과하다. 2017년 53.7%가 최고점이었는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일부 자치단체는 재정 자립도가 20%도 안 돼 자체적으로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빈 곳간은 국민 세금으로 중앙정부가 메워주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돈이 샘물처럼 솟아나는 듯 ‘공짜 나눠주기’ 공약으로 유권자를 현혹한다. 엄연한 매표행위이자 지역경제를 거덜 나게 하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강화군민도 후보 능력·됨됨이 잘 살피길
우리 강화군민들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당장 귀를 솔깃하게 하는 사탕발림 공약에 소중한 한 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 누가 강화발전을 위해 진정한 목민관이 될 사람인지를 차분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 번도 논두렁에 나와 보지 않던 사람들이 모내기 철을 맞아 논으로 인사 다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진심 어린 인사인지, 한 표 달라고 그때뿐인 조아리기인지 주민들은 잘 알 것이다. 선거 공보물이 집으로 배달되면 군수 출마자, 군의원과 시의원 출마자(이번 선거에는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가 무투표 당선돼 시의원 출마자 공보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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