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11.20 17:31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2015년에 강화풍물시장의 화덕피자는 인기였다. 손님이 주문하면 청년들이 냉장고에서 반죽을 꺼내 피자를 만들기 시작했다. 손놀림이 능숙했다. 반죽은 화덕에 들어갔다 나오자 맛있는 피자가 됐다. 치즈가 풍성하게 들어간 고르곤졸라 피자는 당시 9,000원이었다. 프랜차이즈 피자점의 반값도 안 됐다. 아버지와 피자 한 판을 사 들고 바로 옆 식당으로 향했다. 밴댕이 무침에 막걸리, 그리고 피자는 환상의 조합이었다. 벌써 8년 전의 아련한 추억이다.
화덕피자의 종류도 다양했다. 고르곤졸라, 마르게리타는 물론 강화고구마 피자, 인삼 피자, 진달래 피자까지 있었다. 서울 친구들에게 화덕피자 얘기를 했다. 친구들은 마니산 등반을 하고선 풍물시장에 들러 피자를 먹고 갔다. 입소문이 퍼지자 손님들로 붐볐다. 화덕피자는 청년들이 만들었다. 가게 이름은 ‘화덕식당’이었다. 협동조합 형태의 청년상회인 ‘청풍상회’ 1호 가게였다. 가게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강화 토박이도 있고 타지 청년도 있었다. 청년들은 멋졌고 열정이 넘쳤다.
풍물시장 화덕피자 청년, 지금은 볼 수 없어
그런데 어느 날 화덕식당이 사라졌다. 풍물시장에 갈 때마다 2층에 들러 구수한 피자 한 판을 시켜 먹곤 했는데 아쉬웠다. 바로 옆 음식점 주인은 “장사를 잘했었는데 재료 값이 오르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청년들이 떠났다”고 했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화덕식당의 화덕피자가 검색되는 데 가게 전화번호는 결본 처리된 것으로 나온다. 청년들의 꿈이 사라진 것 같아 풍물시장에 갈 때마다 마음이 찡하다.
그러나 청년들이 주축이 돼 만든 협동조합 ‘청풍’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청풍은 강화군 토박이 청년과 타향 출신 청년들이 함께 2013년 강화풍물시장에서 화덕피자를 구워 팔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당시 정부는 특색 있는 아이템으로 시장 장사에 도전할 청년들을 공개 모집했다. 청년들에겐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장사 관련 교육과 협동조합 교육을 무료로 시켰다. 또 최대 100만 원의 종잣돈에 5주 동안 임차료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청년들이 풍물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사업 방향을 모색하는 청년 상인회인 청풍상회가 구성됐다. 화덕식당은 청풍상회의 1호 가게다.
청년 협동조합 ‘청풍’, 강화에 신바람 일으키길
청풍은 강화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도전을 했다. 사진전이나 숙박 등 자신들의 다양한 활동을 ‘강화 유니버스’로 이름 붙여 2021년엔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청년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다. 청년마을이란 청년이 특정 지역에 머물면서 많은 체험을 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업이다. 강화 토박이는 물론 타향 출신 청년들이 강화에 머물며 이런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다.
지역의 미래는 청년에게 달려 있다. 인구소멸지역이 전국에 즐비한데 청년들이 강화에 머물며 삶의 터전을 일구고 꿈을 향해 도전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리고 알려야 할 일이다. 인구 이탈이 가속화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강화에 일부나마 청년이 유입되고 있는 것은 강화 발전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강화군에 일자리와 문화·교육 인프라가 다양하게 들어서면 강화 토박이의 유출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외지 젊은이를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인구 정책의 시발이다.
그냥 쉬는 청년 전국 41만 명…국가적인 큰 문제
지역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저출생 고령화의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청년의 일자리가 결정적 변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청년 고용시장은 갈수록 ‘얼음장’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10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4만 6,000명 늘었다. 전체 고용률은 63.3%로 1982년 7월 통계 작성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청년층이다. 청년층 취업자는 1년 전보다 8만 2,000명 감소해 12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더 큰 문제는 경제활동이나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그냥 쉬고 있는’ 청년이다. 올해 1~10월 평균 41만 4,000명에 달했다. 이 숫자는 전체 청년 인구의 4.9%에 해당한다. 쉬고 있는 청년이 계속 늘면 국가의 미래는 암울하다. 청년들이 왕성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국가가 젊어지고 지역의 미래가 밝아진다. 쉬는 청년이 급증하는 원인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경제 침체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이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재학생 맞춤형 고용 서비스, 청년 일자리 경험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환경과 임금 격차에 따라 청년들의 선호도가 달라지는 현상, 또한 기업체의 고용 확대가 전제되지 않으면 청년들의 구직난은 해소되기 어렵다. 모든 것이 경제 상황과 청년들의 가치관과 맞물려 있다. 나라 전체가 이런 상태인데 특정 지자체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을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강화군의 역발상, 청년 유인 대책으로 승부를
강화군은 역발상을 해야 한다. 청년들이 꿈을 펼치려고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강화군 차원의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친환경 기업 유치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개발과 공장 입주에 대한 제약이 과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 차원, 광역단체 차원, 강화군 차원, 강화군의회 차원에서 규제의 사슬을 단계적으로 끊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화풍물시장에서 화덕피자는 사라졌지만 청년들의 꿈은 여전히 영글어 간다. 강화군에는 유치원이 19개, 초등학교가 20개, 중학교가 9개, 일반고 4개, 자율고 1개, 특성화고 3개, 대학교 3개가 있다. 의료기관도 종합병원과 일반병원을 포함해 50여 개가 있다. 문제는 문화 인프라다. 젊은이들은 서울 홍대 앞이나 강남역 같은 곳에서 놀기를 좋아한다. 문화적 향유를 삶의 질로 생각한다. 젊은이들을 위한 문화 인프라는 고령 세대를 위한 복지 확대보다 더 중요하다. 강화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최신 HOT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