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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말로만 외치는 게 민생인가

작성일 : 2023.10.10 17:22 수정일 : 2023.11.0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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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민생(民生)이 어렵다. 물가는 오르고 국민의 주머니는 홀쭉하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점점 심화한다. 민생의 뜻이 뭔가. 국어사전은 “일반 국민의 생활과 생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반 국민의 일상생활과 먹고사는 문제가 곧 민생이라는 뜻이다. 6일간의 한가위 연휴가 지나고 다시 한글날(9일)을 포함한 3일간의 연휴를 보낸 10월은 사실상 이제부터 시작이다. 11월은 연휴가 없고 12월에는 성탄절을 포함한 3일(12월 23~25일)간이 올해의 마지막 연휴다.

쉬는 것은 중요하다. 방전된 심신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꿀 같은 시간이다. 직장을 다니는 도시인들에게는 연휴만큼 고마운 시간도 없을 터다. 그렇지만 농촌은 가을에 쉴 겨를이 없다. 시월의 연휴에도 고구마를 캐고 막바지 포도 수확을 하고 들녘의 황금물결을 추수하느라 바쁘다. 농촌은 지금 1년 중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농민들이 스스로 민생을 책임지는 계절이다. 추곡 수매가가 “오르면” 하는 바람이지만 도시인들에게는 수매가 인상이 반갑지 않을 터다. 그게 인간 세상이다.

도시인 연휴 끝, 농촌은 연휴 없는 바쁜 나날

서울에선 한가위 연휴가 끝나자마자 민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 요금이 신호탄이다. 10월 7일부터 서울 지하철 기본요금은 기존 1,250원보다 150원 오른 1,400원이 됐다. 그나마 서울시가 300원을 한 번에 올리려다 민생을 고려해 일단 이번에 150원을 인상하고 나머지 150원은 내년 하반기에 올리기로 한 것이 그렇다. 지하철 요금보다 시내버스는 먼저 올랐다. 지난 8월 12일부터 시내버스 기본요금이 300원 인상됐다. 카드사용 기준으로 서울의 간선과 지선버스 기본요금은 1,200원에서 1,500원이 됐다. 

서울 시내버스의 기본요금이 오르자 버스 요금이 줄줄이 뛰었다. 광역버스는 700원(2,300원→3,000원), 심야버스는 350원(2,150원→2,500원), 마을버스는 300원(900원→1,200원)이 각각 인상됐다. 택시요금은 일찌감치 올랐다. 올해 2월1일부터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인상됐다. 서울의 대중교통 요금은 전국 대중 교통요금의 기준이 된다. 서울의 대중 교통요금이 중요한 까닭이다. 대중 교통요금은 곧 국민의 민생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요즘, 민생은 팍팍하다

한가위 전 발행한 ‘바른언론’의 칼럼에서 “강화군의 물가도 서울 강남 뺨친다”고 쓴 적이 있다. 본격적인 행락철을 맞아 많은 관광객이 강화도를 찾고 있지만 역시 물가는 ‘강화군 2,000만 관광객 유치’에 적지 않은 부담이다. 한가위 연휴에 교동도와 석모도는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필자가 직접 운전하고 교동도를 방문했는데 교동대교를 건너 대룡시장까지 가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렸다. 석모대교도 교통체증이 심했다. 그래도 강화를 찾는 이들은 즐거워했다. 

한가위와 한글날 연휴를 보내고 난 지금, 민생은 다시 힘들다. 월급만 빼고 모든 것이 오르는 현실이 샐러리맨들은 버겁다. 취약계층 어르신들은 차가워진 날씨에 난방비와 전기료가 부담이 된다. 농민들은 생활용품 물가는 올랐는데 애써 추수한 곡식 가격은 내릴까봐 노심초사한다. 청년들은 가을 취업 시즌에 좁아진 취업문을 넘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게 2023년 10월의 대한민국 현주소다. 민생은 연말이 되면 더 힘들다. 석 달도 안 남았다.

다산 정약용은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쉽지만, 자기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요즘 정치권이 딱 그렇다. 여야는 협치는커녕 서로의 잘 못을 지적하는 데만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그랬고, 대법원장 임명 동의안을 놓고도 ‘내로남불’이 횡횡했다. 민생을 돌보고 다독여야 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민생을 더 힘들게 한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받는 월급을 국민이 대준다는 게 황당할 정도다. 

여야 정치복원 요원, 말로만 민생 강조는 허구

여야는 정치 복원을 포기한 듯하다. 10일부터 시작한 국회 국정감사는 정쟁의 도가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책임론 공방, 해병대원 사망 조사 외압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 현안이 켜켜이 쌓여 있다. 또한 KBS 신임사장 인선을 둘러싼 잡음, 방송 관련법 개정안 등을 놓고 충돌이 예상된다. 말로만 민생을 외치고 실제로는 민생을 내팽개치는 극한 정치 대립이 이어진다. 국민의 인내심도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윤 대통령이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추석 연휴에도 민생 챙기기 행보를 이어갔다. 인천공항 화물터미널과 일선 지구대, 소방서, 군부대를 잇달아 방문했다. 하지만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체감하는 모습은 없었다. 전통시장이나 취약계층을 돌아보는 민생 행보가 아쉽다. 공개적인 행보가 부담이라면 잠행은 어떤가. 각본 없는 민생 현장 방문, 서민들과의 만남 소식은 꽤나 오래됐다. 

강화군도 민생 중요, 공무원부터 현장 챙겨야  

정치권이 민생을 걱정한다면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생을 논의하자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진정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대통령실은 야당 대표의 민생 영수회담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민생이 곧 민심인데 국민 체감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성난 물은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순자의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잊은듯하다.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중앙무대 정치인들을 절대 지방 정치인들은 따라하면 안 된다. 강화군의회부터 현장을 세심히 살피고 민생을 돌봐야 한다. 풀뿌리 민생은 풀뿌리 자치가 책임져야 한다. 강화군 공무원들은 더 중요하다. 현장 챙기기를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당장 ‘해누리공원’부터 가보시라. 1년 전 폭우로 무너진 진입로 옹벽을 아직도 복구하지 않고 있는데 왜 현장을 챙기지 않는가. 군민의 민생은 거창한 게 아니다. 작은 챙김 하나가 큰 감동을 준다. 세종대왕은 “민생을 고민하고 욕심을 버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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