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9.30 18:30
<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갈매기살’은 ‘가로막살’에서 온 말
‘제비추리’는 잡아 추리는 데서 유래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 선배들이 자주 데리고 가는 고깃집이 있었다. 서울 삼각지에 있는 ‘삼각○’이라는 곳이다. 당시에는 석간 신문이었기 때문에 오전에 사실상 일이 끝나므로 점심부터 술을 마시기 일쑤였다. 이 집의 고기가 아주 맛있어 고기와 함께 술을 먹기 위해 점심에 이 집을 자주 찾았다.
메뉴 가운데 ‘모소리’라는 고기가 가장 맛이 좋아 이것을 주로 먹었다. 특이하게도 이 집은 연탄불에 고기를 굽는데 이 고기가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다. 한번 먹어보면 중독될 정도로 맛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모소리집 가자”는 식으로 이 집은 ‘모소리집’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에는 ‘모소리’ 고기가 무슨 부위인지도 모르고 그냥 맛있으니까 시켜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소리’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모서리’라 부르는 것을 주인이 메뉴판에 그렇게 적어놓은 것이라 여겨진다. 대체로 ‘모서리’ 고기는 목에서 어깨로 연결되는 부위를 가리킨다고 한다. 특수 부위로 정식 명칭이 아니다 보니 부르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래서 ‘모서리’가 아니라 ‘모소리’라는 이름의 메뉴가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동네에서 자주 갔던 고깃집에는 ‘뒷고기’라는 메뉴가 있었다. 지인의 소개로 함께 가서 이것을 먹게 됐는데 담백한 맛에 반해 자주 들르게 됐다. 이 ‘뒷고기’가 뭐냐고 물었더니 너무나 맛이 좋아 돼지를 잡는 사람들이 뒤로 빼돌린다고 해서 이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이 말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정확하게는 돼지머리 부위에 있는 살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돼지머리에서 나오는 고기를 잘 먹지 않았기 때문에 돼지를 도축하거나 유통하는 업자들만 이 고기를 주로 먹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맛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매량이 늘고 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특수 부위 가운데는 ‘덜미살’도 있다. 돼지의 목덜미, 즉 목 위쪽 살을 가리킨다. 담백하면서도 꼬들꼬들한 식감이 나기 때문에 ‘꼬들살’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특수 부위는 정형화된 부위의 공식 명칭이 아니기 때문에 부르는 이름이나 구체적 부위에서 차이가 있다. 대부분 부산물로 남는 것이기 때문에 흔히 먹는 고기와는 맛이 다르다는 게 특징이다. 색다르면서 감칠맛이 나고 쫄깃함을 느낄 수 있어 한번 맛보면 다시 찾게 된다. 어떤 이는 이를 ‘야생적’인 맛이라고도 했다.
‘모서리’ ‘뒷고기’는 각자 부르는 특수 부위
‘갈매기살’ ‘제비추리’ ‘토시살’은 정식 명칭
고기 부위 가운데는 정식 이름이긴 하지만 새의 명칭이 들어 있어 혹 새고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도 하는 것이 있다. ‘갈매기살’과 ‘제비추리’다. 외국인이나 아이들이 메뉴판을 본다면 언뜻 갈매기나 제비 고기를 파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에 충분하다. 새가 아닌 건 알지만 정확하게 어느 부위인지, 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갈매기살’은 갈매기 고기가 아니라 돼지나 소의 ‘가로막살’에서 온 말이다. ‘가로막’은 배와 가슴 사이에 가로놓인 근육질의 막이다. 한자어로는 횡격막(橫膈膜)이라 한다. ‘가로막’은 우리말 ‘가로’와 한자어 ‘막(膜)’으로 이루어진 합성어다. 여기에 ‘살’이 붙어 ‘가로막살’이 됐다.
‘갈매기살’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 우선 ‘가로막’에 ‘-이’가 붙어 ‘가로막이’가 된다. ‘-이’는 바둑이·뚱뚱이 등에서처럼 사물이나 사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가로막이’는 다시 ‘ㅣ’모음 역행동화를 일으켜 ‘가로맥이’로 바뀐다. ‘남비’가 ‘냄비’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가로맥이’를 소리 나는 대로 하면 ‘가로매기’가 되고, ‘ㅗ’가 탈락하면서 ‘ㄹ’이 앞 글자의 받침으로 옮겨져 ‘갈매기’가 됐다. 이러한 변화가 쉽게 일어난 데는 바닷새 ‘갈매기’ 발음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다. 물론 ‘갈매기살’로 변화하는 과정을 달리 풀이하는 사람도 있으나 위의 설명이 가장 그럴듯하다.
갈비 안쪽에 붙어 있는 모양이 신발 안쪽 바닥에 까는 얇은 가죽(안창)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로막살’을 ‘안창살
최신 HOT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