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3.28 17:21 수정일 : 2023.03.28 17:27
▲길거리 퍼레이드 중인 얼쑤팀. <사진=얼쑤>
3월 5일, 오전 10시. 시칠리아 섬 아그리젠토市의 피란델로 광장은 그야말로 오색찬란했다. 형형색색의 의상과 저마다의 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국적을 알 수 없는 리듬과 웃음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이탈리아 어린이 민속 축제인 ‘I Bambini del Mondo’의 첫 번째 공식 행사인 길거리 퍼레이드의 서막이다.
대한민국 대표로 참가한 강화도 청소년 은율탈춤 동아리 <얼쑤>도 태극기와 소속 단체 피켓을 선두로 세워 대열에 합류했다. 사자탈과 원숭이, 다섯 명의 악사와 목동들이 일렬로 줄지어 시칠리아 남서부의 도시 아그리젠토 중심부를 가로질렀다.
골목 양쪽 가장자리에는 휴대전화를 손에 든 시민들로 빼곡했고, 지나갈 때마다 “꼬레아(Korea)”를 외치며 격하게 호응해 주었다. 당일 새벽에 도착해 시차 적응은커녕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나왔지만, 얼쑤팀 그 누구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고 첫 번째 거리 공연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다음 날 지역 학생들을 위한 실내 공연장에서도, 지역 주민들을 위한 쇼핑센터에서도 한국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다른 나라의 민속춤과 달리 은율탈춤은 ‘탈’을 쓰고 춤을 추기에 유럽인들 눈에는 굉장히 신기하고 진기한 풍경인 듯했다. 더구나 피리와 태평소, 장구 등의 전통 악기 연주를 학생이 직접 한다는 것 또한 인기몰이의 큰 몫을 차지했다.

▲3일 차 횃불 퍼레이드와 박물관 공연 모습. <사진=얼쑤>
한편, 각국 참가자들과 함께한 횃불 퍼레이드와 박물관 공연 등에서도 <얼쑤>팀의 등장은 단연 인기몰이의 중심에 있었다. 신전들의 계곡을 거닐 때도, 공연 관람을 할 때도 동반 사진 촬영의 요청은 끝이 없었다.
매일매일 실내외 공연을 이어 나가며 일주일을 꼬박 채우고 드디어 마지막 길거리 퍼레이드만을 남겨두었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의 몇 배가 모였는지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이 꽉 차 있었고, 만약을 대비해 경찰과 구급대원까지 대기할 정도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못했던 행사였기에 관중들의 환호와 열기는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뜨거웠다. 우리나라 이름을 외치며 ‘엄치척’을 보내주는 사람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선두팀의 공연으로 퍼레이드 행렬이 지체되면 곧바로 우리는 짧은 공연 구성으로 관객에게 화답했다.

▲많은 관중에게 환호를 받으며 공연하고 있는 얼쑤팀. <사진=얼쑤>
<얼쑤>팀의 첫 해외 공연에 참여한 김도윤(강화중학교 3학년) 학생은 “겨울방학 동안 열심히 준비해서 갔지만 긴장되고 떨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양사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은율탈춤을 이곳 이탈리아에 와서 형, 누나, 동생들과 함께 공연할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전지우(강서중힉교 3학년) 학생도 “긴장 반 걱정 반이었는데 막상 현장에서 관중들의 반응을 보며 춤을 춰보니 훨씬 재밌었고 기분도 좋았다”며 “우리 고유의 문화를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곳 축제에 참여한 다른 나라의 전통문화도 접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번 이탈리아 어린이 민속축제는 3월 5일부터 12일까지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 남서부에 위치한 아그리젠토 시에서 진행되었으며, 어린이 축제에는 우리나라 이외에 멕시코, 리투아니아, 불가리아, 인도, 터키, 페루, 파나마, 마케도니아 등이 참여했다.

▲얼쑤팀의 인기는 공연 7일 차에도 식을 줄 몰랐다. <사진=얼쑤>
김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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