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9.30 18:30
<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의’ ‘~적’ ‘~에 있어’는 일본에서 온 말
잘못 사용하거나 남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이원수가 지은 시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고향의 봄’이다. 국민동요라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불리는 노래로, 어릴 적 고향과 함께 뛰놀던 친구들을 생각나게 한다. 노래 제목보다 ‘나의 살던 고향’이란 첫 구절이 더 귀에 익어 책 제목, 음식점 이름, SNS 문패 등에 두루 쓰이고 있다.
그러나 ‘나의 살던 고향’은 ‘의’를 잘못 사용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내가 살던 고향’이 정상적인 우리말 어법이다. 우리말에선 원래 조사 ‘~의’가 흔하게 사용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사람을 가리키는 ‘나, 너, 저’를 예로 들면 조사 ‘ㅣ’가 붙어 ‘내, 네, 제’로만 사용됐다고 한다. ‘내 사랑’ ‘네 물건’ ‘제 자식’ 등 현재도 그대로 쓰고 있는 형태다.
‘~의’가 붙은 ‘나의, 너의, 저의’ 형태는 조선 후기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해 개화기에는 흔히 쓰이게 됐다고 한다. 이는 일본어에서 여러 가지 문장성분으로 두루 쓰이는 조사 ‘노(の)’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일반적 견해다. 이상화의 시 ‘나의 침실로’는 ‘내 침실로’가 이전부터 내려온 우리말 어법이다.
요즘 들어서는 ‘~의’를 남용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치의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은 고대하고 있다”에서 ‘정치의 변화하는 모습’은 ‘정치가 변화하는 모습’으로 해야 한다.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렸다”에서 ‘스스로의 약속’은 ‘스스로 한 약속’으로 고쳐야 한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해야 한다”에서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은 ‘저마다 타고난 소질’로 바꿔야 한다.
“소득의 향상과 식생활의 서구화로 쌀의 소비량이 부쩍 줄었다”에서는 명사와 명사 사이에 모두 ‘~의’를 사용했으나 이는 ‘명사+의(の)+명사’로 이루어진 일본어식 표현으로 ‘의’가 전혀 필요 없는 것이다. “소득 향상과 식생활 서구화로 쌀 소비량이 부쩍 줄었다”가 훨씬 간결하고 깔끔하다.
‘~적(的)’이 불필요하게 쓰이는 경우 많아
‘~적’이란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에서 ‘~적’이 사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한다. ‘~적(的)’은 본래 ‘~의’ 뜻으로 쓰는 중국어 토씨로, 일본 사람들이 쓰기 시작한 것을 우리가 따라 쓰게 된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메이지(明治·1867~1912) 시대 초기에 영어의 ‘-tic’을 번역하면서 처음으로 ‘~적’이란 말을 썼다고 한다. 영어의 ‘팬태스틱(fantastic)’을 ‘환상적’이라고 번역해 적는 방식이다. 이후로는 그동안 써온 ‘~식’이란 말 대신 ‘~적’이 많이 쓰이게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개화기 잡지나 소설에서 처음으로 ‘~적’이 등장한다.
이렇게 해서 두루 쓰이게 된 ‘~적’이 일본에서 들어온 것이니 쓰지 말자고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랫동안 써온 것으로 우리말의 일부분이 됐고 효용가치도 있으므로 적절하게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적’을 마구 씀으로써 우리말의 다양한 어휘와 표현을 밀어내고 어색한 말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그는 아버지의 말씀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따르고 있다” “인터넷은 시간적·공간적 제약이 없다” “통일은 민족사적 발전 과정에서 당연한 귀결이다”에서는 불필요하게 ‘~적’을 붙인 경우로 ‘무조건 따르고 있다’ ‘시간·공간(의) 제약이 없다’ ‘민족사 발전 과정에서’로 충분한 표현이다.
“영어로 말하기에 익숙해지면 자연적으로 듣는 데도 익숙해진다” “장난적인 답변은 사양합니다 인쇄 메일 스크랩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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