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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차로 횡단보도 간당간당 건너면 '치매 위험 신호'

권선미 중앙일보 기자 

작성일 : 2024.04.08 16:35 수정일 : 2024.04.0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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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중앙일보 기자 

걸음걸이는 현재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두 다리로 걸으며 이동하려면 뇌부터 다리까지 연결된 근골격계, 신경계, 심혈관계가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걷는 모양새가 평소와 달라졌다면 몸 어딘가 이상이 생겼다는 초기 경고 신호다. 

걸음걸이 변화로 질병을 예측할 수도 있다. 아프지 않더라도 보폭이 줄어 종종걸음으로 걷는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해야 한다. 종아리가 저려 한 번에 500m도 걷기 힘들다면 척추관협착증일 가능성이 있다. 무심코 넘기면 안 되는 걸음걸이 변화에 대해 짚어본다.

▲Check Point1. 보폭이 좁아져 종종거리며 걷는다.
전형적인 파킨슨병 초기 증상이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결핍으로 운동·균형 감각이 떨어져 걸음걸이가 불안정하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가동 범위가 줄면서 두 다리를 벌리는 보폭이 좁아져 종종거리며 걷는다. 첫발을 내딛을 때 발이 얼어붙은 듯 머뭇거리기도 한다. 일단 걷기 시작하면 잘 걷지만 보행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뛰는 것처럼 이동한다. 

섬세한 동작 연결이 어려워 걷는 도중 방향을 바꾸려면 멈췄다가 다시 걷는 패턴을 보인다. 파킨슨병이 더 진행하면 걸을 때 발이 땅에 달라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다리를 끌며 이동하는 등 보행장애 증상이 심해진다. 몸통도 뻣뻣하게 경직돼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자주 넘어지고 다친다.

▲Check Point2. 8차로 횡단보도 신호가 짧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면 신체 노화로 허리가 굽고 시력이 떨어져 조심스럽게 이동하려고 보행속도가 느려진다. 그런데 보행속도가 느린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가 많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루스 해키트 행동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노화 종단 연구에 참가한 60세 이상 노인 4000여 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행속도가 느려진 노인의 치매 발생률이 높았다. 특히 8차선 횡단 보도를 제 신호에 건너기 힘들다면 보행속도가 현저히 느린 상태로 건강 악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장영일 교수팀이 강원도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2014~2017년 평창군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 1348명의 보행속도와 건강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국제 기준(초당 0.8m)보다 보행속도가 느린 노인의 사망률은 정상 그룹의 2.54배, 요양병원 입원율은 1.59배 높았다. 

이 둘을 포함해 전반적인 건강 악화 위험도는 2.31배다. 참고로 8차로(편도 4차로)의 횡단보도를 제 신호에 건너려면 국제 기준보다 다소 느린 초당 0.741m씩 이동해야 한다. 

한국은 보행자 안전을 위해 기본 보행 시간 7초에 1m당 1초씩 적용한다. 만약 8차로의 횡단 보도를 건너다 신호가 바뀌거나 간당간당하게 건넌다면 보행속도가 현저히 느린 것이다. 보행속도가 느려질수록 치매가 가속화된다는 보고도 있다.

▲Check Point3. 걷다가 꼭 한 번은 잠시 쉬었다 간다.
척추관협착증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인 간헐적 파행이다. 척수신경을 감싸고 있는 허리의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한 번에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진다. 일정 거리 이상 걸으면 허리부터 종아리·발바닥까지 당기고 저리듯 아파 쪼그리고 앉아 잠시 쉬어야 한다. 

계속 걷고 싶어도 통증이 심해 걷기 힘들어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매우 짧은 거리도 걷다 쉬길 반복한다. 또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걷는 것도 점차 어려워한다. 허리를 숙이면 좁아졌던 척추관이 살짝 넓어져 통증이 덜하다 보니 꼬부랑 노인처럼 땅만 보고 걷게 된다.

▲Check Point4. 신발 한쪽만 유독 닳는다.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 보행을 의심한다. 뇌졸중 이후 비정상적인 근육 긴장도, 시지각 결손, 균형감각 결여 등으로 보행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오른쪽 뇌가 손상됐다면 왼쪽 팔다리가, 왼쪽 뇌가 다쳤다면 오른쪽 팔다리 감각·운동 기능이 떨어져 비대칭적 보행 양상을 보인다. 뇌의 근육·신경 지배 능력이 약해져 있어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게 걷는다. 

걸을 때 사용하는 하체 근육의 경직성 마비로 발뒤꿈치 대신 발 앞쪽이 먼저 지면에 닿는다. 이때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발 앞쪽이 지면에 닿은 채로 원을 그리듯 회전하면서 걷는다. 또 체중을 지지할 때 마비된 곳에는 힘을 덜 준다. 비대칭적 보행 양상으로 신발 바닥이 한쪽만 특히 앞 부분만 심하게 닳는다.

▲Check Point5. 계단에서 몸을 옆으로 틀어 한 걸음씩 걷는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무릎 관절이 손상됐다는 신호다. 무릎을 완전히 굽혀 양반다리로 생활하는 한국인은 퇴행성 관절염에 약하다. 양쪽 엉덩이뼈가 바깥으로 벌어지면서 바깥쪽 무릎 연골이 집중적으로 닳는다. 걸으려고 발을 내디디면 전신의 체중이 무릎에 실리면서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걸으려고 무릎을 반복적으로 구부리고 펼 때마다 통증을 호소한다. 엉덩이·무릎·발목으로 이어지는 다리뼈 정렬도 흐트러져 있어 다리 모양도 O다리로 변한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해 옆으로 몸을 틀어서 한 걸음씩 걷는다. 심해지면 평지를 걸을 때도 절뚝거리며 이동한다. 어느 순간 걸어서 이동하는 것 자체를 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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