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8.23 13:42
대장이 보내는 위험신호
변비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특히 활동량이 적은 고령층은 변비가 만성화하기 쉽다. 고령층 4명 중 1명은 변비라는 보고도 있다. 대개 식사량이 줄어 대변을 몸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약해져 배변이 힘들 뿐이라고 가볍게 넘긴다. 변비는 증상 그 자체보다 후폭풍에 더 무섭다. 돌처럼 단단하게 뭉친 대변이 장 속에 쌓이면 장폐색·복막염·게실염·치질 같은 합병증을 야기한다. 변비를 사소하게 여겨서는 안되는 이유다.
만성 변비는 대장이 보내는 위험신호다. 변비는 작은 불씨와 같다. 조용히 세력을 넓혀 가다 어느 순간 불길이 치솟으면서 치명적인 손상을 초래한다. 가장 흔한 합병증은 치질이다. 대변이 장 속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대변이 딱딱하게 변한다. 이를 몸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강하게 힘을 주는 과정에서 항문 주위 혈관이 자극을 받아 치질이 생긴다. 대변이 나오는 과정에서 항문 점막이 찢어지기도 한다.
대장암으로 없던 변비 생기기도
고령층에게 변비는 치명적이다. 대변이 배출되지 않고 계속 대장에 쌓이면서 변비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결국 돌처럼 딱딱해진 변이 장을 압박하면서 장폐색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변의 부피가 점점 커져 장이 늘어나는 거대 결장이나 장벽이 찢어지는 장 천공, 뚫린 구멍으로 변이 새어나와 오염돼 염증이 생기는 복막염으로 악화한다.
대변을 규칙적으로 잘 본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대장은 수축·이완을 반복하는 연동운동으로 대변을 항문까지 이동시킨다. 그런데 배변할 때 적어도 4번 중 1번은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배변 후 잔변감이 있거나, 손가락으로 아랫배를 누르는 등 부가적인 처치가 필요하다면 의학적으로 변비를 의심한다.
만약 갑작스럽게 없던 변비가 생겼다면 특히 주의한다. 대장암일 가능성이 있어서다. 변비가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임상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대장암이 생기면 암세포가 증식하면서 장 내부가 좁아져 급성으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대변의 굵기도 전보다 가느다랗게 변한다. 대장항문학회에서 대장암 환자 1만7415명을 추적 조사했더니 7명 중 1명은 대장암 진단 전 변비로 고생했다는 보고가 있다. 만 50세 이상으로 식이 조절이나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줄었거나 혈변을 봤다면 대장암을 감별진단할 수 있는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고령층 변비는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바로 2차성 변비다. 당뇨병을 오래 앓으면 대장의 운동 반응이 느려지고 대변의 대장 통과 시간이 길어지면서 변비가 생기는 식이다. 당뇨병 환자는 대장의 위장관 운동을 조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가 정상인의 40% 수준이라는 보고도 있다. 뇌졸중·파킨슨병·치매 등 신경계 질환도 마찬가지다. 장운동과 배변 활동에 관여하는 위장 신경계가 손상돼 원활하게 배변하지 못한다.
치료를 위해 먹는 약이 변비를 유발하기도 한다.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칼슘 통로 차단제(CCB)가 대표적이다. CCB는 원래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근 수축력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마약성 진통제나 항우울증 치료제, 알루미늄 성분이 포함된 제산제 등도 변비가 잘 생긴다. 약으로 인한 변비는 치료제를 바꾸거나 용량을 줄인다. 그래도 2차성 변비로 힘들다면 대변을 부드럽게 하거나 장 운동을 촉진하는 변비약으로 증상을 완화한다.
토끼 똥 변비는 자극성 변비약 복용하면 더 악화돼
특히 약국에서 판매하는 변비약은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변비약의 80% 이상은 장 점막을 직접 자극해 배변을 유도하는 자극성 변비약이다. 변비 약을 먹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변이 쏟아져 속은 가볍다. 문제는 일시적으로 변비 증상을 완화할 뿐이라는 점이다. 변비 초기부터 복용하면 약효가 점점 떨어진다. 특히 스트레스성 장 경련으로 토끼 똥 모양의 변이 떨어지는 경련성 변비에는 자극성 변비약이 변비를 악화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변비약은 자극이 약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써야 한다. 약효는 느리지만 장기간 복용해도 장 기능 저하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이 적다.
생활습관을 고쳐 변비 증상을 완화할 수도 있다. 며칠에 한 번 씩 몰아서 변을 보거나 변의 굵기가 가는 사람은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통곡물이나 해조류, 과일, 채소 등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을 통과할 때 장 내벽에 달라붙은 유해균이나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대변의 양을 늘려 변비 증상을 완화한다. 다만 변비라고 식이섬유을 많이 먹으면 복부에 가스가 차 부글거리는 복부 팽만감으로 속이 불편할 수 있다.
참고로 주 1회 이상 완전 자발적 배변 횟수를 늘려 변비 완화에 효과가 있다고 확인된 식품은 키위·프룬 정도다. 떫은맛을 내는 탄닌이 포함된 덜 익은 감·바나나 등은 장 점막 수축을 야기해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수분 섭취도 필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공복 상태에서 물을 충분히 마시면 장 운동이 활발해져 대변 보기가 수월해진다. 특히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릴 땐 하루 1.5L 이상 물을 충분히 마셔줘야 한다. 식이섬유로 덩치를 키운 대변을 물이 부드럽게 만들어줘 대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변비 완화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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