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8.23 11:56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인구 6만9780명 중 20대 1만213명
전체의 15% 불과한데 계속 감소해
중앙시장 ‘청년몰’ 등 사실상 사라져
청년정책과 등 특별 조직 신설 필요
강화 비에스종합병원에 산부인과가 생긴 것은 고마운 일이다. 어르신 건강 문제로 비에스병원을 자주 가는 상황이 있었는데 진료과가 하나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산부인과 오픈 준비 중’이라던 안내문이 인상적이었는데 마침내 진료를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강화의 가임여성들은 산부인과가 없어 김포·인천·서울로 원정을 다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물론 예전에도 강화터미널 옆 편에 산부인과가 하나 있었다. 하지만 간판만 있었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고객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올 3월 강화에서는 24명이 태어났다. 한 명 한 명 아기가 귀중하다. 3월 한 달간 사망자 수는 92명이다. 강화군 전체에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네 배 가까이 많은 것이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이다. 그런 점에서 비에스병원에 산부인과가 생긴 것은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 강화군 인구통계를 보니 3월 한 달 동안 21명이 줄었다. 3월 말 기준 강화 총 인구는 6만9780명이다. 사망자가 많으니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바로 전출입 통계다. 3월엔 706명이 전입했고, 661명이 전출했다. 들어오는 사람이 약간 많지만 661명이나 강화를 빠져나간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3월 24명 태어나고 92명 사망
연령별 전출자 중에서 20대가 가장 많다. 75명이 강화를 떠났다. 전체 강화인구 중 20~29세 청년은 1만213명이다. 올 2월 1만288명보다 3월엔 75명이 줄어든 것이다. 20~29세의 청년 인구는 강화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하다. 이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산부인과를 찾고, 아이를 낳고, 학부모가 되는 과정은 곧 강화의 미래와 같다. 청년들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어야 강화의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애향심만 호소할 수는 없다. 청년들이 일자리가 있어야 고향을 지킬 수 있어서다.
요즘은 청년들이 가업을 잇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강화의 특성상 농업·어업·임업·상업 등이 가업의 종류로 제한적일 수 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것도 아니니 청년들이 도시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인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지인이 찔끔 전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강화군 차원의 종합적인 청년 대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최근에 군민의 생활문화공간인 ‘강화군 행복센터’가 문을 연 것은 산부인과만큼이나 반가운 일이다. 어린이 실내 놀이시설인 ‘강화행복 키즈 카페’는 특히 젊은 부부에게 인기가 좋을 듯하다. 청년들이 찾을 만한 공간은 군 장병 휴식공간과 탁구장 정도일 것 같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가능하다지만, 청년을 배려한 흔적은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강화의 청년들도 고향에 살고 싶어 한다. 필자는 그 가능성을 2017년 출범한 ‘청년몰’에서 본 적이 있다. 당시 중앙시장에는 청년 상인이 점포 20곳을 모아 야심차게 영업을 시작했다. 인테리어와 디자인도 화려했고 푸드 코너와 휴게 공간, 소형 무대까지 갖췄다. 정부와 강화군이 각각 5억 원씩 10억 원을 지원했다. 당시 강화군청은 “청년 상인들의 열정이 중앙시장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면 뭐하랴. 장사가 안 되니 청년들이 버틸 수 없었다. 대부분 문을 닫은 청년몰은 지금 을씨년스럽다.
청년몰 실패, 화덕피자도 문 닫아
강화 풍물시장의 청년 상가도 비슷하다. 2층에 있던 화덕피자도 문을 닫았다. 풍물시장에 갈 때마다 20대 청년들이 만든 색다른 화덕구이 피자를 즐기곤 했었다. 종류도 다양했다. 고르곤졸라, 마르게리타는 물론 강화 속노랑 고구마를 넣은 고구마 피자, 인삼과 약쑥 피자도 있었다. 바로 옆엔 순대국과 밴댕이 음식점이 있었다. 피자와의 조화가 오묘했다. 풍물시장을 찾는 이들은 그런 현대와 전통의 만남이 신기한 듯 청년들에게 힘을 보태줬다. 그러나 역시 문을 닫았다. 2014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전통시장과 피자가게의 만남’이 화제가 돼 중앙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화덕피자였다.
청년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강화 상권이 중장년층 위주고 특히 노년층이 많다 보니 청년들의 의지가 잘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15%에 불과한 강화의 20대는 대도시에서 소비하거나 온라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소비하는 트렌드가 강했다. 그러다 보니 청년 상인들이 청년 소비자를 붙잡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강화군의 지속적인 지원과 활로 개척을 위한 열정 부족이다. 물론 강화군 차원에서도 청년몰을 살리려고 노력했고, 청년 상인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요식 행정’은 아니었는지 자문해 볼 일이다.
청년이 고향에 머물 파괴적 행정 필요
사실 강화군에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 군사보호지역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도 있어 공장이나 기업 유치도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런 환경 탓을 하며 계속 소극적 행정으로 임해서는 강화의 미래가 없다. 이제는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과감한 청년 유치 정책과 지원 정책, 인쇄 메일 스크랩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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