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농촌지도사는 이렇게 일한다.”

작성일 : 2020.08.27 09:50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744ad5f37a0d6cab22496cd51a7ddae3_1598489306_0101.jpg

농업기술센터 과학영농팀장  강화정


강화군농업기술센터 삼산면농업인상담소가 내가 일하는 곳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농사를 짓는 곳이라면 삼산면 전부가 나의 일터다.

 

2년 전 이곳으로 발령받은 이후 가장 처음 한 일이 삼산면 농업에 대한 분석이었다. 삼산면의 논면적은 13,616ha로 교동면 다음으로 넓고 밭은 1,501ha로 논면적의 11%밖에 안되는 전형적인 논농사 지역이다.

 

벼 재배 규모는 전업농 기준인 6이상 농가가 70%를 넘어 대농이 많고 파종에서 수확까지 기계화가 되어있어 상대적으로 젊고 기계를 다룰 줄 아는 남성들이 주로 벼를 재배하고 있다.

 

반면에 나이가 지긋한 농가나 여성들이 주로 고추, 고구마 등 밭작물을 재배하고 있으나 비닐하우스 등 시설 집약적인 원예작물 재배는 극히 적은 지역이다. 대학교 때부터 박사까지 줄곧 전공은 채소였고 공직에서 일해 온 28년 동안 주로 원예작물을 맡아온지라 나에게는 생소한 라는 작물의 무게감에 더럭 겁이 나기도 했지만 이미 일할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하나는 벼농사를 대규모로 짓는 농가를 위한 기술지도, 다른 하나는 소규모로 원예 및 밭작물을 키우는 고령 및 여성을 위한 농업지도였다.

 

삼산면 석모도는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농작물 판매도 대부분 직거래를 하는데 쌀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직거래 하는 쌀은 대부분은 일본품종으로 삼산면 전체 벼 재배면적 중 55%가 고시히카리 등 일본품종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적인 육종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만들어 등록한 쌀 품종만도 400개가 넘는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진부하고 재배하기 힘든 일본 품종을 그리 많이 심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그 사실에 자존심이 몹시 상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 벼 품종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여 일본품종보다 재해나 병해충에 강하고 수량이 많으면서 품질이 좋은 품종을 찾아내고 종자를 확보하여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하더니 작년부터 문제가 되었던 일본과의 무역분쟁으로 일본 품종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고, 태풍 링링으로 인해 재해에 약한 일본품종은 대부분 쓰러져서 품질이 저하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농가들도 우수한 국산품종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런 농가들이 신품종의 쌀을 조금씩 나누어주어 직접 품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농한기에는 공부방을 운영하여 다양한 품종에 대한 정보와 직접 재배한 농가들의 생생한 사례도 나누었다.

 

그 덕분에 올해는 일본을 대체할 수 있는 우수한 국산 품종이 제법 보급되었다. 고시히카리, 추청 등에 못지않은 품질에 수량까지 많고 태풍, 병해충에도 강해 농가소득이 높아지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삼산면에서 있으면서 나의 가장 큰 목표는 벼 품종의 국산화로 그야말로 100% 온전한 우리나라 쌀을 생산하는 것이다.

 

품종의 위력은 재배면적이 적은 밭작물에서도 막강하다. , 참깨, 들깨, 땅콩, 마늘 등은 농가에서 종자를 채종하여 사용하는 작물로 한 번 좋은 품종을 도입하면 농가에서 오랫동안 활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최근에 육성된 좋은 품종들을 농가에 공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새로 보급한 품종 덕분에 평생 처음으로 마늘 농사를 잘 지었다는 농가의 말에 저절로 힘이 나고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농업인상담소에 자주 들르지 못하는 고령이나 여성농업인을 위해서는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으로 찾아가 교육도 하고 밭과 들로 다니면서 살피곤 하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들어도 자꾸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농가를 위해서 작물 별로 재배시기에 맞춰 농약이나 비료주기, 심는 시기 등등에 관한 문자를 보내주기 시작했다.

올해는 코로나로 고령 농업인들이 모이는 경우가 거의 없어 문자를 통한 지도를 더 강화하고 있다. 어디서 들었는지 귀농귀촌한 농가들도 찾아와 문자를 받고 싶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가을이 되면 문자 덕분에 농사를 잘 지었다는 감사의 인사를 받기도 한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바이러스병인 코로나19가 대유행인데 작물들도 바이러스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작물도 바이러스병에 걸리면 약이 없고 다른 개체로 전염되어 농가들이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만으로는 어떤 바이러스병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코로나 검사처럼 식물도 바이러스 검사를 해야 하는데 최신 장비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므로 종종 농촌진흥청의 도움을 받는다. 비단 바이러스 뿐 만 아니라 최근에는 새로운 해충이나 병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현장에서 농가를 지도하는게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도 가능하면 과학에 근거한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지술지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혈압에 당뇨약을 처방하는 돌팔이 의사처럼 되기 쉽기 때문이다. 농사에 하늘 탓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고 농민들의 수준은 높아져서 주먹구구식 기술지도는 농민에게 믿음을 줄 수도 환영받을 수도 없다.

 

그래서 전문직 공무원들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 밭에 가서 작물을 보고 농가의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참 행복하고 소중하다. 내일도 아니 앞으로도 농업현장의 최일선에서 농촌, 농민을 위해 계속 달릴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강화군 농업기술센터 과학영농단 과학영농팀장/ 강화정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