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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복의 우리말 산책] 세계 역사를 바꾼 ‘동장군’

작성일 : 2023.12.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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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비가 내린 뒤 갑자기 추워졌다.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당분간 강한 추위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갑자기 추위가 몰려올 때 '동장군'이 찾아왔다고 한다. 동장군(冬將軍)은 겨울 장군이라는 뜻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추위 또는 겨울을 뜻하는 '동(冬)'에 군을 지휘·통솔하는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장군(將軍)'이 합쳐진 말이다. '동장군'이 겨울 장군을 뜻한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왜 이런 말이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1812년 프랑스의 나폴레옹 군대는 오랜 전쟁 끝에 승리를 안고 의기양양하게 러시아의 모스크바에 입성한다. 하지만 모스크바는 퇴각하는 러시아 군이 지른 불로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고, 프랑스군은 음식도 집도 없는 폐허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더구나 때 이르게 찾아온 러시아의 혹독한 추위로 병사들은 손과 발에 심한 동상을 입고 배고픔에 지쳐 저절로 죽어갔다. 한 달을 버티지 못하고 처절한 퇴각을 하게 된다. 65만 병사 중 최종적으로 살아 돌아간 사람은 1만여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권좌에서 쫓겨나 유배를 가게 된다.

‘진흙장군’도 ‘동장군’에 뒤지지 않아

결국 혹심한 추위가 어느 장수도 이기지 못한 나폴레옹 군대를 쳐부쉈다. 그리하여 ‘General Winter’(동장군)라는 말이 생겨난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이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소련을 침공했으나 역시 동장군에 고통을 겪다 봄엔 눈이 녹으면서 생긴 진흙에 발이 묶여 막대한 손실을 입고 퇴각함으로써 제2차 세계대전의 패인의 하나가 된다. 진흙이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병사와 장비의 발을 묶어 전투를 불가능하게 함으로써 ‘General Mud’(진흙장군)란 말이 또다시 생겨난다. 진흙장군은 라스푸티차(rasputisa) 시기의 진흙탕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북부 우크라이나 일대에서 가을과 봄에 눈이 녹거나 비가 내려 비포장 도로가 뻘로 변함으로써 통행이 어려워지는 시기를 ‘라스푸티차’라고 한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 라스푸티차 시기의 진흙탕이 전투 수행을 어렵게 함으로써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동장군과 진흙장군은 세계 역사를 바꾼 위대한 인물인 셈이다. 우리식 '동장군'이란 말이 언제부터 사용됐고 어디에서 왔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위의 사실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고 그럴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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