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1.08.23 11:56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향토 언론,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자>
올 6월에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전북도민일보를 다녀왔다. 그 신문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 위해서였다. 강의 주제는 ‘팩트 취재는 기자의 숙명’.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하는 2021년도 제2차 사별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특강이었는데 기자들은 진지했다. 지역 언론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언론인의 사명감을 갖고 취재 현장을 누비고 있었다.
필자는 “기자는 편안한 자를 힘들게 하고 힘든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는 저널리즘의 격언을 강조했다. 즉, 기자들은 권력자에게는 날카로운 펜, 사회적 약자에게는 따뜻한 펜이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사실 지역신문의 언론생태계는 중앙지와 비교하면 기울어진 운동장과 다름없다. 지역 기자들은 중앙지 기자들에 비해 근무 여건이 좋지 않고 활동 영역 또한 제한적인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지역 언론과 지역 기자들은 건강하게 지방자치 행정을 견제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중앙정부의 지역 언론 지원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을 하며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중앙정부도 특별법 통해 지역신문 지원
지역신문발전위원회는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는 데 연간 80억 원 안팎이다. 중앙정부가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것은 그만큼 지역 언론의 생태계가 척박하기 때문이다. 올해 지역신문발전기금 우선지원 대상 언론사 가운데 14곳이 재무제표를 공개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니 8곳은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갚을 수 없는 ‘취약기업’이었다. 또한, 4곳은 취약기업이 3년 동안 지속된 ‘한계기업’이었다. 광역 지역을 커버하는 지방 메이저급 신문도 그러한데 향토 언론은 어떻겠나.
기초자치단체의 향토 언론은 기자 한두 명이 취재 현장의 전사(戰士)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취재해야 하는 전천후(全天候) 기자 역할을 해야 하니 심신이 피곤하다. 더욱이 대부분 격주로 신문을 발행하는 상황이어서 전문성을 쌓기가 쉽지 않고 회사의 지원도 옹색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강화군이 첫 시행한 ‘지역신문발전지원조례(이하 신문발전조례)’는 나름 의미가 있다. 조례 제정 취지는 지역 저널리즘 역량 강화, 지역신문 자구노력 유도, 디지털 경쟁력 제고 등 크게 세 가지다. 여론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담론의 공론장을 형성하고, 자치분권을 고도화하며, 향토 신문과 향토 사회의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게 목표다.
우선, 지역 저널리즘 역량 강화는 향토 신문의 생산-소비-유통 구조를 선진화하고 지역 특화 및 공공기획, 심층취재, 여론조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자가 한두 명에 불과한 향토 언론으로서는 자생적 체력을 다질 수 있는 비타민이 될 수 있다. 안정적인 콘텐츠 제작과 배달 시스템을 갖추면 기자의 펜도 날카로워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로컬 페이퍼(지역 신문)에서 실력을 발휘한 기자들이 워싱턴포스트(WP)나 뉴욕타임스(NYT) 같은 유력지에 스카웃되는 일이 일반적이다. 지역 저널리즘 역량강화 지원은 그런 풍토 조성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강화 신문발전조례, 향토 언론엔 단비
향토 신문기자 또한 중앙지 기자 이상으로 전문성이 필요하다. 지방행정은 물론 복잡다기한 이슈와 사건사고를 다루려면 쉼 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이 축적되면 취재력과 글쓰기 능력이 뛰어난 기자가 나오고, 언론인으로서의 활동 무대를 바꿀 기회가 된다. 향토 언론 운영자는 기자가 “독자가 자물쇠 속에 열쇠가 돌아가도록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쓰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바로 지역 신문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언론 생태계도 주목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디지털화 바람이 거세다. 뉴욕타임스는 전체 유료 독자 752만3000명 가운데 89%인 669만 명이 온라인으로 신문을 읽는 디지털 독자이고, 종이신문 독자는 11%인 83만 명에 불과하다. 디지털 시대에 독자 취향이 바뀌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국내 중앙 언론사들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도 빨라지고 있다. 따라서 향토 언론도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재원이다. 따라서 강화군의 신문발전조례가 ‘단비’가 될 수 있다.
습관성 실수·오보…‘나쁜 펜’은 버려야
강화지역 ‘신문발전조례’는 내년까지 2년 동안 운영된다.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필수다. 중앙정부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사업성을 평가하고 제도를 보완하듯, 강화지역 신문발전조례도 적정성과 타당성을 평가해 향토 언론의 서포터가 되어야 한다. 향토 신문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공정성·객관성·균형성·독립성·투명성의 언론 가치다. 저널리스트는 진실 확인자(Authenticator)이고, 의미 부여자(Sense maker)이고, 감시견(Watchdog)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팩트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것처럼, 급하게 취재할수록 그 기사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덜 정확한 보도는 곧 오보나 허위보도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기자가 공격적으로 취재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어쩌다” 실수는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반복적인 실수는 곤란하다. 그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다. 방향성이나 의도를 가진 ‘나쁜 펜’일 수도 있다. 특정 언론의 특정 기자가 반복적으로 나쁜 펜을 든다면, 책무 저널리즘(accountability journalism)을 잊은 것이다. “잘 모르면 보도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기사는 곧 기자의 얼굴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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