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양영유의 세상 촉]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작성일 : 2023.08.14 16:36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중장년층에게 인기 있는 노래가 있다. 30년을 뼈 빠지게 직장에서 일하고 나서 백수가 된 사람의 심정을 공감 있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노래방에 가면 중장년층들이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필자도 친구들과 여러 번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옛 시절 생각이 나 울컥했던 적이 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사 내용이기에 남녀 구분 없이 함께 부르는 노래다. 바로 가수 서유석의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이다. 

“삼십 년을 일하다가 직장에서 튕겨 나와 길거리로 내몰렸다/사람들은 나를 보고 백수라 부르지/월요일에 등산가고 화요일에 기원가고 수요일에 당구장에서/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상가 집/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세상나이 구십 살에 돋보기도 안 쓰고 보청기도 안 낀다/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하게 했는가/세상은 삼십 년간 나를 속였다/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마누라가 말리고 자식들이 놀려대도 나는 할 거야/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을 할 거야/서양말도 배우고 중국말도 배우고 아랍말도 배워서/이 넓은 세상 구경 떠나나 볼 거야/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아비 되고 할배 되는 아름다운 시절들/너무나 너무나 소중했던 시간들/
먼저 가신 아버님과 스승님의 말씀이 새롭게 들린다/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

아까운 지면에 노래 가사를 다 소개한 것은 이 노랫말처럼 인생의 애환과 바람을 촉촉이 담은 노래가 드물다는 생각에서다. 20대, 30대, 40대, 50대를 거쳐 60대에 접어들거나 접어들 사람들은 “직장에서 튕겨 나와 등산 가고 기원 가고 당구장 가고”, “주말엔 결혼식장 밤에는 상갓집, 30년 간 세상이 나를 속였다”, “구십에 보청기도 안 끼고 생고기도 씹는다”, “마누라와 자식들이 말려도 서양말을 배워 넓은 세상 구경하겠다”는 노랫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모두 다 자신의 얘기고 자신들의 미래인 까닭이다. 

서유석의 노래에 중장년층 울컥하며 공감

“너 늙어 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라는 구절은 젊은이에게 강렬한 메시를 던진다. 우리네 인생, 평생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몸을 불살랐는데 결과가 백수라는 구절은 뭉클하다. 그래도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라는 구절은 희망의 결정체다. 누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마음가짐에 따라 얼마든지 청춘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터이기 때문이다.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단다”는 정치권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간 우리의 부끄러운 5류 정치권은 어르신을 비하하는 나쁜 혀를 수도 없이 놀려댔다. 대한민국 국민이 광복과 전쟁, 산업화와 근대화, 민주화 과정을 거쳐 세계 경제 10대 강국, 더 나아가 세계 5대 강국으로 달려가게 한 원동력이 누구인가. 바로 우리의 어르신들이다. 그런데 어르신을 존경하기는커녕 폄훼하는 설화(舌禍)가 잇따르는 걸 보면 정치인들은 애초에 인성교육 자체가 안 된 사람들 같다. 부끄러운 정치의 자화상이다.

정치인 어르신 폄훼 발언, 5류 정치의 거울

어르신 폄훼 사례를 몇 가지만 반추해보자.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2004년 3월 정동영 열린우리당 선대위원장), “노인 시위 못하게 시청역 엘리베이터를 없애야 한다.”(2004년 12월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 “일흔 넘어 뭘 배우나.”(2022년 5월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왜 미래 짧은 분들이 1인 1표를 행사하나.”(2023년 8월 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 투표한다.”(2023년 8월 양이원영 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생각난다.     

정치권에서는 ‘패륜’과 ‘막말’ 공방이 거셌고 대한노인회 등 어르신들은 정치인의 노인 비하 발언에 불같이 성을 냈다. 소극적 변명을 늘어놓던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결국 8월 3일 “어르신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대해 더욱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은 “어르신들의 헌신과 경륜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씀을 새겨듣겠다.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더 신중하게 발언할 것이고 질책해주신 모든 분들께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한 듯한 사과는 그 뒤 불거진 “18년간 시부모 봉양을 했다”는 주장이 진위 논란에 휩싸이면서 진정성 자체가 의심받게 됐다.

대한민국의 정치 수준이 이 정도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유석의 노래를 어르신을 가벼이 여기는 정치인들 앞에서 틀면 어떤 반응을 할까 “너 늙어봤냐 나는 젊어 봤단다~”는 외침에 뭐라고 할까. 우리 사회에 어르신들은 대한민국 광복과 전쟁과 근대화와 산업화의 살아있는 역사다. 어르신 폄훼 실언을 한 이들은 서유석의 노래를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란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다. 나이 듦이 곧 인생이다.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