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3.08 14:10
작성자 : 배상복
<배상복 작가 / 前 국립국어원 표준어 심의위원>
경칩은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이 소생하는 시기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을 24로 나눈 날
6일은 삼라만상(森羅萬象)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었다. 경칩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節氣)이며,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들어 있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도에 이르는 때로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양력으로는 보통 3월 5일 무렵이며, 올해는 6일이 경칩이었다.
경칩은 겨울잠을 자던 벌레·개구리 등이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등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움츠려 지냈던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생명력이 소생하는 절기다. 이때가 되면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돼 한난(寒暖)이 반복된다. 그러면서 기온이 날마다 상승해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우수와 경칩은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다. 경칩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했다. 특히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다고 한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재를 탄 물그릇을 방 네 귀퉁이에 놓아두기도 했다. 경칩에는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해 농사를 예측하기도 했다고 한다.
24절기는 농사에 매우 중요한 의미
경칩과 같은 24절기는 농경사회였던 우리 조상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黃道)에 따라 1년을 24개로 나누어 정한 날들을 가리킨다. 24개의 절기와 명칭, 그리고 태양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해 태음력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발상은 중국에서 처음 고안됐다고 한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이용해 만들어졌으므로 실제 태양의 운행에 맞춘 태양력과 연관돼 있다. 음력을 기준으로 정했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는 양력 기준이지 절대 음력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고 한다. 태양력에서 24절기의 날짜는 매년 거의 동일하다. 농사를 위해 제정된 것이기 때문에 24절기의 명칭을 보면 기후와 더불어 농사에 필요한 것과 관련된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다.
태음력이 이미 있었음에도 태양력을 보조적으로 사용한 이유는 계절에 따른 날씨의 변화를 쉽게 알기 어려운 괴리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음력은 달의 모양을 통해 날짜를 바로 알기는 쉬우나 계절의 변화를 쉽게 알기 어려웠다. 농경사회였던 동아시아권에서는 이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었고 이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잘 알 수 있도록 황도에 기준한 절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무렵부터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시대 이전에는 음력을 중심으로 사용했다. 음력은 실제 기후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음력 달력만으로는 농사를 짓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양력의 요소를 도입한 24절기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24절기는 중국의 베이징과 화북 지방의 기후에 맞춘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의 상황과는 다소 차이 나는 부분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세종조에 ‘농사직설’ 등의 도서를 편찬하게 됐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24절기가 패션에 특히 유용
앞서 얘기한 대로 24절기는 농사를 위해 제정된 것이다. 그렇다면 24절기는 농사를 짓는 데만 유효하고 현대의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필요가 없는 개념일까? 그렇지 않다. 우선 절기에 따라 계절의 변화를 인식하게 되고 앞으로 기후와 기온이 어떻게 바뀌어 갈지 예측해 볼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옷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3월 6일 경칩을 맞으면 대동강 물도 녹는다는데 이제 정말로 봄이 온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봄옷을 꺼내 세탁하거나 미리 봄옷을 구매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에 예민한 곳이 있다. 바로 옷을 파는 곳이다. 백화점이나 쇼핑몰, 기타 옷가게 등 패션·의류를 취급하는 상점에서는 계절상품을 미리 입고하기 때문에 24절기와 타이밍이 잘 맞는다고 한다. 24절기가 중국 기후에 맞춘 것이어서 한반도보다 한 박자 빠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옷가게로선 오히려 타이밍이 맞다는 것이다. 즉 날씨로는 입춘·입하·입추·입동이 정확한 봄·여름·가을·겨울의 시작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옷가게에서는 실제로 입춘 즈음에 봄옷을 판매하고 입추 즈음에 가을 옷을 판매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 업계에서는 ‘입춘’의 ‘입’이 ‘(의류) 입고(入庫)’의 ‘입’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4계절별 24절기와 그 의미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날짜는 양력)
[봄]
입춘(立春) 2월 4일 봄의 시작.
우수(雨水) 2월 18일 눈이 녹기 시작하는 날.
경칩(驚蟄) 3월 5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는 날.
춘분(春分) 3월 20일 낮의 길이가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날.
청명(淸明) 4월 4일 봄의 날씨가 가장 좋은 날.
곡우(穀雨) 4월 20일 봄비가 내리는 날.
[여름]
입하(立夏) 5월 5일 여름의 시작.
소만(小滿) 5월 21일 볕이 잘 드는 날.
망종(芒種) 6월 5일 곡식의 씨앗을 뿌리는 날.
하지(夏至) 6월 21일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소서(小暑) 7월 7일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는 날.
대서(大暑) 7월 22일 1년 중 가장 더운 날.
[가을]
입추(立秋) 8월 7일 가을의 시작.
처서(處暑) 8월 23일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날.
백로(白露) 9월 7일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날.
추분(秋分) 9월 22일 밤의 길이가 낮보다 길어지는 시작하는 날.
한로(寒露) 10월 8일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날.
상강(霜降) 10월 23일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날.
[겨울]
입동(立冬) 11월 7일 겨울의 시작.
소설(小雪) 11월 22일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날.
대설(大雪) 12월 7일 1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날.
동지(冬至) 12월 21일 1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날.
소한(小寒) 1월 5일 작은 추위.
대한(大寒) 1월 20일 1년 중 가장 큰 추위.
※ 자료 참조 : 한국세시풍속사전·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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