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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금풍양조, 과거와 현재를 잇다

작성일 : 2023.06.23 16:07 수정일 : 2023.06.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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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면 온수리에 위치한 ‘금풍양조’은 1931년 이전에 건립돼 100년 역사를 지닌 막걸리 양조장이다. <사진=바른언론>

지난달 1일 인천관광공사는 「2023 인천 웰니스관광지 선정」 사업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인천 웰니스 관광지’는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가 2021년도부터 매해 공모를 통해 신규 선정·육성하고 있는 관광지로 ‘웰니스’란 육체, 심리, 정신적 활동을 통해 건강한 삶과 웰빙을 추구하는 목적의 여행을 말한다. 올해 선정된 6개소를 포함하면 5개 테마, 총 20개소다.

올해 새로 선정된 웰니스 관광지 6곳은 금풍양조장, 농업회사법인 호박회관, 뜨리니 요가앤싱잉볼, 석모도 수목원, 초연다구박물관, 톰아저씨 트리하우스 등이다.

이 중 3곳(석모도 수목원, 금풍양조장, 톰아저씨 트리하우스)이 강화에 위치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시와 관광공사는 올해 선정된 관광지를 포함한 총 20개소를 대상으로 전문 컨설팅을 통한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과 관광객 이용 편의를 지원하고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관광상품 개발 및 홍보·마케팅도 적극 실시할 계획이다.

본지에서는 이번 ‘2023 인천 웰니스관광지’ 선정을 기념하여 강화 지역 3곳의 웰니스 관광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번 호는 길상면에 위치한 ‘금풍양조’다.


▲3대에 걸쳐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양태석 대표. <사진=금풍양조>

금풍양조의 역사는 1931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건축물대장에는 1931년으로 신고돼 있으나 실제 건축한 건 그보다 10년 전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창업자인 고(故) 김학제 대표는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터를 잡고 재물을 의미하는 ‘금(金)’과 풍년을 뜻하는 ‘풍(豊)’을 더해 ‘금풍(金豊)’이라 이름 짓고 양조장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1969년 현 양태석 대표의 조부인 양환탁 씨가 양조장을 인수했고, 아들인 양재형 씨를 거쳐 손자인 양태석 대표까지 3대에 걸쳐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양조장이 ‘금풍양조’라는 이름을 다시 찾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0~90년대를 거치며 소주와 맥주 등 경쟁 주종의 인기는 날로 높아졌지만 막걸리의 주요 소비층이던 농촌지역 인구는 끝없이 감소하면서 위기를 맞게 되었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약 10년 가량 다른 사업자에게 양조장을 임대하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금풍양조는 ‘강화온수양조장’으로 운영됐다.

임대 이전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처음 시작은 금풍양조였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치며 정부 방침에 의해 강화 지역 양조장은 두 곳으로 통폐합됐고, 그 과정에서 금풍양조도 강화 남부를 담당하는 ‘강화 제2 합동주조장’이란 명칭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금풍양조’는 사실 양태석 대표에게도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양조장을 재운영하는 과정에서 양 대표의 아버지가 “원래 이름을 되찾아주자”는 제안을 하셨고, 우여곡절 끝에 양조장은 2020년 2월 ‘금풍양조’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문을 열게 되었다.


▲금풍양조가 과거 생산·판매하던 ‘금학약주’의 공병과 라벨. <사진=바른언론>

양 대표가 처음부터 양조장 운영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무렵 마케팅 분야로 진로를 틀었다. 그렇게 발 들인 마케팅 분야에서 각종 기업과 브랜드의 론칭·전시 업무 등을 맡으며 십여 년간 경력을 쌓았다.

그랬던 그가 다시 양조장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8년 무렵이었다. 그 사이 마케팅 에이전시를 운영하게 된 그는 회사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특화 분야를 찾고 있었는데,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양조장이었다.

당초에는 기존 양조장을 임차한 사업자들에게 운영을 맡기고, 양 대표는 양조장 브랜딩 등 마케팅을 담당할 계획이었으나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양조장 운영까지 담당하게 됐다. 양 대표는 지역특산주는 온라인 판매까지 가능하니 지방에서도 충분히 게임이 되겠다는 생각에 승부수를 던졌다고 한다.


▲금풍양조 2층 공간.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보니 현재 안전진단과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개방이 제한되고 있다. <사진=바른언론>

금풍양조의 세월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은 2층이다. 과거에는 쌀을 쪄서 말리고, 누룩을 생산하는 공간으로 활용했다고 한다. 금풍양조는 건축 당시 원형을 유지하고 있고 개항기 이후 지역 산업 과정의 역사를 담고 있는 의미가 인정받아 작년 10월 인천시등록문화재로 등록됐는데, 현재 2층 공간은 더 안전하고 오래도록 보존하기 위해 문화재 관련 부서와 협의하여 안전진단과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일반에는 개방이 제한되고 있다.


▲금풍양조 1층에 위치한 생산실. <사진=바른언론>

현재 금풍양조에서는 총 4종의 막걸리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금풍막걸리(6.9도) ▲금학탁주 블랙(9.6도) ▲금학탁주 그린(인삼막걸리, 9.6도) ▲금학탁주 골드(13도)가 그것이다.

금풍양조는 프리미엄 막걸리를 지향한다. 좋은 물과 무농약 친환경 쌀 등 최고급 원료를 사용하고 감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금풍막걸리>는 750㎖ 기준 7500원, <금학탁주>는 750㎖ 기준 블랙 2만8000원, 그린·골드는 3만3000원에 현장 판매하고 있다. 특히 금학탁주는 기존 페트병이 아닌 검은 유리병에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한 금빛 라벨을 더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금풍양조 막걸리는 마트나 음식점 등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매장 진열장에 쌓인 여러 막걸리 중 하나로 남고 싶지 않아서다. 일반 주류제조면허가 아닌 지역특산주 면허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강화도에서 지역특산주 면허를 취득한 것은 양 대표가 최초다.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금풍막걸리. <사진=네이버 쇼핑 갈무리>

지역특산주는 일반 주류제조와는 면허를 받는 방식과 절차가 다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만으로 술을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고,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세법상 술은 대면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주류의 통신판매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예외적으로 전통주(지역특산주) 제조면허를 취득한 자에게 한해 인터넷, 통신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금풍양조에서는 현재 금풍막걸리(6.9도)를 온라인 판매하고 있다.

금풍양조 막걸리 맛의 비결은 맛좋기로 유명한 강화 쌀과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우물물이다. 양조장이 위치한 길상면 온수리(溫水里)는 따뜻한 물이 나오는 곳이라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 일대 지하수를 약수천(藥水川)이라고 불렀는데 피부병에도 효험이 있어 예전부터 사람들이 온천을 즐겼다고 한다.

금풍양조장 안에는 90년이 넘은 우물이 있다. 폭은 3m, 깊이는 10m가 넘는다. 금풍양조 막걸리는 이 우물물로 만들어진다. 이 물을 필터로 정화해 사용한다. 주재료가 되는 쌀과 물이 좋으니 술맛 또한 좋지 않을 리 없다. 맛과 향기 좋은 금풍양조 막걸리는 탄산이 없어 부담스러움이 없고, 감미료를 넣지 않아 담백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장점이다.


▲금풍양조에서 생산·판매 중인 막걸리. 왼쪽부터 캠핑용 금풍막걸리, 금풍막걸리, 금학탁주 블랙, 금학탁주 골드, 금학탁주 그린. <사진=바른언론>

양태석 대표는 술만큼이나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의 가치를 중시한다. 그래서 ‘마커스 : 막걸리를 만드는 사람들(막걸리 만들기 체험)’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등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를 기획·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조장을 단순히 맛으로 기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향으로도 기억할 수 있도록 강화군과 길상면, 온수리 등을 콘셉트로 인센스와 향초 같은 굿즈를 만든 것이다. 또 플로리스트와 협업해 양조장 전체를 생화로 꾸미는 행사 등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재작년 여름에는 디스커버리 채널 코리아의 ‘싱투게더 시즌2’ 1회를 금풍양조장 2층에서 촬영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이나 야외에서 미니 콘서트를 열어 감동과 위로를 선사하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이날 초청 가수로는 헤이즈와 김필 등 국내 유명가수들이 출연했다.

‘책, 술, 꿀’은 강화에 있는 책방인 ‘국자와 주걱’, 양봉을 하는 ‘큰나무카페’와 금풍양조장이 함께 기획한 이벤트다. 환경을 생각하는 책을 소개하고, 친환경 꿀과 친환경 막걸리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백년가약, 백년해로 결혼 사진전’은 10년 뒤를 내다본 프로젝트다. 결혼사진을 양조장으로 보내주는 신혼부부에게 선물로 막걸리를 보내주는데 이렇게 모여진 결혼사진을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금풍양조장 설립 100주년을 맞는 2030년에는 1천 쌍의 결혼사진을 전시하는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양 대표는 “양조장에 방문해 술만 구매해서 나가는 콘셉트가 아니라 둘러보니 재미있고 맛을 보니 입에 맞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젝트와 영업방식을 인정받은 양태석 대표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주최하고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한 ‘2021 올해의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재작년 9월에는 양 대표와 인천 중구 개항로팀이 공동으로 강화섬 쌀 막걸리 만들기와 강화 사자발약쑥전 시식을 체험관광 패키지로 구성한 <酒 인천상륙작‘전’>으로 인천관광공사가 주최한 ‘2021 미식 관광상품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금풍양조에서 생산·판매 중인 인센스와 향초 등 다양한 굿즈. <사진=바른언론>

양태석 대표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현재 대표한국식품연구원 김재호 박사에게 양조장 국실(누룩이나 메주 또는 고지를 띄우는 방)에 있는 곰팡이로 상품화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100년 된 곰팡이를 양산해 막걸리의 깊은 맛을 내겠다고 것이다.

그는 또 양조장 옆 토지에 일종의 라운지 형식의 공간을 구성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다. 공항에 있는 라운지를 콘셉트로 강화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편안하게 방문해 양조장의 술은 물론 지역 특산품을 다양하게 맛보고 공연까지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연내 마련하겠다는 것이 양 대표의 계획이다.

양태석 대표는 금풍양조의 브랜딩뿐만 아니라 전통주를 지역 대표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한다.

전통주에 관심 있는 젊은 창업자들이 금풍양조와 같이 강화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협업해 전통주를 강화 지역의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했지만 창업자들이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한 인프라와 지원 등으로 인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외부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강화군 등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22일 래퍼 박재범은 지역특산주 면허로 생산되는 전통주인 ‘원소주’를 만드는 원스피리츠 대표 자격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베트남에서 진행된 만찬에 참석했다. 올해 상반기 뉴욕을 시작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원소주는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에 위치한 60여 개 레스토랑과 중대형 주류 판매 스토어 및 마트 18곳에 입점했다. 동일시하긴 어렵겠지만 전통주(지역특산주)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특히 강화군은 인구소멸 위험 지역인 만큼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산업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전통주(지역특산주) 산업 육성에 더욱 관심 가질 필요가 있다. 금풍양조와 강화 전통주 산업의 비상을 기대해본다.

김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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