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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복의 우리말 산책] 세계 유일의 인사법 “밥 먹었어요”

작성일 : 2021.09.3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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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복 작가 /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밥 먹었어요는 외국인들이 의아해하는 인사

한국인에겐 총체적으로 건강과 안위를 묻는 말

 

외국인들이 신기해하는 우리 인사법 가운데 하나가 밥 먹었어요. 한국인들은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때마다 밥 먹었어요?”라는 인사를 건넨다. “밥 먹었어요는 친근한 사람들 사이에서 주고받는 우리의 일상적 인사법이다. 이 말이 입에 배어 있다 보니 외국인을 만날 때도 밥 먹었어요라고 묻는다. 이런 인사에 기분이 좋지 않다는 외국인도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 우리보다 경제력이 약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이런 인사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고 토로한다. 마치 매일 밥을 굶고 사는 사람 취급을 받는 듯해서 그렇단다.

 

밥 먹었어요는 세계 유일의 인사법일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에도 이런 인사말은 없다고 한다. 일본과 중국인들도 한국 사람들이 밥 먹었어요라고 건네는 인사에 참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인다. 왜 이런 인사가 나왔을까. 언뜻 굶는 사람이 많아서 이런 인사법이 생겼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어느 나라나 먹고살기 힘들었으므로 대부분 국가에서 밥 먹었어요가 인사말이 돼야 한다. 특히 요즘도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서는 더욱더 밥 먹었어요가 보편적 인사말이 돼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유독 우리만이 밥 먹었어요라는 인사를 건네는 것은 이 말이 단지 밥을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를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밥은 쌀·보리 등의 곡식을 끓여서 익히는 음식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다. 기타 끼니로 먹는 음식을 가리키는 것만도 아니다. 밥에는 그 이상의 풍부하고 오묘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밥은 한 끼 식사일 뿐 아니라 건강과 안위, 행복을 상징하는 물질이다.

 

한국 사람에게 밥 먹었어요는 끼니를 거르지 않고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지 묻는 말로 통한다. 여기에는 물론 밥이 생명의 근원이자 삶과 행복의 바탕을 이룬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우선하는 욕구인 동시에 생존에 필수적인 요건인 배를 채우는 것을 무난히 해결했는지 묻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밥 먹었어요에는 총체적으로 그 사람의 안위와 행복을 물어보는 깊은 의미가 배어 있다.

 

밥 먹었어요는 우리 정서를 반영한 실용적이고도 철학적인 인사말인 셈이다. 세상에 이보다 더 정겹고 따뜻한 말이 있으랴. 하지만 이런 오묘한 인사법을 모르는 외국인에겐 밥 먹었어요라는 인사가 통하지 않는다. 그냥 안녕이라고 하거나 그들 식으로 “How are you?”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밥 먹었어요는 우리만의 인사법이므로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영어로 “Did you eat breakfast?”라고 해서는 더욱 곤란하다.

 

전화 끊을 때 왜 들어가세요라 하는지도 궁금

전화가 귀하던 시절 이장집이나 이웃집에서 받을 때

집으로 잘 들어가란 의미로 들어가세요인사 주고받아

 

과거 전화가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시골에서는 이장 집에 한 대 있어 전화가 걸려오면 이장은 동네 스피커로 ○○○씨 전화왔습니다. 전화 받으세요라고 방송을 하곤 했다. 이 소리가 오리의 긴 주둥이처럼 생긴 옛날 스피커의 특이한 메아리를 타고 동네에 울려 퍼졌고 호명되는 사람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이장 집으로 달려가 반가이 전화를 받았다.

 

중소도시에서는 우체국에 가서 전화를 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우체국이 전화국 업무를 함께했다. 어느 곳 누구네 집 또는 어디 몇 번이라고 신청하면 몇 십 분을 기다려야 그곳으로 연결됐다. 그러면 몇 개의 전화 부스 가운데 지정하는 한 곳에 들어가 그쪽과 통화할 수 있었다. 부모님 또는 이성 친구와 이런 식으로 통화를 했다.

 

차츰 동네에 한둘씩 전화기를 놓는 집이 생겨났고 이런 이웃집 전화를 이용해 전화를 받기도 했다. 이때까지는 대부분 자신의 집이 아니라 전화기가 있는 장소로 이동해 전화 통화를 했다. 끊을 때는 집에 잘 들어가라는 의미로 이쪽에서 들어가세요하면 저쪽에서도 . 들어가세요라면서 인사를 주고받았다. 자연히 이 말이 입에 뱄다.

 

전화를 끊을 때 왜 들어가세요라고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능성이 있는 견해다. 전화 교환원을 통해 누구누구 좀 대주세요라고 하면 그 사람이 나오기 때문에 끊을 때 들어가세요라고 하게 됐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요즘도 집 전화를 주로 거실에서 받기 때문에 전화를 끊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므로 들어가세요라고 하는 게 아니냐고 얘기하는 이도 있다.

 

어쨌거나 전화를 끊을 때 들어가세요라고 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나이 드신 분들이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해 외국인들은 참으로 의아하게 생각한다. 도대체 어디로 들어가란 말이냐고 묻는다. 이런 경우 딱히 왜 그렇다고 설명하기도 어렵다. 한국 사람 가운데도 들어가세요는 어울리지 않는 인사이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들어가세요가 상황에 맞지 않을뿐더러 명령조여서 거부감이 든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언어라는 것은 태생한 배경과 문화가 있게 마련이다. 전화 끊을 때 왜 "들어가세요"라고 인사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과거 전화가 귀해 이장 집으로 달려가 전화를 받고 우체국 먼 길을 가서 전화를 하던 때를 생각하면 들어가세요라는 표현이 충분히 상상이 간다. 언어라는 것이 반드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미를 전달할 때만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세월이 흘러 어원은 잘 모르지만 그러려니 하면서 써온 표현도 적지 않다.

 

들어가세요가 단순 의미만을 생각하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지금의 문화에선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전화기를 몸에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어디 들어갈 데가 없다. 하지만 우리의 문화와 정서를 머금고 전해 내려오는 고유한 인사법을 무턱대고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만 끊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식의 인사가 적당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나 기계음을 듣는 것처럼 딱딱하다. “들어가세요-.” 얼마나 정겨운 인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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