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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의 세상 촉] 리더의 건강

작성일 : 2023.03.08 14:12

작성자 : 양영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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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1. 삼국지에서 천하를 호령하던 조조는 자주 머리가 아팠다. 전쟁 중 패전 소식을 듣거나 신하 중에 누군가가 배신할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면 갑자기 두통으로 쓰러졌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순간도 마음이 편할 수 없는 극한 전쟁터에서의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감을 천하의 조조도 피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2. 미국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오랜 기간 재임(1933~1945)했던 4선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다리가 불편했지만 의지가 강했다. 소아마비의 역경을 딛고 미국의 리더가 돼 ‘뉴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2차 세계대전 종결에 열정을 쏟았다. 대통령직은 고된 과정이었다. 건강을 위협했다. 루즈벨트는 1945년 4월 12일 63세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서거했다. 

#3.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42년생이다. 한국 나이로 82세로 역대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건감검진을 받았다. 2021년 1월 취임한 이후 15개월 만에 두 번째 받은 종합검진이다. 검진 결과는 “완전히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가 재선에 성공해 임기를 마치면 86세가 된다. 

격무 피할 수 없는 건 리더의 숙명 

리더는 격무를 피할 수가 없다. 바이든도 몸무게가 2021년 184파운드(83.46㎏)에서 현재는 178파운드(80.74㎏)로 줄었다. 잦은 말실수로 인지 능력이 의심된다는 평가도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공화당에서 두 번째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날을 세웠다. 헤일리는 “75세 이상 정치인에 대한 ‘정신 능력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바이든과 트럼프(78세)의 고령 이슈를 쟁점화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측은 “80대의 왕성한 젊은 노인”이라며 건강 이상설을 일축했다. 바이든의 주치의는 “대통령은 건강하고 활기찬(healthy, vigorous)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가슴에서 작은 용종 하나를 잘라내 의례적인 조직검사를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건강에 이상이 없어 보인다. 집무 모습이나 대외 활동도 왕성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글로벌 리더로서 보여주려 한다.

#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당초 사흘 안에 끝낼 수 있다는 호언과는 달리 전쟁은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끈질긴 저항과 미국과 서방의 지원으로 외려 수세에 몰렸다. 지난 1년간 푸틴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제29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나토 정상회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 등 굵직한 행사에 나타나지 못했다. 대신 브릭스(BRICS) 정상회의,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 등 친러 국가들 간의 행사에만 얼굴을 내밀었다. 

그런 사이 푸틴의 건강 이상설은 계속 확산됐다. 푸틴이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미 국방부 보고서에 이어 최근엔 지나친 권력으로 성격 전반이 왜곡되는 오만 증후군(hubris syndrome)에 빠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저하됐다는 것이다. 특히 전쟁 내내 갑상샘암, 파킨슨병, 치매 등의 의혹을 받았다. 몸이 안 좋아 대변 실수를 했다는 보도까지 흘러나왔다.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건강이 좋지 않아 초조해 그랬다고 보도한 외국 언론도 있다. 그러나 푸틴은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리더의 건강은 중요… 활동력·결정력 좌우

리더의 건강 문제는 중요하다. 친목모임이든, 회사든, 행정기관이든, 정부든 리더가 조직을 이끈다. 리더의 건강은 활동력과 업무 능력, 판단력, 결정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도자들은 건강 문제를 숨기려고 할 수도 있다. 건강 상태가 알려지면 조직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국가 지도자가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정치적 불안정은 물론 국가나 정부 조직의 안정성까지 위협할 수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건강 문제로 총리직을 두 차례 중단한 적이 있다. 2019년 8월, 아베는 긴급 입원 치료를 받고 몇 주 동안 직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아베는 건강을 극복하고 다시 총리직에 복귀했다. 그러다가 2020년 8월, 다시 건강 문제로 총리직을 사퇴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사임한 것은 건강이 아닌 각종 스캔들과 정책 실패 때문”이라며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최장수 총리의 굴욕이었다.
 
유천호 군수 업무 복귀, 열정 되살리길

강화군에서도 리더의 건강문제로 설왕설래가 많았다. 유천호 군수는 두 달여 동안 자리를 비우다가 3월 2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유 군수는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나이가 들면 발생하는 흔한 질병에 걸렸고 의료진의 권유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간 유 군수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나돌았지만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 군수는 업무 복귀를 알리면서 “많은 분들께서 걱정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덕분에 치료를 마치고 복귀할 수 있었다. 군수로서 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살포시 봄이 내려앉고 있다. 봄이 간질간질 거리자 겨울은 꽃샘추위로 심술을 부린다. 유 군수의 건강에도 봄이 활짝 오기를 기대한다. 리더의 건강은 곧 활동으로 평가된다. 누구나 아플 수는 있지만, 리더는 계속 아파서는 안 된다. 리더의 건강은 개인의 것이 아닌 까닭이다. 유 군수는 “병가 중에 강화발전과 군민행복을 위한 뜨거운 열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 열정을 다시 펼치기를 기원한다.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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