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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난현장은 정치적 홍보 무대가 아니다

작성일 : 2023.03.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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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영 국회의원은 마니산 산불이 발생한 어제(26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했다.

문자메시지에는 “헬기 10대 지원요청” “엄준욱 인천소방본부장께 강화군과 함께 최선 다해 불 꺼달라고 요청”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께 최선 다해달라고 요청” 등 자신이 마니산 산불 진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실상 재난현장을 찾는 정치인들은 불청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의도로 방문하지만 피해복구의 실질적인 도움보다는 방해가 되기 일쑤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재난현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이미 발생한 재난이 해결되거나 피해복구가 더 빠르게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배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한 군민들의 원성이 크다. 선거를 앞두고 산불을 정치적 홍보에 이용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헬기 지원 등은 산림·소방 등 관계 당국의 합리적 판단 아래 결정되는 사항이다. 그런 결정이 특정 정치인의 요청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오히려 그게 더 큰 문제다.

정치인들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정치인들은 무언가 국민과 국가, 지역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실상은 매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재난현장을 찾아 각종 언론에 얼굴이 비춰진다면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으니 그 유혹을 참기 힘들었으리라.

정치 전문가들도 이러한 정치인의 재난현장 방문은 지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소통 채널이 적었기에 자신의 활동을 알리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이미 많은 채널이 있고, 이보다는 각자 위치에서 실질적인 지원책을 세우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내외적인 위기로 국민들의 삶이 팍팍하다. 이제는 재난현장 방문보다, 진정성 없는 공허한 메시지보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과 후속 지원을 고민하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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