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소식

읍면소식

[양영유의 세상 촉] 가짜뉴스는 공공의 적이다

작성일 : 2023.04.24 17:45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진실이 바지를 입기도 전에 거짓말은 지구 저 반대편까지 간다.”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다. 진실이 알려지는 것은 느리지만, 거짓은 광속도로 세상에 퍼진다는 의미다. 처칠의 이 말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이 다르지 않다. 한 번 퍼진 거짓말은 그 진실을 밝히는 데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어간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짜뉴스(fake news)가 교묘하게 퍼진다. 구전(口傳)이 아니라 디지털을 통해 퍼지니 그 빠르기가 지하에 있는 처칠도 깜짝 놀랄 광속도다. 

요즘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미지 제작 프로그램이 발전하면서 온라인에서 가짜뉴스가 쉽게 퍼진다. 얼마 전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브랜드가 없는 하얀색 패딩을 입고 있었다. 패딩 위로는 십자가 목걸이가 보였다. 네티즌들은 교황의 패션 감각을 칭송했다. 진짜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이미지는 AI를 이용해 만든 가짜였다. 진실이 바지를 입기도 전에 전 세계에 ‘패딩 교황’이 퍼졌던 것이다. 

교황 패딩, 트럼프 체포… 가짜로 판명   

교황처럼 유명인은 가짜뉴스에 취약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찰에 체포되는 장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가 손을 잡고 걷는 사진도 그럴 듯했다. 트럼프가 체포되는 장면 사진을 본 지지자들은 분노했고, 머스크와 바라가 함께 걷는 모습에 세계 자동차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모두 가짜 사진이었다. 잠깐의 눈속임을 위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한 게 요즘 기술이다. 

얼마 전 타계한 가수 현미의 사연은 애달프다. 가수 노사연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먹먹했다. 이모가 혼자 계시니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고선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가짜뉴스가 워낙 많으니까”라며 울먹였다. 이런 경우가 가짜뉴스라면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겠지만, 현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현미는 1960년대 대표곡 ‘밤안개’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등 여러 히트곡을 냈던 가수다.

가짜뉴스는 유튜브를 매개로 주로 퍼지는 속성이 있다. 유튜브는 사실상 거대 언론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미디어 소비자의 유튜브 뉴스 이용률이 44%에 달한다. 국민이 유튜브를 언론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 유튜브 인플루언서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 문제는 신뢰도다. 일부 뉴스 전문 표방 유튜버는 ‘아니면 말고 식’ 보도를 일삼는다. 클릭을 유도하는 ‘미끼’ 기사로 돈을 벌기 위해서다.

유튜브 통한 가짜뉴스 전파 경계해야

유튜브 가짜뉴스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기업 이미지와 국가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특히 유튜브 정치 뉴스는 폐해가 심각하다. 우리는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에도 그런 ‘팬덤’ 보도와 확증편향을 목도했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독소다. 하지만 유튜브는 언론중재법상 언론이 아니다. 유리한 때만 언론 행세를 하고 불리하면 언론이 아니라며 공적 책임을 외면한다.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돈벌이와 정치적 선동에 탐닉한다. 피해자는 속수무책이다. 소송을 제기해도 직접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정신적 고통이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올해 ‘제 67회 신문의 날’ 행사도 가짜뉴스가 화제였다. 4월 7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행사에서 임채청 한국신문협회 회장은 “세계 언론인들은 허위정보, 경영자금 부족, 저널리즘에 대한 신뢰 하락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존재하지 않는 언론사·언론인이 양산하는 가짜뉴스의 범람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챗봇’을 활용해 생산한 확인되지 않은 콘텐츠가 유포되면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언론은 진실의 한복판을 책임져야

임 회장은 미국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를 인용해 언급했다. “분초 단위로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들이 무서운 속도로 가지를 쳐나가며 세상을 휘청거리게 할 때 신문은 단단한 팩트로 무게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이 말은 결국 언론이 진실의 한 가운데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올해 신문의 날 표어 대상에 ‘나를 움직인 진실, 세상을 움직일 신문’이 선정된 것도 같은 맥락일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도 가짜뉴스에 강력한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4월 9일 부활절 연합 예배에서 “진실과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종교 행사에서 이런 언급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 당시 있었던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사건, 같은 해 10월의 ‘청담동 술자리’ 등 여러 뉴스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통령 스스로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진실의 바지는 느려도 꼭 입어야 

윤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지난해 10월 말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나왔다. 기자들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다른 질문은 없냐. 저급하고 유치한 가짜뉴스 선동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짜뉴스에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표현한 것이다. 지도자의 ‘심기’ 표출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는다. 리더에 대한 건강한 비판과 가짜뉴스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강화군에서도 여러 언론이 활동하고 있다. 종이 신문과 인터넷 매체 등 종류가 다양하고 유튜브 방송도 있다. 언론이 진실 추구자로서 사명을 다하는 것은 기본 책무다. 그 과정은 지난하다.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다. 그런 과정을 거친 보도는 ‘가짜’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없다. 진실의 바지는 느려도 꼭 입어야 한다. 거짓은 빠르게 퍼져도 결국 진실 앞에서 고개를 숙인다. 언론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필자 소개  양 영 유
언론인 학자다. 31년 동안 중앙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정책사회부장, 사회1부장, 행정국장, 사회부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UNC) 저널리즘스쿨과 하와이대 미래학연구소에서 연수했다. 1964년 양도면 출생. 양도초, 동광중, 선인고, 고려대를 나와 한국외국어대에서 언론학(박사)을 탐구했다.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