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6.12 16:50 수정일 : 2023.06.12 16:55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별, 별, 별이다. 하늘은 별의 축제다. 별은 아이의 눈 속으로 쏙 들어간다. 별은 아이의 마음으로 영근다. 집 앞 마당에 거적을 펴고 누워 하늘을 보는 게 즐겁다. 별천지인 하늘이 마치 내 것인 양 마음이 넉넉하다. 장난꾸러기 친구도 별을 보면 얌전하다. 순박한 마음이 더 순박해진다. 시골 밤은 고요하다. 별은 찬란하다. 그 별들 중 내 것을 하나 찜해 둔다. 모두가 별 부자다. 별은 공평하게 누구에게나 마음을 내준다.
어릴 적 내 별은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다. 별을 보는 여름엔 모기가 많았다. 아버지는 마당 모퉁이에 쑥불을 피셨다. 신기하게도 모기가 덤비지 않았다. 하늘에서 별들이 쏟아진다. 저쪽 마니산 너머로 별똥별 하나가 휙 창공을 가른다. 제트기가 쌩하고 지나가는 듯 하얀 꼬리를 남긴다. 밤이 깊어간다. 라디오에서는 ‘법창야화’가 한창이다. 텔레비전도 없던 시절, 라디오는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 도구다. 라디오와 별은 시골 아이들의 벗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마음 내주는 별
그 많던 별이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찜해 놨던 별도 찾기가 어렵다. 눈이 침침해진 탓일까, 빛이 많아서 그럴까, 하늘이 오염돼서 그럴까. 여러 생각을 해보지만 아쉽다. 그때 그 별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 터인데도 말이다. 얼마 전 고향 집에서 북두칠성을 선명하게 봤다. 반가웠다. 어린 시절, 북두칠성을 알려주신 할머니가 떠올랐다. 그리웠다. 별은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가 보다. 별은 변함이 없다.
아기의 머리통만 한 별을 다시 본 적이 있다. 마흔 살 때 미국 그랜드 캐니언 국립공원에서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두 장비를 들고 있었다. 처음엔 의아했다. 곧 궁금증이 풀렸다. 별을 보러 온 이들이었다. 운 좋게도 숙소가 별지기들이 찾는 성지(星地) 근처였던 것이다. 세계 곳곳의 별지기들이 자동차에 망원경을 싣고 몰려드는 명소였다. 어린 딸과 아들도 신기해했다. 하늘을 보니 별천지였다.
미국인에게 망원경으로 별을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마음껏 보라며 곁을 내줬다. 별이 정말 아기 머리만 했다. 육안으로 봐도 주먹 크기만 한데 천체 망원경으로 보니 정말 컸다. 어린 시절 별이 생각났다. “아, 강화도 별이 다 이쪽으로 다 이민 왔나”라며 혼자 웃었다. 아이들도 별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나의 꼬마 때 마음과 같았으리라. 별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이 “천문학은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인격 형성을 돕는 과학”이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천문학은 겸손과 인격 형성 돕는 과학
그 후로 밤하늘을 더 자주 보게 됐다. 하지만 가슴을 파고들던 경이로움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별이 크게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마음도 세월에 짓눌리고 있기 때문인 듯했다. 그러던 차에 강화군에 천문과학관을 건립한다는 말을 들었다. 강화군 하점면의 옛 강후초등학교 건물을 활용해 올해 말까지 ‘강화천문과학관’을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반가웠다. 특히 강후초등학교는 몇 번 가본 것이어서 더더욱 친근했다.
사실 강화군은 예로부터 별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마니산의 참성단(塹星壇)만 봐도 알 수 있다. 해발 467m의 마니산은 기암괴석이 정상을 향해 치솟아 있다. 마치 하늘을 향한 관문 같은 느낌을 준다. 그 정상 위에 있는 참성단에서 해마다 천체를 올린다. 개천절에 전국체전성화를 채화하는 영지(靈地)다. 참성단의 한자를 풀이하면 ‘구덩이(塹)를 파고 별(星)을 바라보는 단(壇)’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천문대라는 뜻이기도 하다.
참성단은 한반도 배꼽…강화의 스토리텔링 중요
참성단은 ‘한반도의 배꼽’이다. 참성단에서 북으로는 백두산 천지까지, 남으로는 한라산 백록담까지에 이르는 거리가 똑같다. 이런 참성단이 있으니 강화는 별의 성지라 할 수 있다. 천체를 관측하려면 인공적인 빛이 적어야 한다. 그랜드 캐니언에서 별이 주먹만 하게 보였던 것도 사방이 협곡이어서 빛 공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강화도는 빛 공해가 상대적으로 적어 별 관측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강화군이 2023년 역점사업으로 강화천문과학관 조성에 나선 것은 평가할만하다. 100억 원을 들여 조성할 천문과학관은 하점면 고인돌공원 인근이라 관광벨트와의 연계도 용이하다. 강화군에 따르면 지상 2층, 연면적 1,420㎡ 규모의 천문과학관은 고성능 망원경을 갖춘 천체관측실과 가상의 우주를 탐험할 수 있는 천체체험관, 교육실 등으로 꾸며진다. 학생 수 급감으로 2000년 문을 닫는 강후초등학교의 부활도 반가운 일이다.
천문과학관, 아이와 어른의 마음 고향되길
중요한 과제는 내실이다. 청소년과 일반인 대상 프로그램을 알차게 마련하고, 천체 관측의 차별성과 교통편의를 잘 준비해야 한다. 마니산 참성단이 천체의 성지라는 스토리텔링은 꼭 필요하다. 차분히 준비하고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강화천문과학관을 천문학 명소로 만들어 강화 발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별을 보는 아이들은 마음이 청아하다. 별을 보는 아이들은 심장이 고동친다. 별을 보는 아이들은 웅장한 꿈을 품는다. 별을 보는 어른들은 겸손해진다. 별을 보는 어른들은 속세의 이(利)에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게 별이 주는 선물이다. 강화천문과학관이 아이들과 어른들의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 되기를 기원한다.

필자 소개 양 영 유
언론인 학자다. 31년 동안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정책사회부장, 사회1부장, 행정국장, 사회부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과 하와이대 미래학연구소에서 연수했다. 1964년 양도면 출생. 양도초, 동광중, 선인고, 고려대를 나와 한국외국어대에서 언론학(박사)을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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