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영유 단국대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작성일 : 2024.05.0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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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유 단국대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강화를 찾는 상춘객(常春客)이 부쩍 늘었다. 주말에는 강화대교와 초지대교를 넘나드는 일이 고통스러울 정도다.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 통과하지 않으면 다리 위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교통이 막혀도 놀러 가는 일이고 놀다 가는 일이니 관광객은 불편을 감수한다. 하지만 강화군민 입장에선 주말 외출이 불편하기만 하다. 교통체증 해소는 군민의 염원이다. 초지대교가 없던 시절에는 강화대교가 외통길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동차 행렬, 서울에서 강화까지 3시간 걸리기도 했다.
필자도 아린 추억이 있다. 결혼식을 강화읍에서 했는데 결혼식이 끝난 뒤에 도착한 친구가 태반이었다. 그중 사진기자도 있었다. “영유야, 사진은 내가 책임지고 멋지게 찍어 줄게.”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카메라는 귀하고 귀하신 물건이었으니 결혼식 때 ‘프로’가 사진을 찍어 준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주말 교통체증 해소는 큰 과제
물론 결혼식장에는 촬영 기사가 있다. 하지만 중앙일간지 기자가 직접 촬영해 주려는 ‘마음’에 대한 기대는 컸다. 그런데 결혼식이 다 끝났는데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다. 신부에게 큰소리쳤던 터라 겸연쩍었다.
예식장 사진기사와 카메라를 가져온 친지분이 연신 셔터를 누르셨다. 폐백실로 가는 순간, 친구가 나타났다.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미안하다, 친구. 하도 차가 막혀서. 내리자마자 뛰었는데도 늦었네.” 그 친구는 숨을 헐떡였다.
가슴을 졸였을 친구를 생각하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친구는 폐백 장면을 정성껏 찍었다. 고마운 친구다. 신혼여행 길 또한 고통이었다. 넉넉하게 출발했는데도 길이 막혀 비행기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멋진 검정 세단을 몰고 왔던 친구는 “이러다 늦겠네”라며 김포에서 비포장도로로 급변침했다. 그러다가 둑길에 바퀴가 빠졌다. 신부까지 내려 차를 밀었다. 상상만 해도? 천신만고 끝에 공항에 도착해 간신히 비행기를 탔다. 지금도 강화의 교통과 관광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30년 전의 추억이다.
▲강화는 수도권의 관광 오아시스
강화는 수도권의 오아시스다. 산과 바다와 강과 들녘과 갯벌,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석모도와 교동도에 다리가 놓인 후로는 “강화에 안 갔다 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다. 강화군에 따르면 지난해 군을 방문한 관광객은 1735만명이다.
한 사람이 두세 번 방문해도 1735만 명에 다 포함한 누적 숫자다. 외국인은 3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이 가깝고 천혜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갖춘 강화도의 글로벌 관광화가 아쉬운 대목이다. 외국에도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강화군은 올해 관광객 목표를 2000만 명으로 잡았다. 담대한 계획이다. 문제는 교통과 콘텐츠, 편의시설과 먹을거리다. 교통은 염원한 과제다. 여행길이 신나도 길에서 시간을 다 허비하면 다시 찾고 싶지 않은 곳이 될 수 있다. 관광객이 늘어날수록 강화 길은 막힐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계양~강화고속도로 조기 착공, 지하철 노선 강화 연장, 주문 연도교 건설, 강화~영종 연륙교 건설 등 그간 정치권과 강화군이 내걸었던 굵직굵직한 계획을 가시화해야 한다. 강화군은 배준영 국회의원과 중앙정부, 인천시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실현 가능한 중장기 교통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담대한 실행력이 절실하다.
▲천문과학관 화개정원...스토리텔링 중요
스토리텔링도 정비해야 한다. 강화하면 마니산·전등사·광성보·덕진진·초지진·고려궁지·조양방직·보문사·대룡시장과 인삼·순무·화문석·인진쑥을 얘기하는 도시인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강화에 관심 있는 분들이니 그 정도지, 그렇지 않으면 마니산과 전등사만 얘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강화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옛 강후초등학교에 들어선 강화천문과학관은 강화의 첨단 과학메카가 될 수 있고 외포리 함상공원과 교동도의 화개정원, 석모도의 온천을 엮는 섬 테마여행은 강화의 경쟁력이다. 그런데 함상공원 부근에는 변변한 안내판도 없고 도로에 자동차 진입 표시도 없다. 디테일이 아쉽다.
하점면의 강화역사박물관과 강화자연사박물관, 강화읍 해안동로의 강화전쟁박물관은 강화의 숨결과 역사가 숨 쉬는 곳이다. 홍보 부족 탓인지, 아니면 외지인 관심이 적은 탓인지 내방객 수가 적다. 필자도 여러 번 방문했는데 방문객이 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초등생의 역사교육 코스로도 좋은 곳이니 강화지역교육청과 인천교육청의 전향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
▲ 관광 수입 군민에 혜택 돌아가야
강화를 찾는 이들인 숙박을 하지 않고 당일치기 여행을 많이 한다. 수도권의 집이 가까우니 굳이 비싼 돈 주고 숙박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동차나 텐트에서 잠을 자는 ‘차박’과 ‘텐박’이 유행해 팬션도 잘 안된다.
그러다 보니 손님이 많은 동막해수욕장 인근 팬션은 숙박료가 비싸 “서울 같다”라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적정 요금이 절실하다. 먹을거리도 특색이 약하다는 얘기가 있다. 밴댕이와 꽃게, 순무, 회, 인삼 한우 같은 전통 먹을거리만으론 관광객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연간 2000만 명의 관광객이 1인당 1만원만 써도 2000억원이다. 10%인 200억원을 강화 출신 대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으로 쓸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보자. 강화 학생들이 외지로 유학 가겠나. 외려 유학 오는 도심 학생도 있을 것이다.
물론 초중고의 교육 대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강화군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는 곧 열린다. 관광객 증가는 강화에 희소식이지만 그만큼 교통체증이 심화할 것은 분명하다. 30년 전 결혼식의 아린 추억처럼 교통 문제는 강화의 영원한 숙제다.
강화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군민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비타민이 돼야 한다. 외지인이 강화에 와서 호주머니를 마음껏 열게 해야 한다. 그러면 강화의 세수가 증대하고 강화 주민의 일자리가 늘어 난다. 전국의 자치단체가 관광객 유치 경쟁을 한다.
강화는 지리적으로도, 역사와 문화적으로도 유리한 조건이다. 관광객이 강화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고 군민의 소득을 늘려 삶과 복지, 교육의 질을 향상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강화 관광객 연 2000만 시대의 새로운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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