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8.23 11:56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중앙일보 기자 시절, 우수 공무원을 심사하기 위해 전국 8도의 군청과 면사무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청백봉사상 수상 후보자를 직접 만나보고 실사(實査)하는 여정이었다. 청백봉사상은 청렴과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공정하게 행정발전에 기여하고 주민에 헌신하는 전국의 5급 이하 지방공무원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행정안전부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관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민생 현장에서 성실하게 업무에 정진하면서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우수 공무원을 발굴해 시상하는 상이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무원상을 정립하고 지방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제도로 올해 45회를 맞았다.
수상 대상자를 심사하기 위해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 등 전국 곳곳을 다녔다. 기자 생활 중 3회 현장 심사를 맡았으니 지방공무원을 현장에서 적지 않게 만난 셈이다. 지방공무원들은 무엇보다 순수했다. 서울 강남구청의 공무원과는 달리 겸손하고, 지역에 대한 애정도 남달라 보였다. 고향에서 일하는 공무원도 있지만, 그 지역에서 일하다 보니 제2의 고향으로 삼는 이들도 많았다. 사실 심사자가 현장에 가면 대상 공무원은 긴장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내가 만난 공무원들은 긴장한 얼굴이 아니라 살가운 얼굴들이었다.
청백리는 기본, 더 중요한 건 적극 행정
후보자들의 공적서는 비슷비슷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노부모를 정성스레 봉양하고, 박봉에도 기부금을 내고, 조직 내 신망이 두텁고, 가정이 원만하고, 어려운 이웃을 보면 한걸음에 달려가고, 주경야독으로 대학 또는 대학원 공부를 하고….” 공적서를 읽다 보면 모두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어서 옥석을 가려내기 힘들었다. 심사에 동행한 행정안전부 공무원도 곤란해했다. 기자 입장에선 역시 현장이 중요했다. 공무원 동료는 물론 마을 주민들의 평, 그리고 공적의 진위 여부를 꼼꼼하게 관찰했다.
‘청백리(淸白吏)’ 공무원은 당연히 훌륭하다. 그렇지만 그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중요한 것은 창발적인 아이디어와 적극 행정이다. 지방행정에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열정적인 마인드로 지역 주민의 민생과 행정을 돌보는 이들이 이 시대에 필요한 일 잘하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공무원들은 훌륭했다. “봉사왕 공무원”, “효자효부 공무원”, “야근왕 공무원”, “기부왕 공무원” 등 공적 내용이 화려했다. 청백봉사상 제정 이후 상당 기간 동안 그런 분들이 상을 받았다. 그러나 2010년대 이후 상의 취지가 바뀌었다. 봉사 잘하는 공무원이 아닌 창의적으로 일 잘하는 공무원이 우수 공무원의 표상이 된 것이다.
공직자 임명장 받을 때의 선서문 되새겨야
“나는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헌법과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를 수호하며,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공무원들은 처음 공직자로 임명될 때 이 같은 선서문을 가슴속에 새긴다. 공직 초년생 시절엔 누구나 국민의 행복과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열망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초심(初心)이 흐물흐물해지는 건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요즘 젊은 공무원들은 이른바 ‘공시족’을 거친 세대 아닌가. 국민에 대한 봉사보다는 안정적인 직장, 평안한 직장,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직장, 퇴직 후 두둑한 연금 등의 이유로 공직에 입문한 세대다.
100만 명의 공무원 중 전국적으로 32만 명이 넘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행정의 최전선에서 땀을 흘린다. 나는 지방공무원은 중앙공무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자신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공무원의 행정을 온몸으로 느끼며 행정서비스의 수준을 판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공무원이 어떻게 일하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지방공무원의 창발적 행정과 적극 행정이 공직사회 변화의 밀알이 되고 대한민국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청이나 면사무소 공무원들의 행정 하나하나가 국가의 거대한 엔진을 움직이는 원천인 것이다.
우리 강화군에서도 공무원들이 열심히, 성실히 일한다. 군청, 면사무소, 보건소 등 어디를 가도 공무원들은 친절하고 상냥하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겼던 ‘면장님’ 자리에 일 잘하는 여성 공무원들이 대거 진출한 지도 오래다. 나는 그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강화군의 밝은 미래를 발견하곤 한다. 마침 올해도 강화군이 ‘우수 공무원’ 후보자를 접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화군청에서 직접 뽑는 게 아니라 1차로 강화군민의 추천을 받아 심사하는 선발 과정도 바람직하다. 강화군민의 눈높이에서 우수 공무원을 선발한다는 취지다.
11월 말까지 강화 우수 공무원 후보자 접수
‘군민추천 우수 공무원’ 선발은 강화군과 군민을 위해 적극 헌신·봉사하고 군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공직사회에 귀감이 되는 우수 공무원을 군민들과 함께 선발하고 격려하는 제도이다. 우수 공무원 추천 대상은 6급 이하, 실제 근무경력 3년 이상인 공무원이면, 강화군민과 기관, 단체 등 누구나 추천할 수 있다고 한다. 추천 방법은 추천서를 작성해 11월 말까지 이메일(ohsgu@korea.kr) 또는 군청 행정과, 읍·면사무소로 제출하면 된다. 강화군민은 자신의 삶과 민생에 영향을 준 공무원을 자유롭게 추천하면 된다.
그러면 심사는 어떻게 할까. “공정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강화군청에서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군민평가단을 구성해 엄정한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한다고 한다. 수상자들에게는 성과상여금, 특별휴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여기서 한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별도 공고를 통해 군민평가단을 모집한 뒤 서류 심사만으로 우수 공무원을 선발하지 말라는 얘기다. 앞서 필자가 경험의 소개했듯 서류의 공적서만으로는 우수 공무원의 옥석을 가리기 어렵다. 더구나 강화군은 좁은 지역사회다. 각종 연(緣)이 얽힐 수 있다. 그러니 반드시 실사가 필요하다. 우수 공무원상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다.
강화군은 공직사회에 대한 군민의 신뢰도를 높이고 투명행정을 위해 군민 추천 우수 공무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강화군의 우수 공무원들이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청백봉사상 같은 큰 상을 받는 기틀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예전에 청백봉사상 심사를 하면서 “왜 강화군 공무원들은 후보에 오르지 않나”라며 섭섭해한 적이 여러 번 있다. “훌륭한 공무원이 없어서가 아니라 잘 발굴하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흙 속의 진주를 발견한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개개인이 다 진주다. 그 진주를 빛나게 하는 것은 물론 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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