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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아기 울음소리 가득한 2024년 갑진년을 기대하며

작성일 : 2023.12.2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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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한국의 인구 감소 속도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보다 더 빠를 수 있다.” 충격적인 말이다. 미국 유력 신문인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내용이어서 더 그렇다. NYT 칼럼니스트인 로스 다우서트는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렇게 쌌다. “한국처럼 합계출산율 0.7명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는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에 몰고 온 인구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다.” 

한국의 인구 절벽, 외국에서도 통탄한 2023년

14세기 유럽에서 발생한 흑사병으로 인구 10명 중 5∼6명이 사망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다우서트가 세대 간 인구 감소와 전염병으로 인한 전체 인구 감소를 단순 비교한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출산율이 그만큼 절망적이라는 점을 흑사병과 단순 비교했다는 점에서 임팩트가 크다. 100쌍이 결혼해서 아이를 한 명씩 낳으면 100명에 불과하다. 100명의 남녀 비율이 반반이라고 가정하고 100명이 모두 결혼하면 50쌍이다. 50쌍이 한 명씩 애를 낳으면 50명이다. 그런데 한 명도 아닌 0.7명이라니, 이 얼마나 참담한 미래인가.

2023년 계묘년(癸卯年)에 태어난 아기 수는 역대 최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9월 누적 출생아 수는 17만7,137명이다. 1981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9월까지의 출생아 수는 1981년에 65만7,000명이었으나 2002년 30만 명대, 2022년 19만3,000명, 2023년 17만7000명대로 주저앉았다. 이런 추세라면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결혼을 안 하니 애가 없고, 결혼을 하더라도 애를 안 않으니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신혼부부 통계를 보자. 2018년에 132만2,000쌍이던 신혼부부는 2021년 110만1,000쌍으로 줄더니 2022년에는 간신히 100만 쌍을 넘겼다. 올해는 통계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100만 쌍도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결혼한다고 애를 낳지도 않는다.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가정은 전체의 46.4%(37만8,000쌍)나 된다. 결혼한 100만 쌍이 한 명씩만 낳아도 100만 명인데 절반이 애를 낳지 않으니 가정 당 자녀 수가 0.65명에 불과한 것이다. 

신혼부부 겨우 100만 쌍… 출산율 0.7명도 위태

외국의 학자들도 관심이 많다.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 7월 EBS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출산율 급감에 대해 이처럼 뼈아프게 지적한 말도 없을 것 같다. 마치 그 말이 ‘진짜’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미국의 사전출판사인 ‘메리엄 웹스터’가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진짜의’ ‘정확한’이라는 뜻의 ‘어센틱(authentic)’을 선정했듯이 말이다.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은 대한민국의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다. 정부가 저출산에 대응한다며 2006년부터 지금까지 쏟아부은 돈만 380조 원이 넘는다. 정부 부처나 자치단체가 엉뚱한 데다 돈을 쓰다 보니 국민 세금만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다. 스웨덴·독일·캐나다 같은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도 의무화한다. 출산 뒤에도 고용을 보장한다. 우리는 애를 낳아도 돌봐줄 사람이 없고 직장 눈치를 보는 게 여전하다. 이웃 일본은 어떤가. 2025년부터 자녀 셋인 가정의 모든 대학 등록금을 면제해주는 파격적인 정책까지 내놓았다. 대학 완전 무상 교육이다. 

강화도 인구 절벽 위기, 11월에 20명 태어나 

일본은 2022년 합계출산율이 1.26명이다. 우리보다 훨씬 높지만 적극적으로 저출산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연간 3조 5,000억 엔(약 32조 원)의 대규모 자금 투자 계획도 발표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출생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우리는 그간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자성도 부족하고 정책도 부족하다. 집 없고 맞벌이하는 신혼부부가 애를 가장 낳기를 꺼려하는 현실, 보육과 교육 문제, 문화적 환경 등을 종합 고려한 파격 대책이 없다. 

우리 강화군도 인구 소멸 위기지역이다. 2023년 11월 말 현재 강화군 전체 인구는 69,073명이다. 전체가 35,049세대인 점을 감안하면 세대당 1.97명꼴이다. 남녀 비율은 거의 비슷한데 전체인구의 32.4%인 22,356명이 강화읍에 산다. 그런데 지난달에도 강화인구는 64명이 줄어들었다. 출생아 수는 20명인데 사망자는 79명이었다. 신규 전입자는 502명인데 전출자는 507명이었다. 당연히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통계다.

중요한 것은 아이울음 소리다. 강화군에서 한 달에 20명이 태어나면 연간으로 치면 240명밖에 안 된다. 그런데 사망자 수는 한 달에 80명씩 계산하면 연간 840명이다. 강화군 전체인구의 37%인 25,610명이 65세 이상 노인이고 19세 이하는 10%인 7,209명에 불과하다. 이런 단순 통계로만 유추해도 강화의 미래는 14세기 흑사병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릴 수 없는 인구 구조인 것이다. 

강화의 미래는 젊은 부부, 새해 군정의 핵심 돼야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국가적으로도, 강화지역으로서도 다사다난(多事多難)한 계묘년이었다. ‘푸른 용의 해’인 새해 갑진년(甲辰年)에는 강화가 더 젊어지는 원년이 되었으면 한다. 도시생활을 하다 강화가 좋아 귀향한 젊은 부부도 주변에 많아지고 있다. 그들 중에는 다자녀 가정도 적지 않다.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강화군도 다양한 지원을 하며 출산율 제고에 애를 쓰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뭔가 허전하고 배고프다. 

이제는 정책 초점을 노인복지가 아닌 청년복지로 대전환해야 한다. 전입보다 전출이 많아지는 현실은 청년층의 이탈을 의미한다. 젊은 부부가 많아야 강화 곳곳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국가도 못 하는 일이지만 강화는 할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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