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소식

읍면소식

[배상복의 우리말 산책] 말을 잘 하는 사람은 글도 잘 쓸까?

작성일 : 2023.04.24 17:42 수정일 : 2023.04.24 17:45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말을 그대로 옮긴다고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어체적 표현이 나오면 글의 맛이 뚝 떨어져

말을 잘 하는 사람이 글도 잘 쓰는 것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조리 있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글도 질서 정연하게 잘 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말을 잘 한다고 해서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내 주변에는 오히려 글은 잘 쓰지만 말은 잘 하지 못하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왜 그럴까? 이는 말과 글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말을 그대로 옮긴다고 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말은 대충 해도 되지만 글의 문장은 말보다 완전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높은 완성도로 세련된 맛을 살릴 수 있다. 

글쓰기를 지도할 때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써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말과 글이 같을 수는 없다. 글에서 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표현이 나온다면 고리타분한 느낌을 주어 신선감이 떨어진다. 말할 때는 ‘생각 안 한다(→생각하지 않는다)’, ‘장담 못 한다(→장담하지 못한다)’ 등처럼 문장 성분의 일부가 생략된 형태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근데’ ‘어쩜’ ‘내놨다’ 등처럼 줄임말이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글에서는 이런 구어체적 표현, 즉 입말체 표현이 나오면 맛이 뚝 떨어진다. 자주 쓰는 구어체적 표현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안 한다, ~못 한다→~하지 않는다, ~하지 못한다

◇잘못을 인정 안 하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발전이 없다.

◇언제나 안전하다고는 누구도 장담 못 한다. 
→언제나 안전하다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을 않겠다, ~를 못했다→~을 하지 않겠다, ~를 하지 못했다

◇상대와는 더 이상 접촉을 않겠다.
→상대와는 더 이상 접촉을 하지 않겠다.

◇몸이 아파서 숙제를 못했다
→몸이 아파서 숙제를 하지 못했다

※안 세운, 못 들어가면→세우지 않은, 들어가지 못하면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미리 대책을 안 세운 때문이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미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때문이다.

◇이번에도 못 들어가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들어가지 못하면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거다, ~겁니다→~것이다, 것입니다

◇무엇보다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거다.
→무엇보다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겁니다.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내놨다, 털어놨다→내놓았다, 털어놓았다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황당한 소문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털어놨다.
→황당한 소문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털어놓았다.

※~걸, ~건지 →~것을, ~것인지

◇기우였다는 걸 알게 됐다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 할 건지, 공동으로 할 건지 결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할 것인지, 공동으로 한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관두고, 놔두면→고만두고, 놓아두면

◇직장을 관두고 여행을 떠났다.
→직장을 고만두고 여행을 떠났다.

◇상처를 그대로 놔두면 빨리 낫지 않는다.
→상처를 그대로 놓아두면 빨리 낫지 않는다.

※자린데, 문제인데→자리인데, 문제인데

◇중요한 자린데 전문가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
→중요한 자리인데 전문가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

◇안전과 관련한 문젠데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안전과 관련한 문제인데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릴, 어쩜, 보담은→우리를, 어쩌면, 보담은

◇시간은 우릴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어쩜 그리 답답할 수가 있을까.
→어쩌면 그리 답답할 수가 있을까.

◇모순적이라기보담은 상호 보완적이다.
→모순적이라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이다.

※아랑곳 않고→아랑곳하지 않고

◇충고에도 아랑곳 않고 술로 자신을 달랬다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술로 자신을 달랬다

※일로, 글로→이리로, 그리로

◇일로 가면 학교가 나올 것이다
→이리로 가면 학교가 나올 것이다

◇서울역으로 가려면 글로 가시오.
→서울역으로 가려면 그리로 가시오.

※어케 하란 말이야→어떻게 하란 말이야

◇그냥 가버리면 도대체 어케 하란 말이야.
→그냥 가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야.

※니→네, 너

◇니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
→네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

◇니도 나이 들면 별수 없단다.
→너도 나이 들면 별수 없단다.

카카오톡 라인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