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9.11 20:18
<김흥규 인하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옛날에는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처럼 지성이면 다 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대인관계 지능인 사회지능과 감성(정서)지능이 성공의 결정적 요인으로 등장해 지능의 편중시대는 끝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스턴버그는 ‘성공지능’이란 개념을 주장함으로써 감성지능의 중요성을 뒷받침 해줬다. 다니엘 골먼 역시 “인생, 일의 80%는 감성지수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했다. 이 말은 다음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인간 능력의 핵심은 지능지수와 감성지수의 합(合)이 아니라 ‘곱’이다. 아무리 지성(암기력, 시험점수)이 뛰어나도 감성지수가 낮으면 종합점수는 낮다. 둘째, 지능지수에는 20%, 감성지수에는 80%의 무게 중량이 걸려 있다. 따라서 지능지수보다 감성지수에 4배의 성공 가중치를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히라시마 야스히사는 ‘인생도 비즈니스도 감성이 결정한다’는 저서의 제목으로 이를 요약·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감정 인식 능력과 능숙한 조절, 의욕과 희망적 사고, 타인의 감정 지각과 효과적 인간관계 능력인 감성지능(EQ)를 높여주는 방법으로 무엇이 좋겠는가.
실천적 방법으로 가장 좋은 것이 산행이다. 숲속 계곡이나 꽃과 식물을 통해서 생각하고 배우는 것이 최고다. 왜냐하면 모든 계절에 산은 총론적으로 감동 그 자체기도 하지만 나무와 꽃, 그리고 새와 계곡의 물고기 등 각론(各論)으로 들어가면 모든 생태계가 감동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자세가 지혜다. 각종 생명체와 자연 생태계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고 생각하고 느끼면서 해석하면 자연스럽게 감성지능(EQ)이 개발·발달하고 정신적 능력은 풍요로워진다.
감성지능 시대, 숲과 꽃에서 배워야
꽃을 통해 보는 봄은 ‘삼원색의 계절’이다. ‘따뜻한 느낌(인간미 상징)으로 ‘희망’(꽃말)을 노래하자면서 노오랗게 피어나는 개나리’ ‘소박하면서도 고귀하게, 품격있는 삶이 중요하다며 한쪽만(북향)을 보며 피어나는 목련’ ‘쓸데없는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물들지 말고 ‘정신의 아름다움’이 최고라며 피어나는 벚꽃’. 흔히 ‘꽃의 어머니’라고 칭하는 매화가 피면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배꽃, 목련까지 봄꽃들은 속도로 승부를 건다.
도라지꽃, 나리꽃, 능소화, 배롱나무꽃 등은 여름의 전령사다. ‘기품’과 ‘품격’있게 살겠다는 도라지 꽃은 꽃말처럼 우아하고 청아한 자태를 뽐낸다. 나리꽃이 피면 농부들은 삽을 들고 논과 밭으로 간다. 왜냐하면 그 꽃은 농부들에겐 곧 ‘장마가 온다’는 자연의 신호다. ‘Lily’ ‘백합’ 등 다양하게 불리는 나리꽃의 꽃말은 순결과 선행(善行)이다. 가톨릭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색깔만큼이나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에 음악축제를 열어준다.
‘명예’ ‘영예’ 등 꽃말을 가진 능소화는 폭풍우와 폭염 속에서도 경탄을 자아내는 여름꽃이다. ‘꿈, 행복, 운명’의 꽃말을 지닌 배롱나무를 보노라면 ‘인생은 삼각형’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인간은 건강, 돈, 지혜(두뇌), 좋은 성격을 좇는 존재고 그래서인지 스웨덴과 미국의 합작 영화인 ‘슬픔의 삼각형(Triangle of sadness)’이 연상된다.
장엄한 대자연이 주는 가르침
산과 꽃 등의 자연생태계에서 그들의 ‘고(高) 품질문화’와 ‘좋은 매너’를 통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모든 계절의 산은 등산객에게 ‘오감’을 호강시켜 주고 신바람을 느끼게 해준다. 피로한 심신을 활기(活氣)와 생기(生氣)로 재충전해 준다. 눈에는 수채화를 연상케 하는 나무들의 모습이 들어오는 실로 사면이 모두 황홀한 산수화의 전시회장이 아닌가.
이때 계곡의 물소리와 새들의 이중창이 귀를 자극하고, 코로는 온갖 수목들의 냄새가 밀고 들어오면 모든 일정을 잠시 접고, 그 자리에 앉는 게 분위기에 어울리는 품격있는 처신이다. 개성의 요람이요 다양성의 경연장인 산과 숲속의 모든 생명체들. 그들은 지상에서는 햇빛을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땅 속 뿌리는 물줄기를 찾아 끝없이 파고들며 전진한다.
큰 키의 교목(喬木)과 작은 키의 관목(灌木), 덩굴나무와 꽃 그리고 야생화와 잡초들이 자기 정체성을 나타내며 선의의 경쟁을 한다. 그들은 멋지게 공생하고 개성과 다양성을 순리대로 표출하며 대자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디자인한다. 꽃과 식물은 순환하는 자연 속에서 세상은 변하고 계절은 바뀐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전나무의 경우 어릴 때는 옆으로 자란다. 그들은 침엽수이자 그늘에서 자라는 음수(陰樹)이기 때문에 활엽수들 무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빛을 찾으려고 옆으로 향한다. 힘겨운 생존의 시기를 거쳐 성장궤도에 오르면 곧게 하늘을 향해 기상을 내뿜으며 쭉쭉 뻗어 나간다. 이 또한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가르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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