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3.02.22 14:45
작성자 : 양영유

<양영유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전국 곳곳의 졸업식장에는 꽃 향기가 가득하다. 행복한 순간, 아쉬운 순간을 담으려고 연신 사진을 찍는다. 코로나19로 제대로 열리지 못했던 졸업식이 사실상 3년 만에 재개되니 감개가 무량할 터다. 졸업식은 대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순으로 열린다. 다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졸업식 날짜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예전에 한 가정에 자녀가 대 여섯 명 있던 시절에 만든 관례가 그립다. 요즘이야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한 날 한 시에 졸업식을 해도 별 문제가 없으니 말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노래 가슴 뭉클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한 가정에 한 명도 낳지 않으니 심각한 일이다. 초등학교 시절, 필자는 여러 번 졸업식을 구경했다. 누이들이 있었으니 말이다.
#1절.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물려받은 책으로 공부를 하여/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1절)
#2절.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부지런히 더 배우고 얼른 자라서/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겠습니다.”
#3.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우리들도 이다음에 다시 만나세~”
‘졸업식 노래’는 늘 뭉클했다. 웬일인지 졸업하는 선배나 학교를 지킬 후배나 모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나 선후배 정이 두터웠을까.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졸업식 노래’는 전 국민의 애창곡이었다. 윤석중이 작사하고 정순철이 작곡했다. 가락과 가사가 구슬프다. 광복 직후인 1946년 교육당국이 ‘졸업식 노래’로 공식 제정했다. 그때부터 70년 이상 이어졌다. 1절은 재학생이, 2절은 졸업생이, 3절은 다함께 부른다.
그러나 요즘 졸업식에선 대부분 사라졌다. 시대에도 맞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지도 않는다. 가사도 맞지 않는다. “물려받은 책으로~”는 요즘 학생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책을 물려받지 않으니 이해를 못 한다. 더구나 1절, 2절, 3절을 함께 부를 학생이 없다. 어느 초등학교는 단 1명이 졸업하기도 하고, 6학년이 될 아우가 단 한명도 없는 곳이 있다. 그러니 졸업식 노래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노래 부를 학생 없어 가요로 대체
졸업식 노래 대신 015B가 부른 ‘이젠 안녕’이 졸업식장에 울려 퍼진 때도 있었다. 아마 2015년 전후였을 듯싶다.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거야/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현대적인 정서를 담은 듯하다. 그 외에 ‘졸업을 축하합니다’, ‘거위의 꿈’ 등을 튼 학교도 있다고 한다.
졸업식이 끝나면 입학식이다. 초중고는 대개 3월 2일이 입학식이다. 대학교는 2월 말부터 학교별로 순차적으로 열린다. 그리고 대부분 3월 2일 첫 강의를 시작한다. 한 가정에 자녀가 한 명, 많아야 둘이니 입학식 참여도 거의 겹칠 일이 없다. 예전에는 졸업식 날에도 짜장면, 입학식 날에도 짜장면이 대세였다. 요즘은 워낙 먹을거리가 다양해 대표 음식이 없다. 바뀌지 않는 건 꽃장수들의 끈질긴 열정이다. 아니 꽃의 생명력이다.
올해 전국 147개 초등학교 입학생 0명
입학식 풍경은 졸업식과는 다르다. 눈물을 흘리기는커녕 학생들 얼굴은 밝다. 그 옛날 초등학교 입학식 날, 아이들은 왼쪽 가슴에 손수건을 달았다. 하도 콧물을 흘리니 아예 학교 측에서 입학식 복장으로 손수건을 달도록 안내했다는 설이 있다. 필자에게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입학식을 마친 뒤 교실에서 선생님이 “노래해 볼 사람 손들어 보세요”라고 말했다. 노래를 잘 못하지만 “저요”하고 번쩍 손을 들었다. 그리고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를 불렀다. 지금 생각해도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의문이다.
초등생 숫자는 한 국가의 미래 바로미터다. 초등 입학생이 많아야 국가의 미래가 튼튼해진다. 전국의 초등학교는 2022년 말 현재 6,163개, 초등학생 수는 266만 4,278명이다(교육부 통계). 그런데 올해 3월에는 전국 초등학교 147곳(분교 포함)에 신입생이 한 명도 없다(예비소집 기준, 각 교육청 통계). 지난해는 입학생이 한 명도 없었던 초등교가 121곳이었는데 올해는 20여 곳이 늘어났다. 전국 17개 시·도별로는 경북 32곳, 전남 29곳, 전북·강원 각각 20곳, 경남 18곳, 충북 12곳, 충남 9곳, 경기 3곳, 인천 2곳, 부산·제주 각각 1곳이다.
강화 6곳 입학생 5명 이하…체감 대책 절실
저출산 여파가 학교 폐교로 이어지는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37만9373명에 불과하다. 혼자 입학하는 학교도 140곳에 이른다. 한 명의 초등 입학생이 6년 후까지 학교를 지킨다는 보장도 없다. 초등생이 없으면 중·고교도 무너진다. 전국의 초·중·고 학생 수는 2022년 말 현재 527만 5,054명이다. 그런데 2029년에는 425만 3,593명으로 100만 명이나 줄어들 것으로 교육부는 추계하고 있다. 폐교가 속출할 것이다.
강화군도 예외가 아니다. 아주 심각하다. 강화군에는 초등학교가 20개 있다. 올해 3월에 입학하는 학생이 5명 미만인 곳이 6곳이다. 서도초 1명, 삼성초 2명, 교동초·삼산초·해명초 각각 3명, 양도초 5명이다. 강화군 전체로는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이 300명에 불과하다. 예전에 한 반에 70명 가까이 ‘콩나물 교실’에서 배웠던 어른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런 상태로는 초등학교 20곳을 유지하기 힘들다. 강화군의 인구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현실을 직시하고 중장기 플랜을 면밀하게 짜야 한다. 아이들이 없으면 강화군도 없다. 체감 행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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