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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해누리공원 옹벽 붕괴, 1년째 방치 한심하다

작성일 : 2023.05.08 16:49 수정일 : 2023.05.0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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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올봄에는 전국적으로 묘지 이장(移葬)이 많았다. 윤달(3월 22일~4월 19일)이 있는 해라 그런 모양이다. 윤달은 음력에서 평년의 12개월보다 1개월이 더 보태진 달이다. 윤달은 4년 만에 돌아오는데 조상의 묘를 옮겨도 탈이 없다는 속설이 있다. 윤달에 이장(移葬)하면 조상들이 자손들의 액운을 다 막아준다는 말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여전한 믿음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강화에도 올해는 이장이 제법 많았던 것 같다. 강화군 내가면 황청리에 있는 국가유공자 보훈 묘역인 ‘해누리공원’에 가봐도 알 수 있다. 올해 돌아가신 국가유공자 어르신도 있지만, 다른 곳에 묘셨다가 이장한 분들의 묘비가 유독 눈에 많이 띤다. 묘비에 적힌 생년월일과 별세 날짜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장이 가능하도록 배려한 강화군의 행정은 평가할 만하다. 

윤달 묘 이장, 강화에도 많았던 올봄 

최근에 해누리공원에 갔는데 참배객이 평상시보다 많았다. 5월 가정의 달, 그리고 어버이날을 맞아 돌아가신 부모님께 인사드리러 온 자손들이 대부분이었다. 잔디가 파릇해진 해누리공원은 낙조가 아름다웠다. 공원의 전망대에 올라 낙조를 보는 일반 관광객도 있었다. 해누리공원에서 내려다본 석모대교와 석모도, 그리고 낙조는 자랑할 만했다.

국가유공자 묘역에서 성묘하던 유가족들이 한마디 했다. 며느리는 “아버님 참 좋은 데서 편안히 계시니 좋네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아들이 “그런데 공원 진입 입구 진입로를 보면 억장이 무너져. 거의 1년째 무너진 옹벽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잖아. 한심한 강화군이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옆에서 참배하던 다른 유가족들이 맞장구쳤다. “맞아요. 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장마철도 멀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그대로 두네요. 공무원들이 제 부모를 여기에 모셨어도 그랬을까요. 군수는 대체 뭐 하는지….” 

이런 비판이 나오는 건 당연했다. 기존 유가족들의 마음도 그러한데, 요즘 장례를 치르는 분들의 마음은 어떠하겠나. 해누리공원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가슴이 답답하지 않겠나. 지난해 8월 무너져 내린 공원 입구 오른쪽 절개면의 보강토 옹벽 때문이다. 당시 비도 많이 왔지만, 그 정도의 비로 옹벽이 무너진 건 부실공사나 졸속공사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문제는 그 후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보강 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공원 옹벽 붕괴… 1년 방치하자 유가족 분노

공원 입구는 영구차량 진입도 아슬아슬하다. 진입 차로가 반쯤은 모래주머니로 막혀 있는데도 공사 안내표지판도 없다. 유족이 장례를 치르러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어떤 심정이겠나. 봄철 내내 흙 주머니 같은 부대만 쌓아 놓았다가 최근에야 파란 비닐 천으로 덮어놓았다. 그런데도 공사 재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곧 6월이 오고 장마철이 시작되는 데도 말이다. 이게 강화군이 자랑하는 해누리공원의 현주소다. 

해누리공원은 2021년 11월 준공됐다.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천호 군수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 강화군에 국가유공자 묘역을 조성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해누리공원은 6만 6,000여㎡에 공사비 129억 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국가유공자 보훈묘역 2,000기와 일반인 묘역 2,300기 등 총 4,300기가 있다. 현재까지 강화지역 국가유공자 250여 분과 일반인 90여 분이 잠드신 길지(吉地)다. 

유공자 잠드신 곳, 사후관리 부실 드러나

해누리공원 광장 안내판에는 ‘이곳 해누리공원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강화군 국가유공자님들과 강화군민의 영령들이 잠들어 계신 자연장지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공사를 철저히 하고 관리도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무너진 옹벽 조차 제대로 보수하지 않고 있다. 졸속공사 탓인지, 부실공사 탓인지, 자연재해 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유가족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무시한 강화군의 ‘무심 행정’은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사정이 있을 터다. 옹벽 붕괴 원인에 따라 책임소재가 달라지고 복구비 부담 주체가 달라진다. 그러니 강화군도 신중했을 것이고, 공사업체 측도 버텼을 것이다. 만일 업체가 부실 시공했다면, 공기를 맞추려 서둘렀을 가능성이 크다. 자연재해였다면, 그 정도 강우량도 예측 못했는지 의문이 든다. 어느 쪽이든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일 터이다.

무사안일 행정, 더 이상 용납 안 돼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유가족이나 앞으로 장례를 치를 분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행정 처리와 유가족 마음은 별개인 까닭이다. 책임 소재를 가리려면 부지하세월이다. 군청이 먼저 보강 공사를 지시하고 추후 법적 판단에 군 부담으로 하던지,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될 일이었다. 한데 강화군은 허송세월을 보냈다. 현장을 돌보는 시설공단 직원들은 애가 끊는다. 무너진 옹벽을 보고 출근하는 일도 고통스럽거니와 유가족을 볼 때마다 죄인 같은 심정이란다. 

답답해 강화군에 질문했더니 답변이 당황스럽다. “5월 말이나 6월 초에 보강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란다. 어린이날에도 비가 많이 왔고, 6월이면 곧 장마철이다. 몇 삽 뜨기도 전에 공사를 중단할 수도 있다. ‘진심 행정’이라면 5월 초까지 보강 공사를 끝내고 우기 전에 안정기를 거쳤어야 했다. ‘내 일이 아니니’ 건성으로 일하는 거다. 해누리공원 주변 조경도 신경 써야한다. 광장 앞 소나무는 죽었고, 유공자 묘역 뒤편 나무도 죽어간다. 해누리공원의 오늘은 강화군 무사안일 행정의 현주소다.

필자 소개  양 영 유
언론인 학자다. 31년 동안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정책사회부장, 사회1부장, 행정국장, 사회부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과 하와이대 미래학연구소에서 연수했다. 1964년 양도면 출생. 양도초, 동광중, 선인고, 고려대를 나와 한국외국어대에서 언론학(박사)을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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