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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홍익인간’을 다시 가슴에 새기며 마니산에 오르다

작성일 : 2022.03.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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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란 인천숭의초등학교 교장>

 

절기로는 봄을 기다리는 때지만 계속 이어진 한파에 언 땅은 발을 더디게 했다. 잎을 오래전에 떨군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섭다. 좋지 않은 날씨 탓에 명산이지만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힘겹지만 한 발 한 발 정상을 위해 발을 옮겼다.

 

지난 40여 년의 교직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어떤 곳에서 시작해야 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헌신해주신 호국영령들을 위해 마땅히 현충원 참배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우리 인천교육의 시작점을 찾아가 의미를 찾아보고도 싶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의 끝은 바로 마니산에 있었다. 우리 교육의 근본 가치이자 지향인 홍익인간(弘益人間)’, 그 고결하고도 완벽한 정신의 시작인 마니산. 명쾌한 생각에 이르자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기상 상황도 보지 않은 채 무작정 강화도로 향했다.

 

짙은 구름과 해무가 뒤섞여 산을 오르는 내내 힘겨웠다. 무채색의 풍경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오르고자 하는 정상이 가슴 속에 뜨겁게 있지만 현실은 차갑다는 점이 우리 교육의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우리 교육의 목표는 아이들이 건전하고 건강하게 이 사회에서 정의롭게 나름의 역할을 해 갈 수 있도록 길러내는 것이다. 바로 홍익인간을 실천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가치 중립적이며 균형 있게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막중한 사명을 잊은 채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본질을 잃고 있다. 미래를 살아갈 힘을 키워줘야 할 학교에서 그보다는 다른 가치만을 가장 옳은 것인 양 가르치고 있다. 우리 인천교육이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소중한 시간을 놓쳤다. 진정으로 인천을 위한, 대한민국을 위한 교육의 길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이 그르친 것이다.

 

이런 답답한 마음이었지만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가파른 길을 계속 걸었다. 백발이 성성해진 초임 때의 제자들, 어려운 여건에서도 오로지 아이들만 바라보며 울고 웃었던 동료들, 고된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말없이 안아 주었던 가족들이 많은 기억들은 결국 교실 속 아이들의 웃음으로 수렴되었다. 아이들을 위해, 그 웃음을 위해 함께 했던 시간들이었기에 예쁜 꽃과 함께 걸어온 길처럼 느껴졌다.

        

참성단은 안전을 위해 들어갈 수 없었다. 아쉬웠지만 정상 언저리로 발을 옮겼다. 그때, 거짓말처럼 하늘이 화창하게 바뀌었다. 따스한 햇볕이 서서히 퍼지며 차가운 바람마저 포근하게 바꾸고 있었다. 홍익인간! 그 마음을 새기려 이곳에 와 그 숭고한 정신의 가치를 몸과 정신으로 오롯이 느꼈다.


저 따사로운 햇볕처럼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붉게 타오르고 있는 정신이 홍익인간인 것이다. 그 따스함으로 세상을 어루만지고 포근하고 이롭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교육이어야 한다.

 

작년에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에서 빼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다. 거대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이름으로 발의된 해당 법안이 대중에 알려지자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우리의 교육과정을 세세히 살펴보면 모두 홍익인간에 맞닿아 있다. 그런 의미조차 모르고 교육을 논하는 이들의 무지에 크게 절망했었다.

 

아름다운 강화의 산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니 나약해지려 했던 나의 마음도 다시 굳건해졌다. 강화는, 마니산은 언제나 나에게 힘을 준다. 너른 품으로 말없이 안아주고 용기를 준다. 홍익인간의 정신을 지키고, 교육을 바로 세울 의지를 다지며 인천교육을 향한 열정과 다짐을 강화의 정상에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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