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8.23 11:56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화 초·중·고로 역유학 오게 만들자>
강화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 가장 아쉬웠던 것은 세상에 대한 정보였다. 당시에는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었고 신문 또한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호기심이 많은 질풍노도의 까까머리 중학생은 울타리 밖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알 길이 없었다. 오롯이 학교 선생님이나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접하는 얘기가 전부였다. 그 당시, 학교에 도서관이 있어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더라면, 도서관에 신문이 비치되어 있었더라면, 외부 인사가 학교에 와서 특강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사춘기 학생의 인생 항로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우물 안에서만 맴돌던 생각의 협소함은 인천으로 고교를 진학하면서 현실적인 벽에 부닥쳤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던가. 나를 포함한 많은 강화의 학생들이 비좁은 연탄불 셋방에서 고교를 다녀야 했다. 당시에 강화군은 학생 지원책이 거의 없었고, 강화군 내 고교 역시 학생들의 도시 유출을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그러니 공부 좀 더 해보려는 학생들은 대부분 강화를 빠져나갔던 것이다. 인천지역 고교에는 인문계든, 상업고든, 공업고든 강화 출신 학생들이 없는 곳이 없었다. 모두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던 외로운 청춘들이었다.
향토 기숙사도, 고향 장학금도 없었는데…
대학 시절은 더 고달팠다. 강화 출신들은 대부분 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해야 했다. 하루 왕복 네 시간을 꼬박 길거리에 날려버렸다. 고향의 학생들은 대부분 그렇게 공부했다. 인천이나 서울의 자기 집에서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마냥 부럽기만 했다. 강원도나 남녘 학생들은 서울에 있는 ‘향토 기숙사’에 보금자리를 틀기도 했다. 대학 친구 따라 가본 향토 기숙사는 호텔(?) 같았다. 친구가 말했다 “강화군에서는 아무것도 도와주는 게 없니?” 순간, 부끄러웠다.
장학금도 인색했다. 고향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은 거의 없었다. 하기야 군청은 늘 살림살이가 쪼들렸고, 군내 장학회도 없었으니 언감생심이었다. 강화를 떠난 청춘들은 그렇게 신산한 청년기를 보내야 했다. 고향이 청춘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지 못했던 거다. 그래도 청춘들은 집념이 강했다. 난관을 견뎌냈다. 고향의 행정이 경제적 비빌 언덕은 돼 주지 못했어도 가슴 속 깊이 늘 고향을 품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청춘들은 방학엔 고향으로 달려왔다. 고향집이 좋았던 거다.
옛 시절 얘기를 하면 요즘 청춘들은 ‘꼰대’라고 생각하며, 별 감흥을 받지 않는다. 그래도 옛 이야기를 하는 것은 강화의 교육 환경이, 교육 행정이, 교육 지원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어서다. “예전에 지금 같은 지원을 청춘들에게 했더라면, 더 많은 강화의 인재가 웅비했을 수도 있었겠다”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그만큼 강화의 행정이 발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은 서울 기숙사에 100억 원대 장학 기금
강화 학생들에게 가장 고마운 건 서울의 대학생 기숙사다. 강화군이 2014년 서울 영등포구에 72실의 제1장학관을 마련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서울 중구에 58실, 116명을 수용하는 제2장학관을 개관했다. 더욱이 코로나19가 엄습한 지난해부터는 사용료를 절반으로 경감해주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이런 교육 행정은 군수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상관없이 강화군이 계속 계승, 발전시켜나가야 할 소중한 전통이 되어야 한다.
강화 청춘들이 서울의 기숙사를 이용하려면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 따라서 강화군 내 학교의 튼실한 교육이 필요하다. 강화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과 교수법으로 도심 학생들과의 실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 그 기본적인 출발점의 하나로 100억 원 규모의 장학기금 조성 사업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오는 2024년까지 100억 원 규모의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올 하반기부터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12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전학 오게 만드는 교육, 도전해보자
강화군의 전체 학생 수는 2020년 기준으로 6,418명이다. 5년 사이 948명이 줄어들었다. 한국 사회에 몰아닥친 저(低) 출산 여파가 강화에도 밀려온 영향이 크다. 한편으론, 학부모가 자녀를 더 나은 곳에서 공부시키려 도시로 조기 유학을 보내는 여파가 있는지도 살펴볼 일이다. 일부 초등학교에는 도시 학생이 전학 온 경우도 있는데, 일시적인 것이 아닌지 역시 따져 볼 일이다. 이런 군내 학생 수 변화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강화교육지원청의 역할이 중요하고, 군청과의 긴밀한 협력은 더더욱 중요하다.
강화군이 자치교육과에 교육지원팀을 편성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유치원과 초·중·고에 올해만 31억 원을 지원하고, 학생들의 방과 후 활동과 진로 및 진학 프로그램 운영, 정보화 사업 지원, 명문 우수고교 육성 프로그램 등 행정 내용도 알차다. 이와 같은 행정이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각 학교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한 적극적인 참여 유도가 필수다. 강화 학생들을 동량지재(棟梁之材)로 키우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나.
올해 대학 입시가 한창이다. 4년제 대학 수시 원서접수가 마감됐고, 11월에는 수능이 치러진다. 강화지역 고교의 지난해 입학 성적을 보니 대단하다. 소위 명문으로 불리는 상위권 대학을 비롯한 대학 진학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학생 지도에 땀 흘리시는 선생님, 학생들의 당찬 노력, 그리고 강화군의 적극 행정이 어우러진 결과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학생 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과 인천의 학생들이 강화로 역(逆)유학을 오게 만드는 일, 얼마나 멋진가. 강화군의 전폭적인 지원, 교사들의 열정, 학부모들의 신뢰가 시너지를 낸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도전해 볼 일이다.

필자 소개 양 영 유
언론인 학자다. 31년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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