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9.30 18:30
<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같아요’는 추측이나 불확실을 나타내는 말
자신을 얘기하며 ‘같아요’라 하는 것은 곤란
유체이탈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얘기하면 영혼이 육체에서 벗어나 분리되는 것이다. 영혼이 빠져나와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꿈에서 자기 모습을 내려다본다든가, 평생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곳을 갔을 때 언젠가 와본 듯 느끼는 것 등도 영혼이 육체에서 빠져 나가 따로 활동한다는 증거라는 가설이다.
유체이탈은 훈련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 애초에 영혼의 존재조차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은 상태이니 전제조건 자체가 과학적으로 풀어내기 어려운 것이다.
유체이탈이 있는지 없는지는 보통사람이 알 수 없는 일지만 확실한 것은 '유체이탈화법'은 있다는 것이다. 유체이탈화법은 자신의 일이나 자신이 관련된 것을 남 얘기하듯 말하는 방식을 말한다. 마치 몸에서 혼이 빠져나가 자신의 몸을 바라보면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일을 남 얘기 하듯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인 양 자신과 관련된 일을 얘기하는 화법이다. 자기 일을 사돈 남 말 하듯이 하니 듣는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황당무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유체이탈화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유체이탈화법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말하는 가운데도 자신도 모르게 유체이탈화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같아요’라는 표현이다. TV에서 일반인을 인터뷰할 때 그에 응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같아요’라는 표현이 특히 많이 나온다.
예를 들어 가을 단풍 구경을 나온 사람에게 “오늘 와서 단풍을 보니 기분이 어떠신가요?”라고 물었을 때 “날씨도 좋고 단풍이 너무 아름다운 것 같아요” “큰맘 먹고 등산을 왔는데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단풍이 너무 멋진 것 같아요” 등처럼 ‘~같아요’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를 인터뷰할 때도 “부상 때문에 걱정했는데 우승해서 참 좋은 것 같아요”처럼 ‘~같아요’ 표현을 쓰기 일쑤다.
그렇다면 “좋은 것 같아요”가 말이 되는지 한번 따져보자. 자기 자신의 감정을 본인이 얘기하는 것이므로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지 ‘좋은 것 같아요’는 성립하지 않는다. ‘~같다’는 추측이나 불확실한 사실을 나타내는 말이다. “비가 올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 등처럼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따라서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스스로 잘 알면서 ‘좋은 것 같아요’라고 불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은 어색하다.
즉 내 자신의 감정을 얘기하는데 남이 나의 감정을 추측해 말하듯 하는 ‘좋은 것 같아요’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좋으면 좋고 나쁘면 나쁜 것이지 ‘좋은 것 같아요’라는 추측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유체이탈화법이 아닐 수 없다. “참 좋아요” “정말 좋아요” “진짜 좋아요”처럼 자기 기분과 감정을 분명하고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도 마찬가지다. 재미가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지 자기 기분을 말하면서 남 얘기하듯 해서는 안 된다. 재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오직 자신만이 정확하게 아는 사실이다.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얘기하면서 ‘아리송하다’ ‘불확실하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같아요’를 쓰면 자신감 없어 보여
“배가 고픈 것 같아요”를 보면 ‘같아요’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는 자신이 잘 알고 있고 배가 고프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배고파요”라고 해야지 남 말 하듯이 “배가 고픈 것 같아요”라고 해서는 안 된다.
“배가 조금 고파요” “배가 많이 고파요”처럼 정도의 차이를 얘기할 수는 있어도 “배가 고픈 것 같아요”라는 추측성 말을 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말은 내 얘기가 아닌 삼자의 이야기를 전할 때는 가능하다. “아기가 배고픈 것 같아요”와 같이 다른 사람의 상황을 추측해 전달하는 경우다.
‘~같아요’가 남용되다 보니 무엇을 물어보았을 때 “모르는 것 같아요”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모르면 모르지 모르는 것 같다는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이거야말로 영혼이 분리돼 자신의 육체를 바라보면서 말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처럼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나타낼 때 쓰는 ‘~같아요’는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욱 큰 문제는 ‘~같아요’를 남용하면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만약 직장인이 회사에서 이처럼 ‘~같아요’를 자주 사용한다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스스로는 겸손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지 모르지만 지나친 겸손은 자신감의 결여로 비친다. 어떤 회사에 다니는 김 대리는 ‘같아요’를 너무 자주 사용하다 보니 별명이 아예 ‘같아요’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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