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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팩트(fact)로 말한다

작성일 : 2021.08.2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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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국가의 운영은 정부와 입법기관이 수행하는 각종 정책 활동과 이를 감시하는 언론 간의 건강강한 긴장관계 속에서 이뤄진다.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 정책을 입안하는 입법부, 그리고 이를 감시하는 언론은 민주국가의 톱니바퀴나 다름없다. 특히 언론의 역할은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중앙 언론이, 지방정부는 지방 언론이 각종 행정과 입법 활동에 대한 감시견(watchdog)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언론이 정책 주체들에 대한 본연의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 체제는 부패하면서 도덕적 불감증에 빠질 우려가 있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책무 또한 막중하다. 언론이 감시견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특정 팩트(fact, 사실)를 바라보는 이 공정해야 한다. 동일한 사안인 데도 언론의 성향에 따라 이렇게 보고, 저렇게 보는 것은 각 언론이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언론학에서는 언론-정당 병행주의(press-party parallelism)’라고 한다. 언론학자인 세이무어는 언론-정당 병행주의는 특정 언론과 특정 정당 간의 공생관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언론과 정당간의 병행주의는 진보-보수짝짓기로도 나타난다.

 

언론의 정파주의는 중앙과 지방이 비슷

핵심은 팩트엔 정파가 없어야 한다는 것

국내 중앙지의 경우도 유사하다. 언론사별로 진보-중도-보수의 색깔아 보도 성향에 차이가 나타난다. 진보와 보수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해석이 다르게 나오는 이유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탈 원전 정책, 코로나 백신 수급, 종합부동산세 등 여러 정책을 둘러싼 언론들의 시각차가 대표적인 예다. ‘정책적 보수정책적 진보의 해석 차이가 선명하다. 지방 언론도 다르지 않다. 언론의 성향에 따라 자치단체에 우호적이기도 하고, 그 반대로 비우호적인 발톱을 드러내기도 한다. 어찌 보면 언론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필자가 지난해 언론과 정당 간의 유착주의를 연구해 보니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되었다. 박근혜 정부 시기와 문재인 정부 시기에 언론이 국정 감사를 어떻게 보도했는지를 연구한 논문이었다(의정연구, 262). 연구 대상은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신문인 조선일보와 보수신문인 한겨레였다. 연구 결과, 국정감사 보도과정에서도 언론의 정파성이 나타났다. 보수신문은 보수정부를, 진보신문은 진보정부를 각각 지지하고 동조하면서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정보원을 선택적으로 활용하거나 인용하는 경향이 객관적인 데이터로 입증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자의 역할이다. 언론사의 기자는 공적 텍스트(public text)인 기사 콘텐츠를 생산하는 핵심 주체다. 기자는 사람을 만나는 직업인이다.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늘 사람을 만나 취재하고, 그 과정에서 알아낸 정보를 토대로 기사를 쓴다. 기자는 질문하고 듣는 직업인이다. 호기심이 없는 기자, 질문이 없는 기자, 잘 듣지 않는 기자는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가 되기 어렵다. 언론이 보도하는 기사는 기자의 끊임없는 취재의 결과물인 까닭이다. 기자는 현장 관찰자이기도 하다. 디테일(detail)이 꿈틀거리는 현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

 

기자는 만나고, 듣고, 질문하는 직업

독자에게 열쇠로 자물쇠를 여는 느낌 줘야

기자와 현장은 동반자다. 기사는 발로 쓴다는 말도 있다. 사무실에 틀어박혀 머릿속 생각만으로 기사를 써서는 안 된다. 컴퓨터 자판과 씨름한다고 기사가 써지지도 않는다. 사람을 만나고, 질문하고, 듣고, 관찰하고, 해석하고, 확인하고, 비교하는 과정에서 옥고가 탄생한다. 그만큼 팩트 확인은 중요하다. 최소한 '3각 확인(triangular)'이 기본이다. 취재한 내용, 당사자의 얘기, 그리고 반대편의 얘기를 모두 듣고 이를 종합해 균형감 있게 기사를 쓰는 게 기자의 능력이다. 3각 확인은 최소한의 원칙일 뿐이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잘 못된 팩트가 사안을 왜곡시키고, 관련자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어서다.

       

현장의 생동감, 팩트, 그리고 기자의 예리한 판단이 들어있는 기사는 독자에게는 비타민이다. 독자가 기사를 읽으며 자물쇠 속에서 열쇠가 돌아가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다. 기자가 끊임없이 고민하며 취재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말이 그렇지 현실적으론 쉽지가 않다. 커버할 사건사고와 이슈가 너무 많고, 인력은 턱 없이 부족하고, 마감시간은 늘 전광석화처럼 다가오고, 데스크는 쪼고. 한가하게 고민하며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겠나. 더군다나 지역 기자들은 더 고달프다. 중앙 언론보다 지역 언론의 근무여건이 더 열악하니 말이다.

 

지역 언론의 생태계가 열악한 것은 속상한 일이다. 지역 사회의 탐조등(search light)’인 지역 언론의 촉이 무뎌지면, 지역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제대로 비칠 수 없다. 그렇다고 현실 탓만 할 수는 없다. 주어진 여건을 최적화하면서 점차 생태계를 바꿔 나가는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기자는 홍보맨이 아니다. 기자는 펜 무법자도 아니다. 기자는 진실 추구자(truth seeker)’이다. 기자는 팩트 파인더(fact finder)’이다. 기자는 자존감을 먹고 산다. 불의에는 추상같아야 하며,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해야 한다. 그래야 자존감을 지킬 수 있다.


지역 언론은 고향 발전의 서치라이트

건강한 팩트 파인더로서 강화 발전 이끌기를

고향 강화의 지역 언론들도 고생이 많다. 강화지역 여러 신문을 일독해보니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인쇄 메일 스크랩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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