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9.21 14:04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국민은 요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경기 불황으로 버는 돈은 적은데 물가는 오르니 주머니가 얇아진다. 한가위가 다가오면서 물가가 들썩이지만 농민들 입장에선 반갑지가 않다. 물가가 올라도 농산물값은 대부분 제자리이거나 내리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는 장마와 폭염 피해가 많았지만 태풍 피해는 없어 그나마 농민들 입장에선 다행이다. 아무 탈 없이 가을 추수 때까지 자연이 심술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올해 한가위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은 지난해보다 비싸고 한우는 조금 저렴한 듯하다. 작황이 부진한 사과와 배 등 과일값이 껑충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사과 상품 10kg 도매가는 79,460원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50,932원보다 56%나 올랐다. 반면 한우의 경우 1+등급 등심이 100g당 1,0907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의 12,503원보다 12.8% 저렴하다. 한우값은 내리는 데 식당에 가서 먹으면 싸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 중간 상인만 마진을 챙기는 구조가 문제다.
한가위 과일값 껑충, 배추·양파는 하락
반면 배추와 양파 등 농산물값은 하락세다. 배추 1포기 소매가는 5,422원으로 지난해(9,201원)보다 41.4%나 떨어졌다. 무 1개 값은 2,441원으로 전년(4,264원)보다 42.7%나 낮았다. 양파는 1㎏에 2,098원으로 전년(2,606원)보다 19.8%, 깐 마늘은 1㎏ 8,499원으로 전년(13,342원)보다 36.3%, 감자는 1㎏에 3,390원으로 전년(4,250원)보다 20.2% 각각 싸졌다. 이래저래 농민들만 힘들다. 무더운 여름에 양파나 감자를 캐려면 얼마나 힘든데 가격이 너무 박하다.
반면 외식하기는 겁날 정도다. 농산물값이 내리면 외식 값도 내려야 하는데 거꾸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5.3%다. 7월의 상승률 5.9%보다는 다소 둔화됐어도 전체 물가 상승률 3.4%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는 더 가파르게 오른다. 가격 오름폭은 피자가 10.8%, 김밥이 7.4%, 떡볶이가 7.4%, 라면이 7.2%, 햄버거가 7.1%나 올랐다. 서울 시내의 분식집 라면 한 그릇 값은 보통 4,000원 한다. 임대료 부담이 커 비싸게 받는다.
정부 추석 물가 제어 불구 설탕값도 들썩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들썩이자 식품업체에 협조를 당부했다. 9월 초에 국내 식품·외식업계 22개사 관계자들에게 “최대한 가공식품과 외식에서 원가를 줄일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 했다”고 했다. 사실상 ‘가격 인상 자제령’을 내린 것인데 업체들은 밑진 장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 정부의 요구에 협조를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올릴 만큼 다 올려 이득을 챙긴다. 그게 장사꾼들의 셈법 아닌가.
휘발유값과 전기료도 올랐는데 설탕값마저 오른다. 세계적인 이상 기후와 가뭄 탓에 태국과 인도 등 주요 설탕 생산국의 생산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우리나라는 설탕 수입량의 76.4%를 태국에 의존하고 있어 설탕값 상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파동으로 소금값이 들썩였는데 설탕값마저 춤을 추면 다른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른바 ‘솔트 플레이션’에 이은 ‘슈거 플레이션’을 걱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냉면 한 그릇 15,000원… “강화군 물가 강남 같다”
물가는 도심의 문제만이 아니다. 강화군도 어디를 가나 물가가 비싸다. 주유소에 가면 김포보다도 휘발유값이 비싸다. 농협이 직영하는 ‘하나로 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보다 값이 리터 당 20~30원 더 비싸다. 커피값도 그렇다. 강화읍 내에 있는 스타벅스는 전국 동일 가격을 내세워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값이 서울과 똑같다. 강화군은 임대료가 저렴하고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적게 들 터인데 가격이 같다니 어이가 없다.
강화군 내 음식값도 만만찮다. 얼마 전에 서울에 사는 지인이 마니산 등반을 다녀갔다. 그분은 마니산 정상이 개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행과 함께 무더운 날씨에 산행을 했다. 참성단에서 찍은 사진도 보내왔다. 행복하고 멋진 모습이었다. 산행을 마치고 음식점을 찾았는데 깜짝 놀랐다고 했다. 평양 물냉면을 20분이나 기다려 먹었는데 한 그릇에 15,000원이나 받더라는 얘기였다. 서울 유명 냉면집과 가격이 같아 “강화가 강남 됐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비싼 강화 물가 ‘2,000만 관광객’ 유치 걸림돌
강화군 곳곳은 관광지다. 외지인이 많이 오니 음식값을 비싸게 받는다. 선수 포구 인근 ‘스페인 마을’에 가면 입이 딱 벌어진다. 생맥주 한 잔이나 스파게티 한 그릇 값이 서울 강남보다 저렴하지 않다. 관광객 대상이고 주말 장사가 주종이니 그렇게 받는 것 같다. 제주도 물가가 오르자 내국인 관광객은 제주를 외면하고 외국으로 나가는 추세가 이어진 지 오래다. 강화군 요식업체들도 그런 점을 되새길 시점이 되었다.
‘물가는 나라님도 못 잡는다’는 말이 있다. 그 옛날엔 매점매석(買占賣惜)이 횡횡했고 고을 원님과 상인들은 물가 숨바꼭질을 했다.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 매점매석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행정 당국의 인위적인 물가 개입도 한계가 있다. 자유시장 원리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역의 물가는 곧 지역의 인심인 까닭이다.
우리 강화군도 요식업 물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많은 외지인들이 강화를 찾을 것이다. 고물가는 ‘강화군 2,000만 관광객 시대’를 여는데 허들이 될 수 있다. 당장의 이득을 취하려다 대의를 잃어서는 안 된다. 서울의 냉면 값과 강화의 냉면 값이 비슷한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물가와 관광객의 발길은 정비례한다. 연간 2,000만 명이 찾을 강화도, 물가가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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