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3.21 15:49
<김승호 도시계획학 박사(사단법인 인천학회 창립회원)>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은 현재와 미래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공간을 어떻게 계획하고 가꾸느냐에 따라 그릇의 모양이나 크기 등은 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공간에 대해, 보다 실제적이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공간계획의 체계는 공간적 위계에 따라 크게 국토 및 지역계획-도시계획-건축계획의 3단계로 구분한다. 국토 및 지역계획은 국토를 이용하고 개발하거나 보전할 때 미래의 경제적·사회적 변동에 대응하여 국토가 지향하여야 할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계획이다.
도시계획은 도시의 미래 모습을 고려하여 바람직한 공간구조를 설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른 규제나 유도 정책 또는 정비수단을 고려하여 도시를 건전하고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수립하는 계획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건축계획은 도시·군 관리계획에 따라 실제 건축물을 건설하기 위한 계획이다. 집단 또는 개별 건축물을 건설할 경우, 필요한 구조나 설비 등을 포함하는 실질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이고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하되 용도지역제, 개발행위 허가제, 지구단위 계획제, 성장관리 방안제 등의 정책을 통해 적절히 규제하여 효율적인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더해 문화재 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생태·경관보전지역 등을 지정·운영함으로써 보호와 보전적 가치가 큰 시설과 주변 지역의 개발 압력에 따른 토지 이용을 효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토지 이용에 대해 혹자들은 당연히 규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어떤 이들은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와 함께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하는 견해도 있다. 물론 중복 규제와 자연 또는 안보 환경의 변화로 인해 지정된 규제에 대해 일부 조정 및 해제 등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다만, 외부 환경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주요 시설 중 문화재 시설 보호를 위한 구역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문화재청) 결과에 따르면 국민 대다수가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2년도에는 김포 장릉 인근 검단 신도시의‘왕릉뷰’아파트나 대한항공의 서울 송현동 용지 호텔 건립 논란으로 개발 과정에서 문화재·환경 보호를 둘러싸고 홍역을 치른 사례에서 보듯 문화재를 둘러싼 논쟁과 이슈는 빈번하고도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문화재 관리는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으므로 수요자와의 마찰은 거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 할 수 있겠다.
강화군에는 135개의 문화재가 운영, 관리 되고 있다. 세부 지정 방식으로 구분해 보면 강화산성·전등사 등 35개소의 국가지정문화재, 교동읍성·용흥궁 등 80개소의 지방 지정문화재, 철종 외가·화개산성 등 20개소의 향토유적이 지정 운영되고 있다.
문화재(文化財, cultural properties)란 고고학, 역사학, 예술, 과학, 종교, 민속, 생활양식 등에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 문화 활동의 소산이다. 형태로는 유형·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문화재로 구분되는데 국가지정 방식을 통해 국보, 보물, 국가무형문화재,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국가 민속문화재로 지정된다. 이외 지방지정 방식을 통해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문화재 중에서 시·도 지정문화재 또는 문화재자료로 지정되기도 한다.
국가에서는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문화재 구역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구분하여 관리해오고 있다. 문화재 구역이란 지상에 고정된 유형물이나 일정 지역의 문화재로 지정된 점유 면적을 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들 문화재 구역 경계로부터 500m 범위로 하여 문화재 보호구역을 설정· 관리하고 있다. 문화재 보호구역 1~4구역으로 허용기준을 정하여 건축물의 건축 등을 하는 경우 현상변경허가를 득하도록 하고 있어 사유재산 침해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곤 한다.
문화재 보호구역은 보존 가치, 재산권 행사에 미치는 영향이나 주변 환경 등에 따른 조건의 변화 등으로 인하여 지정 또는 조정 후 매 10년이 되는 날 지정 및 조정의 적정성을 검토하여 구역의 변경을 조정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국가지정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구역의 면적은 19㎢에 달하며 이 중 49%가 사유지로 지정되어 있다.
혹 자신의 땅이 문화재 보호구역이나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사유재산 행사에 어려움이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위로를 건네는 차원에서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몇 가지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도시계획시설 미집행에 대한 지정권자에게 매수 청구 권리 행사
도시계획시설을 결정 고시하고 10년간 미집행하는 경우 편입된 사유지에 대해서는 중앙 또는 지방 정부 등 지정권자에게 매수를 요청하여 매각할 수 있듯이 문화재 보호구역 등 규제 구역으로 지정된 사유지에 대해서는 폭넓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개발권 양도제(TDR :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
현재 미국에서 시행되는 제도로서 개발권과 소유권을 분리하는 개념이다. 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되는 지역의 용적률을 개발 가능한 지역으로 매매 또는 양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재정 부담은 최소화하고 재산권 침해에 대해 보상함으로써 토지 소유자의 재산 손실분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결합개발제도(CRP : Conjoint Renewal Program)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개발제도이다. 도시경관의 보호 및 구릉지 일대의 노후·불량 주택을 정비하기 위하여 서로 떨어진 둘 이상의 지역을 하나의 구역으로 지정하여 개발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구릉지 정비와 경관 보호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동일 사업구역으로 역세권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문화재 보호구역 등으로 묶인 지역과 인근 지역의 단지 개발을 하나의 구역으로 지정하여 사유재산 매입과 문화재 보호구역 정비를 위한 제도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률적인 500m 문화재 보호구역을 지역과 지형 상황에 따라 조정
현재 국회와 문화재청에서 도시지역의 문화재 보호구역을 200m 이내로 조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비도시지역에서는 문화재와 자연환경의 보존 가치 내재로 논의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으나 지역별로는 군사시설, 천연기념물 등 2중, 3중 규제로 인한 애로사항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구역 거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화재위원회 구성 및 심의의 형평성
우리나라는 문화재 보호구역 내 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에 대해 문화재 심의를 득하도록 하고 있다. 문화재 위원들의 구성은 대개 문화재 관련 전문가, 건축·경관·디자인·관련 공무원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으나 지역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지역과 연관되는 의회 의원 또는 지역 전문가와 도시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는 도시계획 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심의를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기타 문화재 지표조사 등 비용을 문화재 관리 기관에서 일부 지불하거나 직접 실시하는 방안과 함께 문화재 상황과 발굴 필요에 관한 문화재 지도의 전산화를 통해 시민들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거듭나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얼마 전 문화재청에서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문화재를 보존하는 의식에 관한 설문 조사 결과 문화재는 마땅히 보존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필자 역시 문화재 보존에 대해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 국가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 미래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오늘은 과거의 역사를 발판으로 한‘내일로 가는 가교’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보존과 보호는 지향하되 사유재산권 보장과 지역의 발전도 해치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최신 HOT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