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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강화 거주 외국인 1,000명 시대를 준비하자

작성일 : 2023.09.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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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예전엔 강화군에서 외국인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양인은 물론 아시아인도 보기 힘들었다. 강화에 관광을 오는 외국인도, 강화에 살러 오는 외국인도 없으니 그랬던 것 같다. 요즘은 전등사와 마니산, 고려궁지와 강화성당, 교동도와 석모도 등에서 외국인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강화는 이제 외국인들에게 들러보고 싶은 관광 명소가 되었다. 

강화에서 사는 외국인도 있다. 가끔 창후리 포구에 가는데 그 때마다 외국인 어부들을 만난다. 단골로 가다 보니 외국인도 필자를 알아본다. 한국말도 제법 한다. 새우잡이 어선을 타는 외국인 청년은 손놀림이 빠르다. 꽤나 오랫동안 바다에서 일을 해본 솜씨다. 창후리의 한 어부는 “아주 성실하게 일하고 착하다.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고향 집에 보내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올 여름엔 그 외국인이 보이지 않았다. 

강화에서도 이방인들 많이 만나는 세상

사정을 알아보니 비자가 만료돼 베트남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어촌계는 “외국인이 없으면 조업 자체를 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손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때 제주도 밀감이 생각났다. 제주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아예 밀감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귤은 대부분 외국인 근로자가 딴 것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강화의 새우잡이도 그런 상황에 온 것이다. 

강화의 외국인 거주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22년 12월 말 868명이던 외국인 수는 2023년 7월 현재 958명으로 늘었다. 머지않아 강화 외국인 거주자 1,000명 시대가 올 것 같은 느낌이다. 강화의 이방인은 남성이 670명, 여성이 288명이다. 국적별로는 베트남 158명, 미얀마 99명, 한국계 중국인 92명, 필리핀 84명, 중국 51명 등이다. 인도네시아 55명, 네팔 81명, 태국 67명, 캄보디아 36명, 우즈베키스탄 40명도 있다. 특히 아프리카(6명)와 북미(6명), 유럽(5명) 출신도 있다. 

강화에 사는 외국인 958명, 해마다 늘어

외국인들은 강화의 인구 통계로 잡힌다. 강화의 인구가 7만 명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분 한 분이 모두 소중하다. 외국인들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하며 어느 곳에 사는지 체계적이고 정확한 통계가 있었으면 좋겠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고 물과 음식이 다른 머나먼 대한민국의 강화도에 둥지를 튼 분들이니 강화군 차원에서는 고마울 뿐이다. 외국인들을 위한 의료, 복지, 거주, 교육 지원 행정을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정부도 외국인 다문화 시대를 맞아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2012년에 144만 5,000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224만 6,000명으로 급증했다. 서울에서는 이태원이나 명동이 아닌 어디를 가도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관광객이 아니라 서울에 거주하면서 서울서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리는 이방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인만이 사는 대한민국이 아니라 지구촌 인류가 함께 사는 대한민국이 되어 가는 시대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224만명… 서울선 흔하게 만나

정부가 최근 내놓은 정책 중 하나는 국내에 5년 이상 체류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 수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E-9, H-2 비자 등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신청해 받을 수 있는 외국인 숙련 근로자(E-7-4) 비자의 수를 올해 3만 5,000명으로 늘린다. 지난해 2,000명의 17.5배다. 지금까지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은 비숙련취업(E-9) 비자를 받아 입국해 한 번에 4년 10개월까지만 국내에 체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E-7-4 비자로 전환되면 2년마다 심사를 거쳐 계속 체류할 수 있다.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등 가족도 초청할 수 있고,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영주권도 신청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외국인 가사 도우미도 시범 운영한다. 인원은 100명이다. 서울에 사는 서울시민이 외국인 도우미를 신청할 수 있는데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에 우선 배정한다. 정부는 시범 사업 결과를 보고 본격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외국인 근로자 수요 많은 강화에도 대책 필요

강화에도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늘고 있다. 어촌뿐만 아니라 농촌의 일손이 턱없이 달린다. 김포지역 공단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지만 강화에는 공단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창후리 등 어촌에 가보면 외국인이 없으면 조업을 못 할 정도다. 근로자 외에도 강화 남성과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도 적지 않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교육과 보육 지원 시스템을 갖춰 강화로 시집온 외국인 새댁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퍼지게 하자.

강화군은 외국인 1,000명 시대를 대비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인들의 거주와 직업, 비자 등을 종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정비하고 강화군민이 된 분들에 대한 행정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합계 출산율 0.7명 시대의 대한민국이다. 강화 지역은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인구 유입 정책도 지지부진하다. 그런 상황에서 강화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강화군 차원의 관심과 지원체계 정비를 넘어 유치 정책까지 고민해야 한다. 행정을 더 넓게 멀리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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