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9.21 14:00
<김승호 도시계획학 박사(사단법인 인천학회 창립회원)>
역사는 무수히 반복된다. 이 순환성의 개념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인 고대 그리스 시대 때부터 존재해 왔다. 순환성에 대한 시각은 크게 발전론과 순환론으로 나눌 수 있는데 순환적 개념은 큰 사건들이 순환적으로 일어난다고 보는 시각이다. 주로 국가나 사상 체제의 흥망성쇠를 일반화하려는 이들이 선호하는 시각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기후변화, 그리고 COVID-19 등의 상황은 지난 산업혁명 시기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9세기 말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시기에 변화를 겪었던 도시에서는 다양한 문제점이 도출됐다. 수많은 공장에서 배출된 공해와 인구 급증으로 비롯된 열악한 주거환경 등 무질서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다양한 문제 등이 그것이다. 이에 더해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도시에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 등의 선진국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도시의 비체계적 공간 기능에서 주거, 상업, 산업 등의 기능으로 세분화하였다. 이를테면 대중 교통시스템 도입, 공원·광장 등의 공공공간 지정, 체계적인 도로망 배치 등 ‘근대도시’ 모델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여러 가지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대,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 역시 결국은 새로운 도시 모델에 대한 접근이 그 열쇠가 될 수 있다.
과거 근대도시의 발전 모델에서 살펴본 것처럼 축적된 지혜와 도시기술을 활용해 도시 문제를 해결했던 것을 봤을 때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미래도시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 도시계획 분야 역시 디지털 기술과 새로운 산업과 연계하여 진화하는 추세다. 도심 항공교통(UAM)과 자율주행, 전기차의 등장으로 화석연료 기반 자동차 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융합하여 스마트 모빌리티로 혁신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현실 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허물어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어낸다. 현실만큼이나 실제 같으며 다른 삶을 살아볼 수도 있는 가상의 세계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까지는 MZ 세대 대상의 게임과 SNS 중심이지만 그 효용성이 인정되면서 점차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3차원 증강현실 기술이 핵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인공지능 스마트 도시기반시설이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기술과 사회의 변화가 공간의 혁신과 도시의 혁신을 가져온다고 보면 도시계획·설계 분야에서 메타버스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좋은 도시를 건설하는데 그 시대의 첨단기술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미래의 메타버스는 도시계획 분야의 숙원이었던 시민 공감 환경을 조성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가상 증강 현실기술 역시 수요자이며 이해 당사자인 시민들의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도시의 안전, 환경, 교통,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정책을 실제 적용하기 전에 미리 효율성을 검증하거나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도출하여 보완할 수 있다. 축적돼온 과거의 경험과 기술이 더해진 복합체가 오늘날의 도시이다. 여기에 새로이 대두될 첨단기술이 더해져 창조될 미래도시에서도 ‘증강’의 과정은 계속될 것이다.
역사 속에서 그 시대의 미래를 이끌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빠르게 도시에 적용하고 일상화한 도시들은 많지 않다. 시대를 앞서가는 도시들이 다른 도시들의 미래 모델로서 세계의 문명과 문화를 주도해왔다. 지난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른바 ‘근대도시’ 계획이 신세계 건립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머잖아 다가올 미래 우리나라의 도시와 기업 역시 스마트 도시를 기반으로 이 시대의 문명과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 도시계획은 첨단기술 구현만이 아닌 도시계획의 가치에 부합하고 공익을 증진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우리 도시의 시대적 과제는 분명하다. 오늘날 우리의 역량과 위상은 지난 근대도시 모델을 좇아갈 수밖에 없었던 시절과는 현저히 다르다. 디지털 전환시대에 그간의 축적된 다양한 도시 경험과 우리나라와 기업이 앞선 시대 첨단기술을 도시계획의 플랫폼에서 융합하여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나아가 인류적 가치를 실현하는 미래도시 모델을 만드는 데 크게 이바지해야 한다.
항상 그랬듯 도시계획은 다음 세대를 위한 희망이 되어야 한다. 지자체와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에 앞장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축적된 경험과 선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마트도시 모델을 구축하여 문명 발전과 문화 주도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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