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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선거의 계절, 공짜 점심은 없다

작성일 : 2021.08.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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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카사노바는 여성 유혹할 때 샴페인

정치인은 권력 쟁취했을 때 샴페인

선심 공약 포퓰리즘선거는 망국병

그런 후보는 샴페인 마실 자격 없어

 

18세기 이탈리아에는 당대 최고의 호색가가 있었다. 카사노바(Casanova, 1725~1798). 카사노바는 17세에 이탈리아 파두아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문필가이자 유혹의 천재였다. 카사노바는 여자를 유혹할 때 샴페인을 자주 사용했다. 마릴린 먼로가 생전에 한 번 목욕하는 데 샴페인을 350병이나 사용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로 여성들이 샴페인을 좋아한다는 걸 그 옛날에 알아차렸던 거다.

 

샴페인은 승리의 상징이기도 하다. 정치가들은 권력 투쟁에서 승리했을 때 샴페인을 터트리기도 한다. 카사노바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샴페인을 유혹의 수단으로, 권력자들은 샴페인을 승리의 의식으로 사용했다.

카사노바는 요즘 시쳇말로 뇌섹남이었다. 외국어에 능란했고, 수학·의학·화학·통계학에도 능통했다. 유럽 각국을 돌며 엽색(獵色)을 즐기던 카사노바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사교계로 귀환해 루이 15세의 애첩인 퐁파두르 부인에게도 접근했다.

 

퐁파두르 부인의 환심을 산 카사노바는 프랑스 루이 15세를 알현할 기회를 얻었다. 재정적자로 골머리를 앓던 루이 15세에게 카사노바는 깜짝 제안을 했다. 복권(Lottery) 발행이었다. 카사노바의 제안에 따라 복권을 찍어낸 루이 15세는 재정적자를 해결했다. 정치적 수완까지 발휘했던 카사노바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122명의 여성과 사랑을 나누었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바람둥이였음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카사노바, 지갑까지 내주고 여성 유혹

 

카사노바는 치밀했다. 여성들은 그의 달콤한 언변과 젠틀한 매너, 샴페인 향에 무너졌다. 카사노바는 여자를 유혹할 때 자신뿐만 아니라 지갑까지 모두 내주었다. 돈은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만, 상대방을 믿게 하는 사교의 기반이라는 돈의 이중성을 이용한 것이다. 여성들 사이에선 카사노바 경계령이 내려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카사노바와 사귀었다는 게 시중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귀부인, 귀족의 정부, 하녀, 수녀도 넘어갔고 심지어 언니와 동생 자매까지 빠져들었다. 호색남의 엽기 행위는 많은 가정을 할퀴었다. 공짜 샴페인의 후유증이었다.

 

뜬금없이 카사노바 얘기를 꺼낸 것은 요즘 정치권이 걱정돼서다.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짜 점심과 진실을 알 수 없는 달콤한 말이 마치 카사노바의 샴페인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올해는 39일 대통령 선거와 6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져 공짜 점심의 유혹이 거셀 것이 분명하다.

 

선거전에 돌입한 대선의 큰 시장에서는 출마 후보들이 공짜 좌판을 펼쳐놓고 호객 행위를 한다. 대선 후보들은 유권자를 유혹하려 너도나도 선심성 공약을 던진다.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비전 경쟁은 실종되고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 대선으로 치닫는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퓰리즘이란 말이 더 익숙할 정도다.

 

사실 이번 대선은 답답하다. 국가의 근본적은 체질 강화와 미래 설계보다는 눈앞의 문제를 정부 곳간을 열어 땜질하려는 선심성 공약이 난무한다. 정부 곳간은 누구 것인가. 국민이 땀 흘려 일해 낸 세금 아닌가. 그 돈을 마치 쌈짓돈처럼 마구 풀어대려는 게 바로 표퓰리즘이라는 것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2002년엔 행정수도 이전, 2007년엔 4대강, 2012년엔 경제민주화, 2017년엔 재벌개혁 등이 선거판의 화두였다. 그런데 2022년 대선의 화두는 곳간 열기. 여야가 따로 없다. 여당 후보 공약인지, 야당 후보 공약인지 헷갈릴 정도다. 정책 대결은 빈약하다. 후보들의 배우자 문제까지 겹쳐 대선이 코앞인데 민망스런 일이 계속된다.


여야 모두 곳간 열기’, 정책 대결 빈약

 

대선 후보들은 코로나19곳간 열기의 명분으로 삼는다. 추경과 국민 재난지원금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0월 총 1525조 원 규모의 전 국민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약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50조 원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추가 손실보상 지원책으로 맞대응해 판을 키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병장 월급 200만 원 공약도 나왔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 모두 약속했다. 군 복무 기간 단축으로 사병은 병장 계급장을 두 달 달까 말까다. 병장 월급이 200만 원이면, 상병과 일병과 이병은 얼마인가. 그리고 부이사관과 장교 월급은 도대체 얼마인가. 직업군인인 미군보다 더 많이 줄 돈이 있는가.

 

여기에 국민 1인당 연간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정의당 심상정 후보), 탈모 치료약 건강보험 적용(이재명 후보), 군필자 1,000만 원 지급(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임신성 당뇨와 성인 당뇨병 환자 연속 혈당 측정기 급여화(윤석열 후보)와 같은 공약이 쏟아진다. 물론 국민의 삶을 편하게 하고, 행복을 가져다 줄 소소한 공약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인쇄 메일 스크랩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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