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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서울의 교육, 강화의 교육

작성일 : 2023.06.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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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학생 시절 영어·수학 학원을 다닌 적이 딱 한 번 있다. 강화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2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형이 옆집 할머니 댁에 놀러왔다. “서울 아이들은 중2 방학 때 중3 과정은 물론 고등학교 영어와 수학 과정까지 배운다. 인천은 서울보다 느려서 중2 때 중3 걸 배워. 강화에는 학원이 없니? 있으면 겨울방학 때 다니는 게 좋을 텐데….”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중2가 벌써 고교 영어·수학을 공부한다고?

처음 듣는 얘기라 호기심이 발동했다. 강화읍 학원에 다녀보고 싶었다. 그런데 읍내를 돌아다녀 봐도 간판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딘가에 있는데 못 찾은 것일 수 있지만 결론은 “없다”였다. 부모님께 인천에서 한 달만 학원에 다녀보겠다고 했다. “추운데 객지에서 사서 고생하려느냐”며 말리셨다.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누이의 조그만 인천 자취방에 끼어들었다.

도농 간 교육격차, 40년 전과 지금도 비슷

중2 겨울방학인 1월, 동인천의 학원을 다녔다. 영어와 수학 강의실이 꽉 찼다. 강화에서 논에서 축구하고, 썰매 타고, 연 날리며 놀 시간에 도시 아이들은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건 공정하지 않네. 시골 아이들은 어쩌라고?” 혼잣말을 되새기며 촌뜨기는 도시 아이들 속에 섞였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는 중3 수학과 영어는 어려웠다. 

심화반 인천 아이들은 수학 정석과 성문 영어로 공부했다. 처음 보는 교재였다. “겨우 중3 과정을 건드리고 있는데 인천 아이들은 고교과정을 배우다니. 그런데 서울은 1년이나 앞선다고?” 실감이 났다. 하지만 한 달은 고통스러웠다. 엄동설한에 자취방 연탄불이 자주 꺼졌다. 고향 집이 그리웠다. 추우면 할머니께서 군불을 때주시는 따뜻한 사랑방 말이다. 

인천 생활을 마치고 강화 집으로 돌아왔다. 15살 소년이 많은 걸 체험한 시간이었다. 도시 아이들과의 경쟁이 기울어진 추 같았지만, 한편으론 자극이 됐다. 인터넷도, EBS도 없었던 시절이라 시골 학생에겐 학교 공부가 전부였다. 학교 선생님 외엔 다른 선생님을 만날 기회도 없었다. 그 흔한 대학생조차 주변에 없었다. 학교 선생님이 유일한 언덕이었다. 그러던 차에 생경한 학원 경험은 추운 날씨만큼이나 얼얼했다.

학원 딱 한 달 경험, 학교 선생님 고마움 느껴

학원 강사는 ‘문제풀이 기계’였다. 정해진 시간에 영어 문법과 수학을 일사천리로 가르쳤다. 학교 선생님의 느긋함과 강사들의 속도감이 오버랩 됐다. 학원 강사처럼 나도 급해지는 것 같았다. 강화에서 그런 조급함은 겨우내 이어지다 중 3이 되자 사라졌다. 축구를 좋아하니 수업 끝나면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걸어서 40분 걸리는 통학 거리를 친구들과 놀며 오다 보면 한 시간 반이나 걸렸다. 인천에서 느꼈던 조급함이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듬해 고교생이 됐다. 강화에서 인천으로 유학 가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고1 여름방학 때부터 학원에 다닐 계획이었다. 그런데 전두환 신군부가 학원교습을 중지했다. 1980년 7월 30일이었다. 신군부는 ‘7.30 교육개혁 조치’를 통해 과외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모든 학생의 학교 밖 수업이 금지돼 학원에 다닐 수 없었다. 하지만 도시 아이들은 몰래몰래 고액 과외를 받았다. 시골뜨기들만 다시 학교 선생님이 전부가 됐다. 

서울 밤 10시 학원가 북새통… 강화는 고요

40년도 훨씬 지난 옛 이야기를 꺼낸 것은 도시와 농촌의 교육격차가 여전하다는 생각에서다. 옛 시절의 격차가 지금은 더 벌어진 느낌이다. 서울 강남 대치동에서는 초등학생 ‘의대 반’이 열풍이고,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 영어 유치원에 못 들어가서 난리다. 고교생은 과목별 족집게 입시 학원과 내신 학원을 들락거린다. 밤 10시면 학원가 주변은 북새통이다. 이런 풍경이 매일 반복된다. 도시 학생들의 사교육은 해가지지 않는다.  

강화의 밤 10시는 적막하다. 얼마 전 강화읍 밤 10시를 체험하면서 40여 년 전 추억이 떠올랐다. 여전히 지금도 시골 학생이 불리한 구조다. 그래도 달라진 게 많다. 학생들의 의지와 열정, 기회는 옛날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렬하다. 더 중요한 건 강화군의 지원이다. 예전엔 군의 지원이 없었다. 도심에 변변한 기숙 장학관조차 없어 강화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해도 자취를 해야 했다. 연탄불과의 싸움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이유다. 

수능·사교육 들썩들썩, 강화도 관심 가져야

지금은 강화군이 두 개의 기숙 장학관을 운영 중이고 곧 제3, 제4 장학관을 완공한다. 이용료는 월 13만 원으로 저렴하다. 강화군은 올해 교육경비 보조금을 25억 원 지원하고, 대학생 등록금 지원 대상을 기존 다자녀에서 중위소득 200% 이하 모든 가정으로 확대했다. 강화군은 청소년외교관 프로그램도 내실화했다. 학생들이 다양한 국제 감각을 쌓을 수 있도록 ‘강화 주니어외교관 프로그램’과 ‘청소년 해외 문화체험 및 어학연수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여름, 대한민국은 교육 이슈가 뜨겁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 난이도’ 발언 이후 전국이 수능과 사교육 문제로 들썩인다. 지역 국회의원까지 신경 쓴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 등의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는 학부모 문의가 빗발친다. 의원이 지역 교육에 신경써야 한다는 걸 방증하는 사례다. 

강화도 그런지 궁금하다. 교육은 정부, 자치단체, 여야, 교육계가 모두 나서야 할 국가적 문제다. 강화군이 강화의 미래가 달린 교육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사교육과 학교 환경 격차는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강화 학생들에게 더 투자해야 한다. 보조금 25억 원과 같은 가는 걸로 자찬할 때가 아니다. 굵은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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