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2.01.11 13:37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곧잘 하는 다짐들이 있다. 이를테면 금주와 금연, 운동과 다이어트 말이다. 이런 다짐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는 “책을 가까이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러나 처음의 다짐과 달리 ‘책 읽기’를 습관화 하는 것은 어렵다. 스스로 세운 계획이지만 ‘계획’이 되는 순간 ‘의무감’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그 벽을 넘어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기란 지난하다.
새해에 책 읽기를 다짐했다면 그 시작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어려운 책을 고르거나 무작정 남들이 많이 사는 책을 따라 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잘못된 도서 선정으로 시작부터 결심이 흔들린다면 자칫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일일로 끝날 수 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책이 있지만 나는 새해 시작 도서로 ‘삼국지’를 많이 추천한다. ‘삼국지’는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자 이제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현재도 삼국지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 게임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삼국지를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다른 책보다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삼국지도 많이 있으니 선택의 폭도 매우 넓다.
그런데 이 삼국지는 그 인기만큼이나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국지’는 나관중의 ‘삼국지통속연의(흔히 삼국연의, 연의라고 불림)’를 말한다. 국내에서 유명한 이문열 삼국지나 황석영 삼국지 등이 모두 이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기초로 하고 있다.
물론 작가들 나름대로 나관중의 삼국지에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 ‘평역’을 하고 있어 실제 나관중이 쓴 삼국지와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때문에 같은 삼국지라도 역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내용은 물론 문체도 많이 다르다.
삼국지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서진시대 역사가인 진수(233∼297)의 삼국지를 토대로 처음 소설로 만든 남송 때 나관중(1330∼1400 추정), 자신의 주관대로 일부 내용을 바꾼 청나라 때의 모종강, 이 둘을 저본으로 해 다시 쓴 만든 일본의 요시카와 에이지가 그것이다.
국내 작가들은 1970년대까지 거의 요시카와판 삼국지를 인용했다. “복숭아나무 아래서 형제가 되기로 맹세를 했네. 유비 관우 장아앙비 천하의 무적일세”라는 노래로 시작하는 애니메이션 또한 요시카와판 삼국지를 인용한 작품이다. 1980년대부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혹은 모종강 편을 직접 인용해 개작한 작품이 다수 나왔다. 박태원·박종화·정비석·황석영·이문열·김홍신·장정일 등 국내 내로라하는 스타 작가들이 대부분 삼국지를 출간했다.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삼국지를 찾아서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각각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이문열 삼국지>
1. 이문열 삼국지(평역)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삼국지. “삼국지를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이문열 삼국지를 읽었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다. ‘평역’이라는 점에서 비판도 받지만 특유의 필력을 잘 살려서 재해석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공존한다. ‘평역’은 ‘재해석하여 번역함’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원작과 다르게 작가의 창작이 많이 덧붙여졌다는 의미다. 원작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가볍게 읽으려 하거나 삼국지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
2.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평역)
이문열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평역이다. 요시카와 에이지는 일본 내에서는 한국의 박경리, 조정래, 이문열 작가와 같이 손에 꼽히는 유명한 소설가다.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의 특징은 원작에 과감한 창작을 더했지만 그것이 어색하지 않아 원작의 요소로 헷갈릴 정도라는 점이다. 우리가 아는 삼국지 게임 대부분이 요시카와 삼국지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오히려 중국에서 이 요소들을 역수입하기도 한다. 이문열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원작을 선호한다면 적절치 않지만 삼국지 게임을 접해봤거나 읽는 재미를 추구한다면 추천할 만하다.

<황석영 삼국지>
3. 황석영 삼국지(정역)
이문열과 요시카와 에이지의 삼국지는 그 대중적인 인기와 더불어 평역에 대한 비판도 받는다. 국내에서 원작에 충실한 작품으로는 황석영 삼국지가 가장 유명하다. 때문에 황석영의 삼국지는 평역의 반대 개념인 ‘정역’ 삼국지라고도 불린다. 물론 황석영 삼국지 외에도 본삼국지, 정원기 삼국지 등 원문에 철저한 삼국지가 있지만 구하기가 어려워 접근성은 떨어진다. ‘정역’의 한계로 무난하다는 비판도 받지만 삼국지 자체가 워낙 명작이라 재미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요코야마 미츠테루 전략 삼국지>
4. 전략 삼국지(만화)
장편의 소설이 부담이 간다면 만화로 삼국지를 즐겨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전략 삼국지는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유명한 만화다. 앞서 소개된 요시카와 에이지 삼국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이 만화책에서만 등장하는 요소를 다수의 삼국지 게임에서 따르고 있다. 다만 원작과의 차이, 많은 권수는 단점으로 꼽힌다.
삼국지는 작품 구상의 웅대함과 깊이가 고전 소설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만하다. 주요 등장인물도 수천 명에 이른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진한 인간애, 제왕의 꿈, 권모술수, 전쟁 장면은 스펙터클하다. 독서엔 왕도도 없지만 정답도 없다. 유명하다고 해서, 또 다른 사람들이 추천한다고 해서 그 책이 자신에게 맞으리란 보장은 없다. 임인년 새해에는 자신에게 맞는 삼국지와 그 시작을 함께 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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