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4.08.23 09:20
작성자 : 성태제

성태제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국가교육위원회 교육과정전문위원회 부위원장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강화와의 인연 그리고 바램
강화를 알게 되고 사랑함은 그 기간이 긴 만큼 애정 또한 크다. 어려서 ‘강화도령~ ’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시작되었다. 부모님이 새집을 장만하고 세를 준 방에 들어온 새댁의 고향이 강화였다. 새댁의 어머니나 여동생이 종종 들르곤 하였다. 인상도 좋았고 마음씨도 좋아서 강화도 순무김치나 수삼 등을 준 적이 있는데 특이하게 맛있었다는 기억이 난다. 그래서 지금도 강화 순무김치를 좋아한다.
대학에 입학한 후 첫 미팅서 만난 여학생과 전등사에 간 적이 있다. 서강대 옆에 있는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강화행 버스를 타고 강화대교를 건너기 전에 헌병들이 올라와서 검문하던 일, 전등사 경내를 한 바퀴 돌고 남문으로 내려오면서 도토리묵에 막걸리를 마신 일, 군대 입대 전에 중고등학교 동창 베프와 마니산에 올라 군복무를 무사히 마치기를 기원하고, 내려다 보면서 왠 교회가 여기저기 많은지 모르겠다고 한 말. 지금은 갯뻘을 막아선지 들락날락하던 해안가가 거의 직선으로 되어 옛날의 이쁜 것을 느끼지 못한다. 초지대교가 놓이고 나서 더욱 자주 가는 곳이 강화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처음 찾아간 곳이 강화도고 마니산 산장서 식구들과 자고 새벽에 마니산 올라 새해 첫 해맞이를 한 기억도 있다. 강화를 거쳐 석모도 보문사, 교동도 대륭시장, 교동도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해안가 수석집을 자주 갔고, 외포리 가는 방향에 서산꽃게탕 집 단골이었으며 지금도 보광호 횟집을 간혹 간다. 조양방직 까페와 온수리 성공회 성당, 동검도 **극장, 특히 해안가의 보나 돈대들도 많아 볼 것과 들릴 곳이 많은 곳이 강화다. 예전에는 교수들과 어울려 강화 읍내에 한정식 집에 가서 식사도 했는데 상호를 잊었다. 선수항의 밴뎅이 회 맛도 잊을 수 없다. 고려산의 철쭉이 만발하면 낮술 마시고 취한것 같았고 쑥떡을 나누며 쑥향을 만끽한 적도 있다. 강화도, 석모도, 교동도를 자전거로 일주한 적도 있다. 석모도 보문사 뒤의 재를 힘들게 오르지만 내려 꽂을 때의 상쾌함은 형언하기 어렵다, 교동도 철책 옆으로 라이딩을 하면서 북한 땅과 마을을 보는 마음은 애리다. 손자·손녀들이 크면서 강화도 여러 곳을 보여주고 산 높은 곳에 있는 위락시설에서 루지를 타고자 했었다. 그냥, 표 끊어 탓으면 될 일을 경로우대를 받고자 신분증을 보여 준 것이 화근이 되어 연세가 많아서 탑승이 안된다고 거부되었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이렇게 건강하다고 보여주어도 법적으로 안된다고 해서 손자와 같이 타지 못한 유감스러운 일도 있었다.
이렇게 사랑한 강화가 동막 주변으로 펜션이 들어서면서 동막 해수욕장의 옛 한가함을 잃게 한다. 그 나름대로 휴식처를 제공하고 강화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지만 난 개발이라는 인상이 짙다. 노천탕도 생기고 최근에는 골프장들이 들어선 것도 안다. 염전을 메우고 산을 깍아 만든 골프장들이 강화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강화다움이 무엇일까? 예전에 우리집 셋방에 사시던 강화분의 사람 냄세와 잔잔히 물결지는 해안가와 해지는 풍광과 어부들, 강화 사람들의 강한 생활력 등등... 예전에는 알듯 했는데 요사이는 모르겠다.
필자가 강화도를 처음 찾았을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번창하였으며 다양한 볼거리와 먹걸리들이 늘었다. 고인돌 같은 선사 유적지와 사찰 그리고 마니산 같은 자연유산이나 문화유산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강화를 찾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자연유산을 중심으로 그 주변 환경의 변화에 흥미를 느끼고 즐거움을 찾는다. 그래서 내가 갔었던 옛날의 추억이 되살아나고 새로운 주변 환경이 감상에 젖게 했으면 좋겠다.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시더라도 나를 감동시키게 하면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없을 것 같다. 감동이란 감동하는 사람의 문제라 하겠으나 이보다는 예전의 강화 냄세가 풍길 때 더욱 감동할 것 같다. 마니산을 내려와서 찾은 맛집으로 냉면집, 손자·손녀와 찾아간 햄버거집, 대기하는 줄이 길기에 맛집으로 입증되었으나, 뭔지 모르는 부족함을 느꼈다. 집사람은 맛있다고 하고, 딸과 손자·손녀는 좋아하는데 나는 입맛이 까다로워서인지 나이 들어 입맛을 잊어서인지 모르지만 여기까지 와서 찾아 먹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하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강화의 냄세와 맛을 느끼지 못해서 일것이다.
강화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앞에서 언급한 모든 일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다는 옛시인의 말처럼 사람들이 관건인 것 같다. 강화에서 태어나 자라고 보다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식견이 넒은 사람이라야 강화의 산천을 알고 맛과 멋을 내며 강화 냄세를 풍길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화가 강화 다울 때 나는 감동하고 또 찾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화군민들이 역사, 지리, 문화, 풍습과 음식 등에 대한 애정을 갖고 강화발전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이 하는 일이기에 강화분들이 강화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를 유도하여 발전시켜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젊었을 때 찾았던 비오는 전등사 경내를 걷고 싶고, 해맞이 마니산의 오르고 내려와서 막걸리를 마시고 싶다. 장화리에 가서 지는 해를 바라보며 와인 한잔 겉들이고 싶다. 강화여! 강화다움을 꼭 유지하고 발전하여 영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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