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8.23 11:56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인구 7만 명의 우리 강화군은 전통적으로 반농반어촌의 고장이다. 해안가 곁에 드넓게 펼쳐진 들판, 아기자기한 어촌항, 마니산을 비롯한 여러 산들은 정겹다. 전국 어느 자치단체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 강화다. 그런 장점은 역사적으로도 입증된 터라 다시 언급할 필요도 없다. 강화군 곳곳에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옛일도 소중하지만, 현재와 미래는 더 소중하다. 그런데 우리 강화군민들이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강화에 대학이 여럿 있다는 점이다.
“섬인 강화도에 대학이 있다고?” 강화에 대학이 있다고 말하면, 도시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이렇게 되묻곤 한다. 그만큼 강화에 있는 대학들의 존재감이 미약하다는 방증이다. 강화군에는 4년제 대학이 3개, 평생대학이 2개 있다. 안양대학교 강화캠퍼스(불은면), 가천대학교 강화캠퍼스(길상면), 인천가톨릭대학교(양도면)는 4년제 대학이다. 인천시민대학 강화캠퍼스(강화읍), 강화군농업대학(불은면)은 군민들의 평생학습을 돕는 평생교육기관이다. 이들 대학은 강화의 자랑거리다.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는 강화의 유적지, 명산, 물산처럼 내세울 수는 없더라도 강화에 고등교육기관이 있다는 자부심은 충분히 가질만하다.
강화에 대학 셋… 안양대·가천대·인천가톨릭대
강화에 대학이 있다는 것은 전국적으로도 자랑할 만하다. 도심지역 기초자치단체를 제외한 군 단위 지역에 4년제 대학이 세 개나 있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강화는 연륙교로 연결되었어도 섬은 섬이니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대학생들의 등교가 드물어 대학이 있는지, 없는지 분간이 잘 안 되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시기에는 그래도 젊은이들의 강화군 왕래가 활발했다.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강화에서 대학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군민도, 강화군도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다.
강화에 있는 대학을 지방대라고 볼 수는 없다. 강화가 수도권이니 그런 명칭을 쓸 이유도 없다. 그렇지만 서울의 관점에서 보면 강화의 세 개 대학은 ‘수도권 지방대’다. 영남, 호남, 충청지역에 있는 지방대만큼이나 강화의 대학들도 학생모집과 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안양대 강화캠퍼스는 당초 기대한 만큼 강화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대학 따로, 지역 따로다. 불은면 안양대 캠퍼스 앞에는 강화군지역교육청이 있을 뿐, 대학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식집, 당구장, PC방, 하숙집도 보이지 않는다. 양도면에 있는 인천가톨릭대나 길상면의 가천대 강화캠퍼스도 마찬가지다.
강화 지역사회 기여 미약한 대학들 문제
인천가톨릭대는 동네와 단절된 외딴 요새와 같다. 신학대학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없는 대학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기숙사에 머물며 캠퍼스 안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학교 밖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 대학은 대학이지만 지역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인다. 양도면의 땅을 대학이 헐값에 차지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가천대 강화캠퍼스는 어떤가. 당초 가천대는 의대 유치를 위해 강화캠퍼스를 조성했지만 ‘먹튀’ 지적을 받고 있다. 경관 좋은 곳에 캠퍼스를 조성하고 강화지역에 큰 기여를 할 것처럼 홍보했지만 유야무야됐다. 학생들이 다 옮겨가 지금은 캠퍼스 자체가 황량하다. 잔뜩 기대를 걸고 주변에 문을 열었던 카페와 음식점 등은 다 망했다.
이들 대학의 어제와 오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화지역 대학으로서의 역할은 커녕 제 앞가림하기에 급급해 지역사회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았다. 특정 지역에 대학이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활성화하고, 지역 지식사회가 형성되고, 지역 초·중·고생에게 길잡이가 되고, 지역의 문화메카가 되고, 지역 행정의 씽크탱크가 된다는 게 일반적인 장점인데 그런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학의 책임이자 강화군의 무관심이 겹친 탓 아닌가. 시너지가 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대학+지역=커뮤버시티’ 전환 액션플랜 필요
더구나 강화군과 안양대 간에는 송사(訟事)도 진행 중이다. 안양대는 경기도 안양캠퍼스 매각 문제 등으로 내홍을 겪으며 운영에 총체적인 난맥을 보여 왔다. 그런 상황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강화군은 안양대 측에 ‘협약 불이행에 따른 토지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액이 238억 원이다. 강화군은 1997년 학생 5,000명 유치를 조건으로 안양대와 협약을 맺고 불은면의 강화캠퍼스 토지를 불하했다. 그러나 2001년 개교 당시 480명 수준이던 강화캠퍼스의 학생 수가 늘지 않아 협약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안양대 측이 그간 강화캠퍼스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강화군의 문제 제기가 안양대의 총체적인 운영 부실과 미래 불확실성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안양대, 가천대, 인천가톨릭대가 강화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 대학은 강화발전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부터 숙고해 봐야 한다. 강화군 또한 고등교육을 유치하고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시너지를 내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과 지역은 따로국밥이 아니다. 대학(University)이 곧 지역사회(Community)와 융합하는 커뮤버시티(Commuversity)가 되어야 하는데 그간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싼값에 캠퍼스만 조성한 대학 측의 얕은 셈법의 결과 아닌가.
강화군에 있는 시민대학이나 농협대학은 학위와 상관없이 지역주민의 평생교육 기능 역할을 하고 있다. 보완할 점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런 역할을 안양대, 가천대, 인천가톨릭대가 해줘야 한다. 교수들이 지역사회에서 지식 나눔을 하고, 초·중·고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대학생들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그동안 무슨 역할을 했는지 반추해 봐야 한다. 강화군은 대학을 지역발전의 씽크탱크이자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 강화군과 대학이 상생할 수 있도록 ‘강화군-대학 협의체’를 구성하고 대학이 지역사회의 비타민이자 평생학습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화군·대학 간 상설협의체로 시너지 발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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