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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김포가 서울되면 강화는?

작성일 : 2023.11.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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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군 복무시절 손 편지를 자주 썼다. 강화에 계신 부모님께 “몸 건강히 잘 지내지 걱정마세요”라고 편지를 쓰는 것은 즐거움이었다. 당시에는 전화를 걸기가 쉽지 않았다. 100원짜리 동전을 한 움큼 쥐고 있어도 공중전화는 꿀꺽꿀꺽 삼켜버렸다. 이등병 월급이 겨우 3,000원 하던 시절이니 전화 안부 인사는 사치였다. 그러니 자주 손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당시 강화 주소를 쓰던 습관은 오래 갔다. 펜을 잡으면 ‘경기도 강화군 양도면 건평리~’라고 자동으로 손이 갈 정도였다. 제대를 하니 손 편지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평상시에는 집 주소를 쓸 일이 아주 드물었다. 그런데 ‘경기도 강화군~’으로 시작하는 주소는 뇌리에 오래 박혔다. 강화군이 인천시로 편입된 1995년 이후에도 ‘경기도 강화군’이 자동으로 나왔다. 주소는 연어의 회귀와 같은 본능적 기억이 있었다. 

‘경기도 강화군~’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나와

중앙일보 기자 시절, 후배들이 강화군의 행정구역 표기를 종종 틀리곤 했다. 인천시 강화군으로 쓰지 않고 경기도 강화군으로 표기하곤 했다. “선배, 강화가 경기도 아닙니까?” 필자가 오기(誤記)를 지적하자 후배는 이상하다는 듯 되묻곤 했다. 김포가 경기도이고 김포를 지나 강화대교를 통해 강화로 들어가니 강화의 행정구역이 경기도라고 인식한 듯했다. “아냐, 강화는 인천 소속이야. 인천 바닷물이 연결됐잖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강화군이 인천시로 편입된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1994년에 최기선 당시 인천직할시장이 민선 선거용으로 강화군과 김포군을 인천에 편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강화군민들은 어리둥절했다. 강화가 인천으로? 당시 최기선 시장은 “강화가 재정상태가 열악한 경기도에 들어있는 것보다 재정상태가 양호하고 발전 가능성이 큰 인천시로 편입되는 게 군민에게 좋다”고 홍보했다. 결국 강화군은 1994년 9월 29일 행정구역 개편 주민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강화군민 68%가 인천 편입에 찬성했다. 

결과적으로 김포는 경기도에 그대로 남고 강화만 인천으로 편입됐다. 김포와 강화를 한 고향처럼 여기던 정서도 그 후 점차 시들해졌다. 군 시절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 김포 출신을 만나면 반갑고 고향 사람으로 생각했다. 세월이 지난 요즘은 그런 교감이 예전만 같지 않다. 강화를 찾는 외지인은 연인원 2,000만 명에 이른다. 김포를 통과해 강화로 들어오니 아직도 강화가 경기도인 줄 착각할 수밖에 없다. 30년의 세월도 지리적 이웃사촌은 이웃사촌이다.

강화·계양→강화·서구→강화·중구 선거구 기형적  

강화군은 인천시로 편입된 것은 사실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의 셈법이었다. 게리맨더링이란 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 획정을 지칭하는 영어다. 즉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변경하는 행위를 말한다. 강화군의 인천시 편입도 당시 관선 시장에서 민선 시장으로 전환할 때 선거용으로 이용된 점은 분명하다. 국회의원 선거구도 마찬가지다. 강화-김포가 선거구였는데 인천시로 편입되면서 강화-계양, 강화-서구, 강화-중구로 계속 바뀌었다. 강화의 자존심이 정치적 계산에 휘둘린 셈이다.

인천시로 편입하지 않은 김포는 그동안 거대 도시가 됐다. 김포의 1995년 인구는 107,648명이었는데 2023년엔 511,682명(5월 기준)이다. 한강 신도시가 들어섰고 서울권과 인접한 도시로 급성장했다. 반면 강화군의 인구는 1995년 64,695명에서 현재는 69,000명대를 왔다 갔다 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과정에서도 강화군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김포와 견주어보면 발전 속도가 크게 벌어진 것이 사실이다.

김포의 서울 편입설 모락모락, 총선 전 빅이슈

김포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인 핫이슈로 등장했다. 국민의힘이 김포시 주민이 원하면 김포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포시장도 적극 찬성하며 맞장구를 쳤다. 앞으로 김포시민의 주민투표를 통해 본격적인 과정을 밟을 수도 있다. 물론 김포가 서울시로 편입되려면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한다. 민주당은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듯하다. 현재 김포의 국회의원 두 명은 민주당, 김포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김포의 서울시 편입설은 경기도 분도론에 따른 것이다. 경기도 분도론은 1987년 13대 대선 때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처음으로 제기한 뒤 온갖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선거용으로 그쳤던 경기도 분도론은 이번에 다시 불을 지폈다. 경기도를 경기북도와 경기남도로 나눌 경우 김포는 경기북도에 편입된다. 행정안전부가 경기도 요청을 수용해 주민투표를 실시하면 36년 만에 처음으로 경기북도와 경기남도 부류 절차가 시작될 수도 있다.

김포가 서울되면 강화는 계속 인천이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김포시장은 시민의 81.5%가 서울로 출퇴근 한다며 서울 편입을 원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김포시민이 원하면 서울 편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김포시는 북쪽으로는 한강 건너편에 북한이 있고, 동쪽으로는 한강 너머에 파주시와 고양시가 있다. 남동쪽으로는 서울시 강서구, 남쪽으로는 인천시 서구·계양구, 서쪽으로는 인천시 강화군이 인접해 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여부는 수도권 지역에 태풍의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수도권에서 강화군 위상은 독특하다. 강화는 강화도, 교동도, 석모도 등 섬으로만 이루어졌고 본섬은 제주도, 거제도, 진도 다음으로 네 번째 큰 섬이다. 행정구역상 ‘수도권’이지만 인천과 연결된 직접적인 육로는 없다. 강화가 인천 앞바다 물과 연결된 인천 소속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화가 인천으로 편입된 지 30년이 다 되어 간다. 30년의 평가를 차분히 해볼 때가 됐다. 강화의 정서가 인천과 맞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강화와 김포는 지리적으로 영원한 이웃사촌이다. 김포의 발전 독주를 우리가 부러워만 해서는 안 된다. 강화의 정체성 재정립이 필요하다. 군민의 뜻을 모아야 한다. 김포의 서울 편입설이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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